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재즈 여행 (Pt. 2): 서아프리카 그리고 하이라이프와 아프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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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재즈 여행 (Pt. 2): 서아프리카 그리고 하이라이프와 아프로비트

2020.07.06
Special

아프리카 재즈 여행 (Pt. 2): 서아프리카 그리고 하이라이프와 아프로비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재즈를 살펴본 지난 회에 이어서, 아프리카 재즈 기행,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주에도 지난 회처럼 지난 4월 30일 세상을 떠난 나이지리아의 전설적인 드러머 Tony Allen의 음악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남아공의 전설적인 트럼피터 Hugh Masekela(1939~2018)와 녹음한 유작 앨범 [Rejoice]에서 음악을 골라 봤습니다.

아울러 음악 두 곡을 더 보내드릴까 합니다.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카메룬의 색소포니스트 Manu Dibango(1933~2020)의 대표곡들입니다. 이들 명인들을 기억하면서 서아프리카 지역의 재즈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 내에서도 역사적으로 일찍이 유럽 열강들의 침략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기니 만(灣) 일대에 막대한 금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유럽인들은 15세기부터 이 일대의 침략을 계속했고 16세기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한 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유럽인들은 자신이 점령한 땅을 인도로 착각하고 그곳 원주민들을 "인디언", 곧 인도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이 유럽인이 옮긴 세균에 의해 절대다수가 사망하자 유럽인들은 새로운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가장 접근이 용이한 서아프리카 지역을 더욱 침략해 역사상 가장 극심했던 노예무역을 시작했습니다. 19세기에 이 지역은 대부분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는데 2차 세계 대전 후 제국주의 세력의 힘이 재편되면서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서아프리카 지역의 나라들은 독립적인 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그러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20세기 초 식민지 가나에서는 독특한 음악이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서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리듬 섹션과 관악기들의 사운드로 표현하는 음악으로 사람들은 이 음악을 "하이라이프(Highlife)"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아프리카 지역의 독특한 재즈 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 리듬은 20세기 카리브해 일대의 리듬이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1940년대부터 하이라이프는 전성기를 맞이하며 이 음악의 명인들을 등장시키기 시작합니다. "하이라이프의 왕"으로 불렸던 E. T. Mensah(가나, 1919~1996), Bobby Benson(나이지리아, 1922~1983), E. T. Mensah 밴드의 드러머였고 Kofi Ghanaba란 이름으로도 불렸던 Guy Warren(가나, 1923~2008)은 이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단지 아프리카 지역 안에서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으로 알려졌고 서아프리카 지역의 독자적인 재즈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점을, 적어도 전 세계의 재즈 음악인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1960년대 들어서면서 서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은 형식적이나마 유럽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면서 독립 국가를 출범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식민지 국가가 그랬듯이 평화의 시대가 아닌 새로운 내전과 갈등의 출발이었습니다. 독립은 되었지만 오랜 식민지 시대의 이해 갈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외세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국경선이 결정된 새로운 국가들은 한 나라 안에 민족, 종교, 이념 등이 혼재되어 격심한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음악인 Fela Kuti(1938~1997)는 자신의 고국이 '67년에 내전에 휩싸이자 음악을 위해 이웃 나라 가나로 피신을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존의 하이라이프에 재즈, 펑크(funk), 살사, 칼립소 등을 더하고 여기에 나이지리아 요루바족 음악을 뒤섞은 음악을 고안합니다. 그는 그 음악을 아프로비트(Afrobeat)로 명명하게 됩니다.

Fela는 아직 내전 중인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69년 미국 LA에서 약 10개월간 머물면서 당시 흑인인권 운동의 좌파 정당이었던 "블랙 팬서"와 교류를 가졌고 그 시기 미국 흑인음악의 흐름을 몸소 체험합니다.

