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33회: 꽃과벌 [DJ 미러볼]

릴레이 인터뷰

릴레이 인터뷰 33회: 꽃과벌 [DJ 미러볼]

2015.02.02

안녕하세요, 여러분! DJ 미러볼입니다.

지난 주 주인공 에고펑션에러가 추천한 밴드는 "우리는 이상한 사람과 밴드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뭐지? 이상한데, 이상하게 음악이 조.. 좋잖아?"라고 말하는 꽃과벌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아니 그냥 "그리는"이 아닌 프로페셔널 만화작가 노키드가 결성한 밴드 꽃과벌, 이들은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일단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려면 공연장에 가야만 하죠. 그리고 공연장에서 연주를 들으면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이…이상한 것 같은데….왠지 음악이 조.. 좋잖아?!"

연주가 어설퍼도, 멤버들이 록스타처럼 긴 머리를 휘날리지 않아도, 수줍은 듯 퍼포먼스를 하여도 왠지 매력적으로 보이는 꽃과벌. 이들의 이상한 "마력"을 파헤치기 위해 DJ 미러볼이 출동했습니다.

노키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노키드입니다. 제 캐릭터는 오래 전부터 써오던 거에요. 원래 제 직업이 만화가예요. 처음엔 밴드 멤버들에게 아부를 하기 위해 장난으로 하나씩 그리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해 점점 심도 있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캐릭터가 있는 밴드가 되었네요. 각자 개성이 강해서 캐릭터 잡기가 쉽더라고요. 지금도 꾸준히 아부 중입니다. 조만간 더 퀄리티 있는 작업물들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혜정) 저는 드러머에요. 쌈닭 머리에 드럼 스틱을 붙인 캐릭터인데, 결국 더듬이 있는 민달팽이가 되어버렸네요. 하하.

노키드) 누나, 저는 새를 그린 거에요. 잘못 알고 계셨어요….

서노) 키보드와 서브보컬을 맡고 있어요. 전 옆구리에 키보드 가방을 끼고 다니는 캐릭터입니다. 처음에 건반 가방이 없어서 종이박스에 넣어 들고 다녔거든요. 지금은 가방을 샀습니다.

라스) 기타를 맡고 있고, 노키드를 밴드계에 입문시킨 장본인으로서 이렇게 책임지고 있습니다. 업보가 참 많네요. 언젠가 한 번 모자를 썼었는데, 모자 쓴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이후로 모자를 쓴 적이 없어요.

혜정) 노키드가 덮어쓰기가 되지 않아요. 하하.

구름) 구름목도리라는 개인 금속공방을 운영하면서 구름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캐릭터가 구름형상의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구름인간입니다. 밴드에서는 베이스를 맡고 있어요.

노키드) 콘셉트는 지구멸망입니다. 극소량으로 누가 알까 몰래 찍은 EP 음반에 수록된 곡 중에 'We Were Lovers'라는 곡이 있어요.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끝까지 함께하자는 내용인데, 그 느낌을 그려보았어요.

혜정) 멸망 후에도 밴드를 하다니 최악이네요!

노키드) 꽃 같은 음악도 하고 싶고, 벌 같은 음악도 하고 싶었어요. 이름에서 장르가 규정지어 지지 않길 원했는데, 꽃과벌은 어떤 장르를 해도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사실은 친구가 하려던 밴드 이름을 훔쳤습니다.

혜정) 저는 "벌"이고 싶어요.

노키드) 누나,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모두) 그 말이 아니잖아!!!

노키드) (못 들은 척) 서노누나는 "꽃"이고, 혜정누나는 "벌". 그리고 저희 남자멤버들은 과, 과, 과입니다. 꽃과과과벌.

노키드) 원래 음악을 엄청 좋아했어요. 어쩌다 보니 기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던 라스가 같이 밴드 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라스) 알고 보니 노키드는 막 지르고 다니는 애였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밴드 할래요?"라고 말하는 사람. 아, 노키드에게 밴드 해보자고 말 걸기 전으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노키드) 제 만화 "HELLO! NOKID"를 보면 밴드 결성에 관한 온갖 사건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요. 한마디로 결성 계기를 이야기하자면, "30살에 밴드 시작. 혼자 망하긴 싫으니 다같이 망하자!"입니다.

* "HELLO! NOKID"는 노키드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tarfucker6)

라스) 운명 같은 이끌림? 천사가 부른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파멸로의 이끌림인가...

혜정) 중학생 때부터 메탈키드였어요. 대학생이 되자마자 바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죠. Def Leppard의 드러머 Rick Allen이 너무 멋있어서요. 드럼을 하니까 신수사제처럼 여기저기서 인던에 잘 데리고 다녀줘서 만족스러워요. (*이 문장의 해석은 주변 게임 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구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우울증에 빠졌었는데, 외삼촌의 추천으로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기타 연주에 빠져 살았죠. 막상 꽃과벌에서는 베이스를 쥐어주길래 베이스를 독학했어요.

서노) 저는 그냥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일반인이었을 뿐인데, 어릴 때 (누구나 배운다는) 피아노를 쳤다는 말을 지나가던 노키드가 듣고 그만……

노키드) 되게 기쁜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혜정) 노키드는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2천자 정도 밖에 없어요. 저는 당시 너무 바빠서 앨범 만든다고 할 때 "응, 그래"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뿅하고 앨범이 소환된 걸 보니 신기하네요.

