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원 '차를 타고 어딘가 떠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노래'

테마&픽

김해원 '차를 타고 어딘가 떠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노래'

2020.02.28
플레이리스트

김해원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통 자주 듣는 시간이나 장소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혼자서 차를 운전할 때 많이 들어요. 음악가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오히려 음악을 덜 듣게 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 나날 중에 의식 없이 노래를 틀어 놓고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순간들을 차를 운전하며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PLAYLIST

'당신이 혼자 차를 타고 어딘가 떠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노래!'


Q&A

  • 플레이리스트 선정 곡 중 선곡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해원)

    "솔로 앨범 작업을 앞두고 정처 없이 제주를 달리던 차 안에서" : Sufjan Stevens / Should Have Known Better, 김일두 / 울었어

    2017년쯤 첫 솔로 앨범 작업을 구상하며 떠났던 제주도의 길 위에서 두 음악가의 노래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Sufjan Stevens의 [Carrie & Lowell] 앨범을 참 좋아했어요. 제주도의 풍경과 겹쳐지며 여러 가지 감정을 계속 불러일으켜 줬어요. 김일두의 음악은 제게 진실한 감정이 무엇인지 항상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갑자기 생각날 때면 연락을 나누는 형이기도 해요.

    "서울의 도심, 작아지는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 Charlotte Gainsbourg / Rest

    서울의 도심에서 운전하다 보면 정체와 신호대기, 시간에 쫓기는 일이 자주 있어요. 그날도 어딘가 미팅을 가는 길이었는데 신촌로터리의 신호가 정말 길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처음 이 노래를 들었는데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어요. 이후로 차 안에서 제게 마음을 진정할 수 있게 해주는 치트키가 생긴 것 같아요.


    "바쁜 일들이 사라지고" : Caroline Says / Ohio River, Kevin Morby / Oh My God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영화 음악을 만들며 2년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마음먹고 19년 여름에 제주에 내려갔다가 하루 만에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와 일한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작년 겨울이 되니 숨통이 트여 오랜만에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어요. 운전하는 길 위에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앨범 구상이나 누구를 만날 목적이 없이 다니는 길 위에서 고즈넉함을 느끼고 저를 다시 채울 수 있게 함께 해준 음악들입니다.

    "금요일 밤 차창 밖 홍대의 풍경" : Foxygen / Face the Facts

    저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차를 타고 일부러 홍대의 클럽과 포차들의 거리를 지나갈 때도 있어요. 차창 밖을 바라보죠. 그 풍경은 차 안의 나와 너무 다르거든요? 그러면 저만의 방식으로 흥을 내보는 거죠.

    "200킬로로 달릴 수 없지만, 볼륨은 최대로 키울 수 있지" : Big Thief / Not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저도 가끔 볼륨을 엄청 크게 틀어놓고 달리고 싶을 때가 있어요.
    모든 게 싫어지고 부정적인 기분일 때 차에서 음악을 크게 들으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크게 틀면 좋은 노래들이 참 많은데요. 이 노래는 음악과 내가 온갖 나쁜 감정들을 함께 뱉어내는 기분이 들어요.

Q&A

  • 해원 님은 차에서 음악을 들을 때와 다른 장소에서 들을 때 가장 큰 기분의 차이는 무언가요?

    김해원) 요즘에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는데 그에 비해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적어지는 것 같아요. 차에서 음악을 들을 때에는 몸으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있어요. 다른 공간보다 음악을 구성하는 소리들의 위치감이나 믹싱의 질감이 잘 느껴지고요. 그래서인지 제 기분도 더 크고 여운이 긴 느낌이에요. 어딘가에 머물러있던 생각이 문득 실마리를 얻고 움직이는 효과도 있어요. 운전할 때 음악을 들으면 제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과 음악이 부딪히거나 어우러지며 감정들이 생기더라고요. 거기에 혼자 있다면 차 안이 달리는 영화관같이 느껴지지요. 차를 운전하다 보면 랜덤 플레이를 자주 이용하는데 잊고 있던 노래가 우연히 들려올 때 새로운 감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재발견하고 더 좋아하게 된 노래들이 있습니다.

Q&A

  •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던 여행지 추천을 해주세요.

