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오디오,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매니아의 음악 서재

장마철의 오디오,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2020.07.01
Special

장마철의 오디오,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이베이 등을 통해 미국 본토의 오디오를 사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제품이 출시된 지 40년이 훨씬 지난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를 열어보면 새하얀 가루 같은 먼지만 있고 내부가 정말 깨끗한 기기들이 있죠.

위 사진은 1966년도에 제작된 펜더 디럭스 리버브라는 기타 앰프인데요. 먼지만 털어낸다면 50년이 아니라 5년 된 앰프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그에 비해 어떤 앰프들은 '과연 이 앰프에서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노후화가 진행된 앰프도 있습니다. 과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에는 전 세계 웨스턴 일렉트릭 앰프와 스피커의 99%가 일본에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웨스턴 일렉트릭 오디오의 열풍이 불었을 때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웨스턴 일렉트릭 오디오의 대부분은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었죠. 정말 신기한 것은 오디오 매매업자 중에는 그 앰프나 스피커가 일본에 몇 년이나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그걸 알았을까요?

미국에서 온 기기가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내부가 깨끗한 기기라면 그 기기는 십중팔구 미국 서부,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왔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연식에 비해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기기라면 비가 많이 오는 뉴욕에서 왔을 확률이 높고요.

일본의 여름은 나라 전체가 습식 사우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습도가 높습니다. 그렇기에 오디오 내부의 부식 상태를 보고 일본에 얼마나 있었나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미국에 있을 때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서 왔다는 가정 하에서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오디오의 수명은 열과 습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디오는 열과 습도에 민감한 기기입니다. 사막지대인 캘리포니아 지역과 겨울철에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뉴욕은 습도의 차이가 많이 나고 습도가 낮을수록 기기의 보존 상태가 좋다는 것이죠.

앰프든 스피커든 오디오 내부에는 전자 부품이 반드시 들어가고, 그런 전자 부품은 쇠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쇠는 습기에 노출되면 부식이 발생하죠. 즉 녹이 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전기전도율은 떨어지고, 그렇기에 소리에 변형이 생기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기기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여름에 습도가 대단히 높은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오디오에도 특별한 습도 관리가 필요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오디오 룸에 제습기를 설치하는 겁니다. 제습기를 처음 써보신 분들은 아마 그 엄청난 습도 때문에 놀라실 텐데요. 수분의 저장 용량이 크지 않은 제습기라면 24시간을 채 돌리지 못했는데도 만수가 되어 더 이상 제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 중에 습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습기는 생각보다 많이 시끄럽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는 제습기 소리가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그게 싫으시다면 오디오 룸에 에어컨을 설치하시고 제습으로 켜놓고 계세요. 이게 제가 쓰는 방법인데요. 저는 여름철에는 24시간 에어컨을 켭니다. 제가 살이 많이 찌다 보니 더운 걸 잘 못 참게 되었고, 같이 살고 있는 삽살개 두 녀석도 더위를 못 참아서 더위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짜증내기보다는 그냥 에어컨 켜서 스트레스 덜 받고 그 시간에 일을 해서 전기요금을 벌자는 생각에서요.

특히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시는 분이시라면 꼭 제습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오디오 룸에는 반드시 에어컨이 필요합니다. 전기요금 아끼겠다고 굳이 한 여름에 사우나에서 음악을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난 굳이 전기요금을 아껴야겠다." 내지는 "전기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에어컨 제습도 시끄럽다." 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을 하나 알려드릴 텐데요. 습기제거용품을 벌크로 삽니다. "물먹는"으로 시작하는 하마부터 코끼리, 고래, 도깨비 등등 많이 있잖아요? 뭐든 상관없습니다.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 가시면 16개 상자가 2만 원이 안 됩니다. 그리고 그걸 다 뜯어요. 옷장에도 하나 놓고, 거실에도 하나 놓고, 신발장에도 하나 놓고, 하여튼 여기 저기 놓고 남은걸 모두 오디오 룸에 놓습니다. 당연히 한 곳에 몰아서 놓는 것 보다는 여기 저기 CD장 안에도 놓고 앰프 위에도 놓고 등등 높낮이를 달리 해서 여기저기에 놓습니다. 닫힌 공간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것 외에도 또 신경 쓸 일이 있는데요. 오디오에서 사용하는 볼륨은 가변저항이고 접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저항 값을 가지는 원리로 사용하는 부품입니다. 그런데 습한 여름이 되면 사용하지 않는 접점에는 녹이 슬기 마련이고, 그게 오래 지속되다 보면 접점불량으로 발전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꼭 매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만 오디오의 각 노브들을 양쪽 끝으로 열 번 정도씩만 돌려주세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비가 오면 노래가 더 좋게 들린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대부분 "비가 오니까". 근데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그리고 누구나 답을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소리는 사람의 청각기관을 자극하여 청각을 일으키는 주파수 대역을 갖는 파동이고, 파동이라는 말은 매질(medium, 媒質)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진공 상태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리의 매질로 공기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물질은 매질이 되고, 수분 역시 아주 훌륭한 매질이 됩니다. 실제로 15℃의 공기에서는 약 340m/s의 전파 속도를 가지지만 물에서는 1500m/s의 전파 속도를 가지며, 기온이 1℃씩 오를 때마다 0.6m/s씩 빨라집니다. 만약 물에서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올림픽에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볼 수 없을 겁니다.

자, 이제 답은 다 나왔습니다. 건조하고 맑은 날은 습도가 낮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는 안정되고, 한랭 건조합니다. 반면 여름에는 남태평양 저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비가 많이 오죠. 물론 맑은 날이건 비가 오는 날이건 전체 공기의 분자 수에는 변함이 없지만(아보가드로의 법칙) 비가 온다는 말은 공기 중에 마른 공기 분자보다 젖은 공기 분자가 많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마른 공기의 비율이 높을 때보다 소리의 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소리는 더 좋게 들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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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먹구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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