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그 자체, Oasis [Definitely Maybe](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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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그 자체, Oasis [Definitely Maybe](1994)

2020.06.18
Special

오아시스 그 자체, Oasis [Definitely Maybe](1994)

"쾌감으로 질주하는 로큰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강조하고자 했던 핵심만을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사람들이 온통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5)만 최고로 치는데 내 생각에는 [Definitely Maybe](1994)가 더 훌륭하다"는 거다. 그렇다. 대중적인 성공의 척도로만 재자면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1위일 것이다. 이건 볼 것도 없다. 하나, 적어도 당신이 오아시스(Oasis)의 찐팬이라면 노엘 갤러거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알 거라고 믿는다. 뭐랄까. [Definitely Maybe]라는 앨범은 오아시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출처ㅣOasis 공식사이트


Album

Oasis [Definitely Maybe](1994)

Definitely Maybe


도발적이다. 패기가 넘친다. 앨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조금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기 같은 게 느껴진다. 이유라고 해 봤자 별 거 없다. 나는 젊고, 야심에 차 있으며, 세상은 이미 내 장난감이 될 준비를 끝마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이게 전부다. 그러니까 까불지 마라. 나는 영원의 생명을 누릴 로큰롤 스타다. 비틀스(The Beatles)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여 우리가 고한다. 걱정 따위는 집어치워라. 여기, 오아시스가 나가신다.

세다. 강력하다. 그들의 기반이 펑크(Punk)임을 알 수 있는 기타 리프가 벼락처럼 내리친다. 그렇다. ' Rock 'N' Roll Star' 말이다. 단지 펑크만은 아니다. 그들은 여기에 기가 막힌 멜로디를 심어놓았다. 이런 방향성을 극대화해 비틀스에 더욱 가까워진 결과물이 2집이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심지어 로큰롤 스타답게 뻔뻔하기까지 하다. 음반에 실린 'Shakermaker'가 뉴 시커스(New Seekers)의 곡 'I'd like To Teach The World To Sing'을 표절한 것으로 판명 나자 노엘 갤러거는 자신의 차용 미학에 대해 이렇듯 당당한 어조로 의견을 밝혔다.

"어떤 것도 새로운 건 없다. 만약 비틀스가 셔렐스(The Shirelles)로부터 뭔가를 갈취하지 않았다면 대체 뭘 할 수 있었겠나?"

괜히 흉내 내고 싶어지는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막가파 보컬은 또 어떤가. 그는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의 프런트 맨 조니 로튼(Johnny Rotten)의 유일무이한 직계다. 저렇게 허리를 굽혀서 생목으로만 질러대면 성대 나가지 않겠냐고 되묻지 마라.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 평범한 인간은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지만 로큰롤 스타는 다르다. 로큰롤 스타는 오직 오늘만을 산다.

정말 그랬다.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후배든 선배든 걸리면 여지없었다. 물론 그것은 자신감으로 충만했기에 가능한 독설이었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에서 스팅(Sting)과 필 콜린스(Phil Collins)를 입으로 아작 냈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노엘 갤러거는 "실력은 좀 모자랐지만 우리에게는 기백이 있었고, 뭉쳤을 때 훨씬 강했어"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오아시스가 바닥에서 실력을 닦고 있을 때 영국에는 레이브(Rave) 광풍이 불고 있었다. 젊은이들 거의 전부가 클럽에 가서 약을 먹고 춤을 췄다. 오아시스 멤버에게 유혹이 없었을 리 없다. "친구들이 가자고 해도 우린 그냥 합주실이나 갔어.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거든." 이후 같은 합주실을 쓰던 다른 밴드 멤버의 소개로 저 유명한 알란 맥기(Alan McGee)를 만나면서 오아시스라는 전설이 시작된다.

'Married With Children'을 제외한 수록곡 전부가 제목 그대로 'Supersonic'하다. 한국말로 바꾸자면 "청각을 향해 돌격하는 소리의 대공습"이다. 쾌감으로 질주하는 로큰롤이다. 언급한 곡들 외에 절정을 꼽자면 'Cigarettes & Alcohol'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슈퍼소닉] 속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악동 같고, 공격적이고, 성질 고약하게 들리는 사운드"다.

그렇다고 단지 드라이브를 강하게만 가져간 거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아시스는 절묘하게 사운드 밸런스를 조정해 "매력적으로 시끄러운 톤"을 완성해냈다. 인터뷰에 따르면 레코딩 초기에는 소리를 잡느라 애를 먹었는데 마크 코일(Mark Coyle)이 엔지니어로 합류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결국, 음악만이 아닌 캐릭터 싸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령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당연히 좋은데 갤러거 형제의 거침없는 언행이 거기에 더해져 팬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한 것이다. 과연, 진정한 슈퍼스타는 음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악 외에 그 누구와도 대별되는 퍼스낼리티를 두르고 있어야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법이다. 오아시스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수많은 팬이 그들의 재결합을 바라고 있다.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리암 갤러거의 다큐멘터리 [As It Was]를 본 팬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오아시스의 음악을 만날 수 없다. 저작권자인 노엘 갤러거가 허락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놀랍게도 리암 갤러거는 자신의 솔로 1집과 2집 [Why Me? Why Not.](2019)을 통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금 영국의 10대와 20대는 이 옷 잘 입는 쿨한 중년 아저씨를 정말이지 애정한다. 그의 공연장에 가면 30대 이상이 아니라 10대와 20대의 비중이 도리어 높다고 한다. 이런 지지를 기반으로 2017년 발표된 그의 솔로 데뷔작 [As You Were]는 지난 20년간 나온 앨범들 중 바이닐(LP) 판매 1위를 기록했다.

[As It Was]에서 나온 다음의 멘트로 글을 맺는다. 노엘 갤러거에 대한 평가다.

"노엘은 음악을 과대평가했어요. 그리고 리암을 과소평가했죠."

오아시스야말로 완전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근데 재결합, 어려울 거 같다. 형과 동생 둘 모두 부족할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 예측이 틀리기만을 바랄 뿐인데 아무래도 맞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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