6월의 주요 앨범 [힙합플레이야]

힙합플레이야

6월의 주요 앨범 [힙합플레이야]

2014.07.11

넓은 범주의 힙합, R&B 장르 안에서 매달 발매되는 국내 앨범/싱글 중 주요한 작품들을 힙합플레이야가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힙합플레이야 월간 컨텐츠입니다. 6월의 주요 힙합 앨범을 살펴볼까요?

RISE

지난 6월 3일 태양의 새 앨범 [RISE]가 발매됐다. 앨범엔 Choice 37, Teddy, 지드래곤, Peejay 등 다양한 프로듀서 군이 참여했으며, 태양 또한 큰 부분 프로듀서로서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정규앨범 [Solar] 이후 무려 4년만에 발매된 태양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태양이나 지드래곤, 싸이 등이 장르 씬 안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는 조금 특수하다. 뮤지션이 굳이 특정 장르 안에서 소속감을 의식하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겠다. 그리고, 메이저 가수들의 본업과 부업의 구분이 우스워진 멀티플레이어의 시대에 태양이 여전히 진중한 장르음악의 아티스트로 주목 받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태양이 뮤지션 본업을 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앨범에 할애한 4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하게 존중할 수 있는 이유다.

지금의 메이저 풀랭스 앨범의 기본적인 틀은 여러 장르의 유행 소스들을 집약시키는데 있다. 그것이 순수한 작가의도든 회사의 전략이든 어쨌든 영미권 차트음악의 영향을 살벌하게 받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 점에서 태양의 앨범도 트렌드의 경향에 충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새롭다면 그 동안 태양이 보여줬던 퍼포먼스 중심의 R&B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세련된 R&B로 변화를 도모했다는 점. 하지만 앨범의 스케일만은 여전하다.

1. Intro (RISE)
도입부의 웅장하고 묵직한 킥 사운드와 강렬하고 다크한 빅 신스 사운드가 주를 이루며 오프닝 무대에 잘 어울리는 임팩트 강한 곡이다. 전체적으로 세련미가 느껴지며 태양 특유의 알앤비 그루브가 돋보이는 곡이다.

2. 눈, 코, 입
심플한 피아노 반주에 태양의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이는 슬로우 템포의 R&B 곡이다. 비교적 댄스에 치중되어 있던 이전 곡들에 비해 감성적인 보이스 톤의 장점을 극대화한 곡이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며, 후렴구의 ’눈, 코, 입’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가사와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돋보인다.

3. 새벽한시 (1AM)
세계적인 DJ Boys Noize가 작편곡에 참여한 곡으로, 독특한 신스 사운드와 강렬한 드럼 비트로 보컬 이펙트가 애절함을 더한다. 특히 후렴구의 리드미컬하고 캣치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7. 이게 아닌데
태양의 진솔한 음색이 드러나는 잔잔하면서도 점점 강렬하게 몰아치는 느낌의 곡이다.

Crush On You

6월 5일 크러쉬가 데뷔 앨범 [Crush On You]를 발매했다. 아메바 컬쳐에게도 크러쉬의 데뷔앨범이란 호외로 다룰만한 이슈일 것이다. 아메바컬쳐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탄생한 크러쉬의 데뷔앨범은 대형 기획사다운 규모의 프로모션과 컨텐츠를 동반했다. 몇 개의 싱글로 씬 안에서 확고한 지분을 챙기고 팬덤을 확보한 메머드급 신인인 만큼, 제작 측이나 리스너나 거는 기대는 컸을 것이라 생각된다.

크러쉬의 이번 앨범이 한낱 신인의 데뷔 앨범임을 넘어 더욱 전도유망해 보이게 하는 건 거의 전곡에 자신의 이름을 프로듀서로 올렸다는 점이겠다. 또 하나의 완성형 아티스트의 탄생이다.

크러쉬는 보도자료에서 수 차례 강조하듯 R&B 소울부터 뉴 잭스 윙, 슬로우 잼까지 장르 음악의 다양한 지점을 표방했다. 앨범은 비록, 충격을 안기는 새로움은 없지만, 어디 하나 빠지지 않음을 강조하는 신인의 재기 발랄함이 엿보인다. 말하자면, 뻔한 소스도 배합해내는 능력에 따라서다. 앨범은 기존의 것들을 실력 것 버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뮤지션의 넘치는 의욕만큼이나 앨범에 의도된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1. 눈이 마주친 순간
크러쉬의 오랜 넘버 곡이다. 반복적인 리프를 사용하여 중독성 있고 재미있게 해석한 곡으로 클럽에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남자의 야릇한 감정을 드러낸 내용을 담고 있다.

3. Hey Baby (Feat. Zion.T)
뉴 잭스 윙 장르를 기반으로 하여 이번 정규 앨범의 소주제인 ‘Old & New’와 가장 적합 곡으로 뉴 잭스 윙의 오리지날리티 바이브를 표현하였다.

4. Whatever You Do (Feat. Gray)
‘연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그린 곡으로 레이백이 가미된 라이트 한 힙합 R&B 장르이다. 어반 뮤직의 트렌드에 맞추었고,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을 통한 사운드는 따뜻한 날씨에 감상하면 더할 나위 없다.

