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크리틱 통계로 보는 상반기 주요 해외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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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크리틱 통계로 보는 상반기 주요 해외앨범들

2020.07.20
Special

메타크리틱 통계로 보는 상반기 주요 해외앨범들

메타크리틱(metacritic)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게임, 영화, TV프로그램, 음악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작품들을 평가한 비평가집단 및 유저들의 평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제공하고, 그에 따른 통계를 제공하는 집계 사이트이지요.

그 중 음악 영역에서는 올뮤직가이드, 롤링스톤, NME, 피치포크, 스핀 등 유수의 음악지들은 물론,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같은 주요 일간지들의 평가까지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앨범들에 대한 현지 평가를 한 눈에 열람하기에 상당히 좋습니다. 아마 해외 음악을 주로 찾는 분들은 많이들 이용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메타크리틱에서 올해 발매된 앨범들 중 상반기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앨범들의 통계를 내놓았는데요. 이미 2020년의 절반이 지났기 때문에, 향후 연말 어워드마다 뽑을 올해의 앨범(AOTY)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해외 앨범을 찾아 듣는 분들은 당장 디깅할 좋은 앨범을 찾는 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을 테고요.

여기서는 통계에서 제공하는 상위의 앨범들 중 평균 90점 이상을 기록한 다섯 장의 앨범을 메인으로 소개해 봅니다. 전체 리스트는 글 최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동 4위 (90점)

Moses Sumney [græ]

국내에도 내한한 적이 있는 R&B 싱어송라이터 Moses Sumney의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요즘 흔치 않은 더블앨범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정형적이지 않은 곡의 구성과 가성의 대담한 활용, 보컬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다층적 접근, 희뿌옇게 느껴지게 연출한 신시사이저 등 그만의 음악세계가 좀 더 뚜렷해진 앨범으로 들리는데요. 그 파격적인 구성을 신선하게 느낀 평론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중문화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는 이 앨범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습니다. "[græ]는 그가 탐구적인 가사와 함께 포크, 재즈, 클래식, 아트록을 아우르는 어떤 존재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Sumney는 결국 경이로운 소리들을 만들어냈다." 앨범을 들어본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코멘터리일 겁니다.

공동 4위 (90점)

Phoebe Bridgers [Punisher]

Phoebe Bridgers는 20대를 대변하는 1994년생의 젊은 아티스트입니다. 정도 이상의 레트로한 접근이 충격적(?)인 'Kyoto'의 뮤직비디오 감성은 한 번만 봐도 각인이 될 만큼 놀라운 수준이죠. 치기 어림과 독보적인 개성을 모두 갖춘 영상은 수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그녀의 팬으로 섭렵해버렸습니다.

인디록을 지향하고 있지만, 음악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침이나 낮보다는 새벽이 어울리는 노래들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또한, [Punisher]는 이 리스트에서 소개해드리는 앨범 중 (대체적으로) 가장 팝적인(!) 앨범이며, 그가 보컬 재즈를 전공해 싱어로서의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보컬에 신경을 쓰며 듣는 입장이라면 보다 보편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일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트랙에는 소름이 쫙 돋는 포인트도 있으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세요!

3위 (평균 91점)

Perfume Genius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

Perfume Genius는 LGBT(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지지를 받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자신이 성소수자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 채로, 자신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죠.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는 그의 정규 2집입니다.

하지만 그저 이것만으로 Perfume Genius를 소개하기에는 그가 가진 음악적 포텐셜이 너무도 거대합니다. 그의 음악은 순수하고, 경건하며, 탐미적인 동시에 용감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생에 대한 뜨거운 고백으로 가득 찬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를 듣고서 마음이 동하지 않기란 불가능합니다.

향수 천재보다는 진짜 음악적 천재로 평가 받고 있는 Perfume Genius의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 올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앨범 중 하나임에 분명합니다.

2위 (평균 95점)

Bob Dylan [Rough and Rowdy Ways]

[Rough and Rowdy Ways]는 시대의 음유시인 Bob Dylan이 2012년 이후 처음 내놓은 정규앨범입니다. 2016년 'Like A Rolling Stone'을 통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발표한 첫 정규앨범이기도 한데요. 주인공이 Dylan인 만큼, 멜로디보다는 가사가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앨범 후반부를 장식하는 약 17분짜리 대곡 'Murder Most Foul'에 그 가사미학의 핵심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이 곡에는 The Beatles와 로큰롤, 그리고 우드스탁 등 20세기의 주요 문화적 모멘트들이 문화대백과사전급으로 등장합니다. Dylan이 지나온 시대에 대한 요약임과 동시에, 현시대의 주요 모멘트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까지도 연결해주는, 시대의 창(窓)과 같은 노래가 아닌가 싶네요.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 성과까지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Dylan은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7개 단위의 Decade에서 모두 Top40를 기록한 유일한 음악가로도 기록되었다는 후문이네요.

1위 (평균 98점)

Fio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

대망의 1위는 Fiona Apple의 앨범이었습니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을 수 있는 "가치판단"의 영역인 평론에서, 거의 모든 비평집단에서 만점을 매긴 98점이라는 점수는 사실 있을 수 없는 점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Fiona Apple의 앨범이 올해 팝계의 뜨거운 감자였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깐깐한 피치포크미디어에서도 만점을 매겼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피치포크는 1995년 설립된 이래 10점 만점을 부여한 앨범이 단 열 두 장뿐일 정도로 까탈스런 음악 잡지입니다. Fiona Apple의 앨범 이전, 이들이 가장 근래에 만점을 준 앨범은 2010년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였고요.

Kanye West 앨범의 경우 목소리를 악기화하고,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기존의 힙합 음악에서 틀을 깨는 구성을 시도하는 등 음악적 능력을 만개한 작품이었는데요. 이후 음악계에 미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던 이유로 지금 시점에서는 힙합계를 넘어 대중음악사의 한 기점으로까지도 평가 받는 앨범입니다.

이런 식으로 음악계 전체를 뒤흔들만한 어떤 기점에 준하는 앨범에나 만점을 매기는 피치포크이기 때문에, Fiona Apple의 앨범 또한 이후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지 않을까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번 앨범의 경우 공간에 대한 통찰, 반려견들이 짖는 소리까지 함께 녹음할 만큼 내추럴한 녹음상태, 개인과 현실의 반영 및 고발 등이 그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네요.

해당 앨범에 대한 보다 많은 이야기는 이전에 따로 써두었던 글 한편으로 대신해 봅니다. 앨범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 이곳에 다 이야기하기에는 이 공간이 충분치 않으니까요.

metacritic Best Albums 2020

그 외 순위들

공동6위 (89점)

Run the Jewels [RTJ4]
Rina Sawayama [Sawayama]
B.C. Camplight [Shortly After Takeoff]
Laura Marling [Song for Our Daughter]
HAIM [Women in Music, Pt. III]
Freddie Gibbs [Alfredo]
Gil Scott-Heron [We're New Again - A Reimagining by Makaya McCraven]

공동 13위 (88점)

Dua Lipa [Future Nostalgia]
Waxahatchee [SAINT CLOUD]
Yves Tumor [Heaven To A Tortured Mind]
Neil Young [Homegrown]

공동 17위 (87점)

Mystery Jets [A Billion Heartbeats]
Beatrice Dillon [Workaround]
J Hus [Big Conspi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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