라스) 들을 수 있는 정도로 나와서 하늘에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만족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노키드) 타이틀 곡인 '어둔밤의 불빛 속에'는 가장 마지막에 영입한 드럼 누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만들었어요. 꽤 깐깐한 누나라서, 누나가 좋아할 만한 곡을 만들고 싶다는 알량한 마음으로요. 누나 비위도 맞췄고, 멤버들도 좋아해줘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보컬이 엉망이라 망했습니다.

노키드) 김제에 저희 부모님이 취미로 농사를 짓는 논밭이 있어요. 허허벌판 한 가운데 컨테이너 2개가 있는데 한밤중에 시끄럽게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서, 프로듀서 역할을 한 라스를 데리고 내려가서 앨범 녹음을 했어요.

라스) 장비를 모두 들고 김제로 내려갔는데, 7곡 중에 5곡이 처음 듣는 곡이었어요. 노키드는 만날 때마다 신곡을 쏟아내는 사람입니다. 10박 11일동안 컨테이너에 감금당해서 작업했어요. 특히, '어둔밤의 불빛속에'는 정말 잊지못할 것 같아요. 세션 녹음을 다 끝내놓고 마지막으로 보컬 녹음을 하는데, 노키드가 갑자기 키가 안 맞는다며 3일 동안 작업한 곡을 아예 앨범에서 빼버리자고 하더라고요. 설득 끝에 키를 바꿔 다시 녹음했는데, 그게 타이틀곡이 되었네요.

노키드) 라스가 살렸습니다. 프로듀서의 힘입니다.

서노) 저와 구름은 하루 휴가를 내서 김제까지 내려갔는데, 1박2일 동안 컨테이너에 갇힌 채 녹음했어요. 생전 처음 듣는 노래를 하루 만에 녹음해야 했어요. 노키드는 정말 엄청난 사람입니다.

노키드) 서노와 혜정이 들어오기 전인데, 저희 부모님이 군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점이 2012년에 큰 침수를 당했었어요. 재건 공사를 끝내고, 오픈 축하 공연을 했는데, 라스와 구름을 제가 납치해서 공연을 시켰어요. "HELLO! NOKID" 만화에 그때의 온갖 사건, 사고가 다 담겨있습니다.

혜정) 제가 꽃과벌에 합류하고 첫 공연이 기억 나네요. 미친자 노키드의 진성 미친 짓을 처음으로 보고 나서, "아 내가 잘 들어온 건가..." 하는 불안이 휘몰아쳤어요.

서노) 제가 합류했던 첫 공연에서는 노키드가 어느 순간 흥분해서 무대를 휘젓기 시작하더니 비틀대다가 드럼 세트 위로 넘어졌어요. 드럼 세트가 무너지는 일은 Sonic Youth 공연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죠.

노키드) 카오스?

라스) 뽕삘 조증 밴드!

서노) 정신 없어요. 꽃 같은 곡, 벌 같은 곡을 다 하고 싶다는데, 꽃이 빽빽하게 들어찬 양봉장 같은 기분이에요. 만날 때마다 신곡을 들려주는데, 노키드는 천재거나 미친 사람 둘 중에 하나 같습니다.

혜정) 노키드! 야! 미친 노맠ㅋㅋㅋ 곡 좀 작작 만들어 ㅋㅋㅋ

노키드) 저는 만화가니까 만화죠.

혜정)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입니다.

구름) 공예, 미술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아 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닙니다.

라스) 너무 많죠.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영상 작업이요.

서노) 노화, 그리고 슬프지 않게 늙는 방법입니다…..

노키드) 어릴 때부터 꿈이 만화가였어요. 아, 물론 더 어렸을 때는 대통령이었죠.

라스) 저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었습니다.

혜정) 애니메이션 회사를 세우려고 했었어요. 건물을 짓고 층마다 애니메이션 사업부, 게임사업부를 차려놓고, 꼭대기에는 저의 집무실을 차리고 싶었죠. 2013년에 실제로 작은 회사를 차리게 되어 영화도 만들고, 로봇트레인 시나리오도 썼고, 지금은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호러인디게임인데, 게임 스테이지에 꽃과벌 앨범이 놓여있고, 저희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어요.

구름) 과학자요.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서노) 80년대 유행하던 여성잡지에 "우리 아기 예쁘죠?" 같은 코너에서 제가 1등으로 뽑혔는데, 제 사진 밑에 장래희망이 의사라고 써있더라고요. 그랬나 봅니다.

다같이) 정규 1집 발매입니다!!!

노키드) 저희 밴드가 앨범을 내자마자 휴식기를 가졌어요.

서노) 힙스터들이나 하는 짓이죠.

노키드) 3월 달에 쇼케이스를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다같이)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노키드) 여러분, 3월달에 쇼케이스 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릴게요.

서노) 최근 새로운 싱글을 발표한 디어 클라우드가 어떨까 싶네요. 오랜만에 근황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저희 3월달에 쇼케이스 하는 건가요?

노키드) 네…. 하려고요.

에디터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