Staz Comin' Now

지난 9일 크루 스타즈 오브 맨이 첫 EP 앨범 [Staz Comin` Now]를 발표했다. TEAM STAZ OF MAN으로 새롭게 개편한 스타즈 오브 맨은 총 9명의 멤버로 3명의 랩퍼 엑스킬라, 헬리 스텔라, 아폴로 키드와 2명의 프로듀서 JAY KIDMAN, LEGANIX 2명의 DJ SUB KID, MODEPLAY 그리고, 보컬 VERAMELO과 아트워크 디렉터 FENTANYL로 구성되어 있다.

스타즈 오브 맨은 작년 크루 믹스테입 [STATONITE]를 발표했으며, ‘NEO SEOUL CYPHER’ 비디오를 발표하는 등 이번 EP 앨범을 위한 꾸준한 준비를 거쳐왔다. 그리고, 일련의 작업 물들을 통해보듯 꾸준히 일관적인 컨셉 하드코어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 역시 전대물이나 슈퍼히어로 장르의 일면을 모티브로 하는걸 느낄 수 있다.

5. Staz Comin` Now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건 웃음기 뺀 비장미다.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이 크루의 컨셉츄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6. Standing On The Way (Feat. Innovator, Odee)
앨범의 유일한 피쳐링 트랙이자, 동시에 앨범의 단조로움이 환기시키는 곡이다.

Imaginary Foundation

12일 발매된 Reddy의 두 번째 앨범 [Imaginary Foundation]이다. 작년 [Commitment]와 코홀트의 앨범인 [ORCA-TAPE]에 이어 상당히 빠른 템포의 작업속도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Reddy의 음악과 일, 삶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프로듀서 U’NOO와의 전체적인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만큼 앨범이 지니는 색깔은 뚜렷하다.

2. 1985
85년생 앤덤으로 85년생 소띠 고집과 자부심에 대해 얘기한다. 지난 5월 B-FREE, Korlio, 기린, 콕재즈가 1985 Remix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7. 마술
'무대는 마약 같다.'라는 말처럼 많은 아티스트들이 흔히 느낀다는 조명이 꺼진 후 몰려오는 허탈감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무대 위 화려함과 무대 아래 현실의 괴리를 마술에 비유하며 레디의 고독감을 고스란히 담아낸 가사가 인상 깊다.

곡리스트 2

파급효과 (Ripple Effect)

지난 6월 13일 Just Music이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 (Ripple Effect)]을 발표했다. 천재노창이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 링뿐만 아니라 앨범의 총괄 디렉터를 도맡은 이번 앨범은 그만큼 노창의 색깔이 전면에 부각되는 앨범이다.

공교롭게 발매시기상 정면 충돌한 일리네어의 [11:11]이 트렌드의 꼭지점에 있다면, [파급효과(Ripple Effect)]는 그 대척점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낸다. 일리네어의 키워드가 '야망'이라면 Just Music은 '패기'로 집약된다. 그리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Just Music 랩 매들리'를 환기시키는 건 목소리를 소스로 배합해내는 능력과 적절하게 비트를 변주하는 프로듀서의 감각이다. 노창은 이 앨범을 통해 그간 뒤를 쫓아다니던 몇 논란들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JUST', 'Rain Shower' 등 인상적인 훅을 선보이며 핫한 훅 메이커의 면모를 보여준다.

앨범의 키워드인 '누가 누가 패기로 운가'는 그 자체로 Just Music에게 시너지가 되었다. 기리보이에겐 숨겨왔던 스펙트럼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Vasco, C Jamm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스윙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Swings #1 Mixtape vol.ll] 부터 조짐을 보인 스윙스의 스타일 변화는 이 앨범을 통해 방점을 찍는다.

2. 인수인계
앞서 말한 앨범의 '패기'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다. 씬의 정복 의지나, '우리가 최고다'라고 하는 뻔할 수 있는 배틀랩의 구도를 '인수인계'로 표현한 것 또한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준다.

4. Just
Wu-Tang Clan이 보여줬던 계산된 더러움이나, 백치미를 재연한 훅이 돋보인다.

6. 소문
앨범을 가로지르며 트랙을 적절히 분할하는 보컬 중심의 곡이다. 노창의 감정 상태를 잘 표현한 곡이다.

9. 파급효과
앨범 타이틀 동명의 곡으로 앨범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 말한다. 또한 앨범의 분위기를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곡이다.

Sunshine

다이너스티 뮤직의 아티스트 MSG aka 미친새끼 긴팔이 더블 싱글 [Sunshine]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Fana와 함께한 싱글 'Lonely Night’에 이은 두 번째 싱글이다. 이번 싱글 앨범엔 'Sunshine’, 'River’ 두 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동명의 타이틀 곡 'Sunshine’은 미디엄 템포의 트립합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햇살을 등 뒤로 한 아름다운 여성의 실루엣을 보고 받은 영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Sunshine’은 VMC의 Buggy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두 번째 수록곡인 'River’는 All That의 EachONE이 피CJ링을 비롯해 프로듀싱을 맡았다.