    김해원) 제주도의 중산간, 한라산, 해안도로, 오름... 제주의 거의 모든 곳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Q&A

  • 스트레스 받을 때 드라이브를 하시면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김해원) 드라이브를 하면 끊임없이 흘러가는 풍경을 볼 수 있어요. 그럴 때면 제 현실적인 고민들이 엄청 중요치 않은 것이라고 느끼지요. 늦은 오후 떨어지는 석양의 모습이라든지, 제주도 산간도로의 짙은 안개, 빗물에 번진 차창 밖 도시의 불빛. 그리고 어딘가에 무작정 차를 세우고 밖에 나가면 그곳에서 내가 완전히 낯선 사람이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안에서 조차도 가보지 않은 동네들이 많으니까요. 드라이브를 하지 않을 땐 내가 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고요.

Q&A

  • 평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좋은 추천 방법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김해원)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돈하고, 옷을 챙겨 입고서 커피를 내려요.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음악을 들어요. 그러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지요. 그리고 요즘에는 자주 걷고 있어요.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걷기에 편안한 신발과 복장을 샀더니 더 자주 나가게 되네요. 그러곤 작업실로 돌아와요.

Q&A

  • [윤희에게 OST]는 어떤 점을 특히 주의 깊게 들으면 좋을까요?

    김해원)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음악이 나왔던 장면과 각자가 영화를 감상한 날을 복기하며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음악이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는 개인의 기억들이 노래에 완전히 박제되는 것 같거든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당시의 기억이 재생되고, 감정이 되살아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앨범을 들으며 각자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셔도 좋아요. 원래 이미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영화음악에 이미지를 위한 빈자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자기만의 이미지로 채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Q&A

  • 황푸하 님과 같이 작업한 '나의 고향'은 어떤 작업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김해원) 푸하 씨가 제 작업실에 들러서 곡의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기타로 러프하게 연주해서 들려줬어요. 그중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록해두고 곡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일종의 샘플링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일렉트로닉 장르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 음악에 그런 기법을 적용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나의 고향'이 실린 [이야기해주세요] 앨범의 참여 음악가들이 모여서 처음으로 마스터를 감상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음악을 다 듣고 김완선 님께서 셀카도 괜찮으니 영상으로 각자의 음악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해서 말씀하셨거든요? 그날 푸하 씨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가다가 딱 떠오른 것이 뮤직비디오가 되었어요. 저희가 촬영, 편집을 직접 했거든요. 집 근처 스튜디오를 빌려서 서로가 서로를 찍어줬어요.

Q&A

  • 가장 최근에 발표하신 'Mago: Music For Photography'는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들으면 좋을까요?

    김해원) 이 음악은 사진과 사진이 걸렸던 공간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3분 이내에 서사를 담는 보통의 노래들과 다르게 긴 시간을 편안한 상태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언가 집중하는 활동을 하시며 들으시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공부를 하시거나, 명상을 하며 듣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황예지 작가의 "마고"는 현재 도록으로 판매되고 있고, 작가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러한 디테일들을 하나씩 챙겨보는 즐거움 또한 있을 것 같아요.

Q&A

  • 준비하시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김해원) 황예지 사진가가 참여하는 다른 전시의 음악을 맡아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그리고 요즘 들어 예전보다 더 편안하게 음악을 많이 듣고, 기록들을 살피며 제 솔로와 "김사월X김해원"의 곡을 쓰고 있어요. 그것이 무르익어 결실이 생기면 작업물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사월 씨와는 서로가 편안한 방식으로 음악을 계속 나누고 싶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 같아요. 사월 씨가 'Mago: Music For Photography'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도 그러한 과정의 일부예요.

Q&A

  • 학창시절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김해원) 학창 시절에는 주로 부모님을 만족시켜드리고 싶고, 특기를 살려 전문직에 종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천천히 관심사가 음악과 영화로 좁혀졌는데, 이 두 가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던 제게 위안이 많이 된 친구 같은 존재들이에요. 진로를 생각하며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A

  • 10년 뒤 본인이 바라는 모습은?

    김해원) 무엇보다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제가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있길 바라요.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라고요.

Q&A

  •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해주면 좋을까요?

    김해원)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직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그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감각 정도? 무엇을 하고 있든 현재를 살아가는 음악가로 남길 바라고 있어요.

사진 제공ㅣ황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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