1970년 나이지리아의 내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군사독재와 내분이 끊이지 않는 상태에서 Fela는 고국에 돌아와 음악을 통해 아프리카 음악의 일대 혁신을 가져옵니다. 그것은 Miles Davis가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음악을 더 이상 재즈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처럼, 기본 재즈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음에도 동시에 재즈의 기법을 일관되게 사용한 새로운 음악이었습니다. 그 음악에 매료되었던 The Cream 출신의 명드러머 Ginger Baker는 Fela Kuti의 '71년 앨범 [Live!]에서 함께 연주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Fela Kuti는 스스로를 순수한 음악인으로 여기지 않았고 자신을 정치인이자 혁명가로 생각했습니다. 평소 그의 소신처럼 음악은 미래의 무기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자신의 밴드 "Afrika '70"의 단원들이 모두 생활하는 일종의 해방구로 만들었고 당시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나이지리아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의미에서 "칼라쿠타 공화국"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1977년 군사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그의 앨범 [Zombie]가 발표되어 커다란 화제를 몰고 오자 군사정권의 병력은 그의 스튜디오를 공격해 모든 녹음과 악기, 장비 등을 부수고 스튜디오를 폐쇄합니다. 이후 망명, 대선 출마, 두 차례의 구속, 수십 명의 이르는 밴드의 여성 멤버들과의 결혼(그는 정치적 민주주의자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자였습니다) 등 파란만장한 삶으로 59세에 생을 마감한 그였지만, 색소포니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이며 보컬리스트였던 Fela의 진취적이며 에너지로 들끓었던 음악은 여러 명반들을 통해 아프로비트 음악을 20세기 음악 안에 또렷이 새겨 놓게 됩니다.

오늘 음악의 시작을 알렸던 Tony Allen(1940~2020)은 Fela Kuti의 '60년대 밴드 "Koola Lobitos" 때부터 함께 연주를 시작해 '70년대 밴드였던 Afrika '70 시절까지 함께 연주했던 드러머였습니다. 그는 Guy Warren의 하이라이프 리듬과 Art Blakey, Max Roach의 재즈 드럼을 완벽하게 습득했으며 Fela Kuti와 함께 펑크 리듬을 더함으로써 아프로비트 리듬을 완성했습니다. Fela Kuti는 장대하게 펼쳐지는 그루브 속에서도 멤버들의 연주 내용을 일일이 악보에 적고 지시했지만 Tony Allen의 드럼만큼은 자율적으로 맡길 만큼 그의 연주를 신뢰했습니다. Fela는 말했습니다. "토니가 없었다면 아프로비트 사운드는 없었다."

Tony Allen은 Fela Kuti와 30여 장의 음반을 함께 녹음 한 뒤 1979년 솔로로 독립했으며(그 무렵 Fela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이때 시작된 민간정부가 '83년 다시 군부 쿠데타로 전복되자 Fela Kuti는 구속됐고 Tony Allen은 유럽으로 망명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더욱 열정적으로 자신의 앨범들을 발표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모두 소화하는 유연한 드러밍으로 모든 음악인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비록 Fela Kuti와 Tony Allen이라는 두 거인이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하이라이프와 아프로비트의 결코 짧지 않은 역사는 여전히 음악 곳곳에, 특히 재즈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일찍이 아프리카 음악에 심취했던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Randy Weston은 1960년대부터 하이라이프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며 Fela Kuti와 협연했던 드러머 Ginger Baker는 자신의 밴드 Air Force의 잼세션에서 아프로비트의 리듬 패턴을 기초로 삼았습니다. 아방가르드 재즈 트롬본 주자 Craig Harris, 색소포니스트이자 재즈의 거장인 Wayne Shorter, 일렉트릭 베이스의 명인 Marcus Miller, 덴마크의 전위파 재즈 기타리스트 Pierre Dorge에 이르기까지 서아프리카 지역의 재즈는 중요한 소재가 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고달프고 험난했던 아프리카의 역사만큼 그곳에서 살아남은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인하고 예술적 절실함을 갖고 있는지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아울러 태생적으로 여러 민족과 문화의 융합으로 탄생한 재즈의 중요한 힘은 이렇듯 다양한 음악들을 한데 묶는 힘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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