1. Sunshine
전방위적으로 유행하는 사운드를 적극 차용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햇살을 등 뒤로 한 아름다운 여성의 실루엣’을 표현했다.'고 하는 의도한 이미지가 소리들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CustoMIC Prologue

지난 6월 17일 다이나믹듀오가 새로운 프로젝트 CustoMIC의 Prologue인 'Summer Time(자리비움)'을 발표했다. CustoMIC (Customize + MIC)는 '주류와 비주류를 오가는 아티스트와 사운드의 다양한 결합'을 모토로 하는 아메바 컬쳐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한 마디로 대중과 매니아의 취향을 고루 의식한 프로젝트 앨범인 셈이다. 아메바 컬쳐는 이전에도 "NOWorkend" 프로젝트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의 번외 작업을 추진해왔고, 개코의 '될 대로 되라고 해'나 '뻔한 멜로디' 같은 중박 이상의 성공을 일궈냈다. 이번 프로젝트 또한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포석은 다이나믹 듀오의 여름을 겨냥한 싱글 'Summer Time'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방향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 주류와 비주류를 어떤 식으로 오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시작은 주류를 지향하는 듯하다.

귀를 즐겁게 하는 건 역시나 개코의 찰진 랩과 노래다. 개코가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갖춘 건 새삼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음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중이다. 단순히 보컬 피처링을 쓰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멜로디를 입고 기똥차게 늘어지는 플로우만 봐도 그 응용이 얼마나 곡을 풍요롭게 하는지 알 수 있다.

Good Life

지난 6월 25일 Konsoul이 발매한 더블 싱글 'Good Life'다. 지난 5월 발매한 [Nobody Know] 이 후 약 한 달만의 새 작업물이다. 두 곡으로 구성된 앨범엔 Real Collabo의 Brother Su와 D.meanor가 참여한 'Good Life'와 '쉬어가'가 수록되어있다.

1. Good Life (Feat. Brother Su)
그간 Konsoul이 발표했던 턴업 중심의 트랩들과는 조금 색다른 곡이다. 트랩 사운드에 좋은 멜로디 마초스러운 가사의 궁합으로 신선함을 준 곡이 과연 그 동안 한국에서 있었나 싶다.

반도의흔한랩퍼

지난 6월 27일 버벌진트가 새 싱글 '반도의흔한랩퍼'를 발매했다. 지난 3월 [GO HARD Part.1 : 상향평준화]로 본격적인 버벌진트의 회귀를 알리는 곡 'Rewind'를 발표한 버벌진트의 신곡이다.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첫 번째 감상은 랩 테크닉만으로도 귀를 즐겁게 할 줄 아는 3명이라는 것. 두 번째는 텍스트 속에 담겨 있는 드라마다. 얼핏 메이저 활동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면하는듯한 2명의 랩퍼(버벌진트, 산이)와 무죄를 선고 받고, 느긋하게 칠링하는 1명(스윙스)의 극적 대비로 보이기도 한다.

지나쳐

6월 27일에 영제이가 새 싱글 '지나쳐'를 발표했다. 이번 싱글 앨범엔 리드메카 소속의 Animato가 프로듀싱으로, Blnk-Time이 피쳐링으로 참여하였으며 영제이와 Blnk-Time 각자가 그 동안 지켜 봐왔던 홍대의 거리를 가사로 풀어냈다.

Korean Dream

지난 6월 25일 B-Free가 본인의 3집 정규작 [Korean Dream]을 발표했다. 하이라이트 내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앨범이다. 앨범엔 Jinbo, Gray, CokeJazz, Fisherman, S`way.D, Big Boy Traks, Reddy가 프로듀서 진으로 참여했으며, Kid Ash, Jinbo, CokeJazz, Loco, S`way.D, Reddy가 피쳐링에 참여했다.

뮤직 비디오, 작업기 영상 등 앨범을 받치는 컨텐츠 또한 탄탄하다. 실질적으로 음원 수익을 포기하고 가는 대신 앨범은 음악과 컨텐츠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B-Free는 음원 정액제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B-Free는 기형적인 음원 수익 구조에 대처하는 무식하지만 가장 정직한 자세를 보여주었고, '정도를 걸으며 허슬하는 랩퍼의 투박한 삶'을 담은 앨범은 이 대목에서 이미 도의적인 방식의 큰 진정성을 부여 받고 시작한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가까워진 건 비단 팬들과 뮤지션들과의 소통 거리뿐만이 아니다. 뮤지션과 그 뮤지션이 빚어내는 창작물의 소통 거리 또한 가까워졌다. 바야흐로 SNS 등으로 외연화된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음악 감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지금이다. 힙합 장르 안에선 특히나 그렇다. 음악과 이미지의 인지부조화로 무너지는 랩퍼가 있는가 하면, B-Free같은 외힙내힙의 뮤지션들은 결국엔 살아남고 각광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쟁점이 될 것이다. B-Free가 'Korean Dream'을 어떤 방식으로 쫓고 있는지 어떻게 힙합을 하고 있는지는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점에서 앨범이 주는 에너지의 핵심은 귀감이고, 앨범은 정곡을 찌르는 일갈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