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망의 기로에 선 밴드, Kasabian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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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망의 기로에 선 밴드, Kasabian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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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망의 기로에 선 밴드, Kasabian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

7월 6일, 영국 밴드 Kasabian의 보컬 Tom Meighan이 그룹에서의 탈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최근 약혼자를 폭행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처음에는 폭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폭행 현장이 담긴 CCTV 증거가 공개되자 폭행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네요.

이 소식은 Kasabian의 소셜미디어에도 곧바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Kasabian은 "가정 폭력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Tom의 탈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23년. Tom이 Kasabian의 보컬을 맡은 기간입니다. 데뷔보다도 이전부터 Tom은 밴드의 유일한 보컬로 활동해 왔습니다. 밴드의 핵은 곡을 전담해서 만드는 기타리스트 Serge Pizzorno이지만, Tom은 그를 표현하는 "목소리"로 커리어의 시작점부터 기능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Liam이 없는 Oasis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Tom이 없는 Kasabian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예측불가의 사건 탓에 Kasabian의 향후 활동은 제동이 걸렸습니다.

새 보컬을 구한다면 그룹의 명맥은 이어갈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이제껏 알던 Kasabian은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들의 존재가 추억으로 남기 전에, 오늘은 Kasabian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알고 보면 불길한 Kasabian이라는 이름

무슨 뜻인지 모를 Kasabian이라는 밴드의 이름은 희대의 연쇄살인범 찰스 맨슨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자 대스타였던 샤론 테이트를 살해할 때 망을 본 것으로 알려진 인물, 린다 카사비안(Linda Kasabian)으로부터 따왔습니다.

다른 맨슨의 공범자들이 모두 살인죄를 적용 받아 사형을 선고 받을 때, 린다는 재판장에서 찰스 맨슨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가며 감형을 받아 사형을 면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폐지로 인해 다른 인물들도 모두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게 됩니다.) 다른 그룹의 이야기이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의 이름이 바로 마릴린 먼로와 찰스 맨슨을 합한 이름이었죠.

이는 1집 이후 Serge와의 불화로 팀을 나간 원년멤버 Chris Karloff의 아이디어였는데, 당시 그는 그 이름이 그저 쿨해보이기 때문에 밴드 이름으로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그룹이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이들은 Saracuse라는 맥없는 이름을 밴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Kasabian은 몰라도 'Fire'는 아는 해외축구 팬들

이들이 2009년에 발표한 [West Ryder Pauper Lunatic Asylum]의 수록곡 'Fire'는 2010년부터 3년간 유럽 프리미어 리그 주제곡으로 쓰였습니다. 때문에 꼭 음악 팬이 아니더라도, 해외축구에 관심이 많은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시기는 해버지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던 때이기 때문에, 그 때의 경기를 보며 자란 팬들에게는 당시의 감상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곡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PL의 팬인데 제목만 보고서는 잘 모르겠다면, 아래 노래를 들어보세요. 당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던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릴지도 모릅니다.

Oasis와의 연관성

초기의 Kasabian은 이미지 면에서 Oasis와의 유사점이 많았습니다. 걸걸한 입담으로 다른 뮤지션들을 깔아 뭉개는 안하무인격 터프함, 매 순간 거침없고 당당했던 록스타로서의 태도, 프런트맨과 작곡담당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파트분배 등은 Gallagher 형제와의 비교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이었습니다. 2009년에는 실제로 Oasis의 투어 서포트 밴드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기도 했죠.

참고로 데뷔시절 이들의 저격대상은 The Strokes의 Julian Casablancas, The Libertines의 Pete Doherty, 이제 막 솔로로 자리를 잡아가던 Justin Timberlake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었습니다. 수년이 지나고 2009년의 인터뷰에서 Tom은 당시의 독설들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발언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거였어."

오디오보다는 스테이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트랙들

태도 때문에 비교대상이 Oasis였지만, 사실 이들의 음악은 Oasis의 그것보다는 보다 강력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음악적 포인트는 감성보다도 에너제틱한 록 사운드에 있었고, 때문에 스테이지에서 그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트랙들이 많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운동할 때 부스터용으로 듣기 좋은 노래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Club Foot', 'Shoot The Runner', 'Days Are Forgotten', 'Stevie' 등이 좋은 예입니다.

2008년, 그리고 2014년 두 번에 걸쳐 가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던 시간으로 음악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다시는 이때의 조합을 볼 수 없을 듯 한데요. Tom의 폭행사건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Tom 탈퇴 이후 밴드의 향방은?

Tom의 탈퇴로 인해 밴드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간의 추스를 시간을 보낸 후 다른 보컬과 함께 활동을 이어갈지, 혹은 밴드를 해체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멤버들간 결단의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이네요. 물론, 팬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불만족스럽긴 할 테지만요.

어쩌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Kasabian, 오늘만큼은 이들의 음악에 다시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는 밴드의 마지막 투어였던 2018년 남미투어에서의 세트리스트입니다. 이들의 열띤 무대를 상상해보기에 부족함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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