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KYUL) '여름날 추억을 불러오는 음악'

테마&픽

결(KYUL) '여름날 추억을 불러오는 음악'

2020.07.31
플레이리스트

결(KYUL)

"계절이 고작 4개뿐이라 계절마다 가장 중요한 추억이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으니까 저만의 계절을 자극했던 곡들을 나누며 듣는 분들께 재미와 위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PLAYLIST

'여름날 추억을 불러오는 음악'


Q&A

  • 플레이리스트 선정 곡 중 선곡 이유가 궁금합니다.

    결) 크게 한국 노래들은 아주 옛날의 저에게 중요했던 노래들, 팝은 비교적 최근 노래들이에요. 모든 곡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고 싶지만 5개만 신중하게 골라보겠습니다.

    Finneas / Let's Fall in Love for the Night

    작년에 가장 충격을 받았던 앨범은 빌리 아일리시 정규였어요. 그 프로듀서가 Finneas에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니 이미 제 계정으로 이 노래를 비롯해 하트가 몇 개씩 박혀있더라고요. 이미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뒀는데 그 사람이 이 사람인지는 몰랐던 거죠. 피니어스는 인터뷰에서도 정말 솔직하고, 음악에서도 그 성격이 가감 없이 나타나요. 구성에서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자극하는 실력이 뛰어난 뮤지션입니다.

    Chet Faker / 1998

    지금은 Nick Murphy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인데요. 노래를 부르기 전에 "혹시라도 노래를 해서 앨범을 낸다면 이 사람처럼 부르고 싶다!"의 "이 사람"입니다. 제임스 블레이크와 함께 제가 노래를 뒤늦게나마 시작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쳤어요. 쳇 페이커 시절의 그의 음악들은 정말 시원해요. 여름날 해안 도로를 빠르지 않게 서행하는 기분이에요.

    브라운 아이즈 / 비오는 압구정

    여름날 비가 오는 압구정에 대한 추억이 유독 많습니다. 이 노래를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댓글에 다들 이 노래에 대해 서로의 추억을 나누는 걸 봤어요. 저도 이제는 그 시절 브라운아이즈 멤버(나얼, 윤건)보다 나이가 많아지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 노래를 듣고 울고 웃을 즈음을 제가 잘 기억하고 있을까요. 아무튼 제 여름날의 추억을 가장 잘 자극하는 노래입니다.

    에픽하이 (EPIK HIGH) / Paris

    장르 음악에 처음 빠지게 된 계기는 힙합이었어요. 그리고 그 시작은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 무료 BGM으로 제공했던 에픽하이 노래 덕분이었어요. 이 노래였는지 'Fly'였던지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접했던 에픽하이 덕분에 앨범도 처음 사보고, 지금까지도 음악을 외골수처럼 듣게 됐습니다. 2006년 여름에 이 노래를 알게 돼서 3집을 한참 듣다 4집을 겨울에 사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3집은 여름 같고, 4집은 겨울 같아요.

    혁오 (HYUKOH) / 위잉위잉

    위잉위잉은 여름날 습기 가득한 방바닥에 구워삶아지듯 누워 땀 흘리면서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대인 기피에 빠져있던 예전의 저를 생각하게 해서 좋아해요. 이 노래가 사랑받았던 건 모두가 그런 기억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Q&A

  • 결 님의 기억에 남아있는 여름날의 추억을 하나 소개해주세요.

    결) 이맘때만 되면 자꾸 훈련소 다녀오는 꿈을 꾸거든요. 제가 2013년 7월에 입대했는데 자꾸 그때로 돌아가요. 그때 추억이 많았어요. 2학년 1학기 처음 전공 수업을 듣고, 교수님이나 웃긴 선배 목소리를 흉내 내면 동기들과 철없이 깔깔거리고, 지금은 한 잔도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무슨 정신으로 마셔대고, 대학교 와서 연애를 하고, 그런 과정들이 잘 짜인 성장드라마 같았어요. 그런데 입대가 코앞에 오니까 조명이 암전되는 것처럼 하나씩 사라져 가더라구요. 철 모르던 나에게 가르침을 줬던 멋진 사람들도 떠나가고, 대학생이라는 내 정체성도 사라지고, 나중에는 나 혼자 남았더라구요. 그때 바로 훈련소에 들어갔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많은 성찰을 했어요. 그렇게 단맛과 짠맛을 두루 겪고 나니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꿈에 나오나 봐요.

Q&A

  • 결 님은 여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결) 본가가 경남이어서 집에 가끔 내려갔다 와요. 이번 달은 바빠서 못 갔는데, 8월에 가지 싶어요. 본가 시골엔 밤만 되면 정말 아무 소리도 없어서 "생각보다 내가 소음 가득한 곳에 살고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돼요. 여름엔 자주 나가진 않아요. 그냥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쐬면서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산책 나가서 생각 정리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Q&A

  • 결 님이 좋아하는 계절 혹은 날씨도 궁금합니다.

    결) 저는 겨울을 좋아해요. 추운 날씨에 입김을 후후 불면서 오들오들 떨다 집에 들어올 때의 그 안락함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겨울 냄새를 좋아해요. 숨을 크게 마시면 입안 가득히 서늘해지는 그 느낌만으로 그 계절 즈음에 만났던 여러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 계절이 주는 공기의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A

  • 결 님의 곡 중 여름에 들으면 좋은 음악과 가사 한 부분을 소개해주세요.

    결) 제 노래는 겨울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많긴 한데 '지나가면'이 아무래도 여름에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곁에 없어도 넌 여전히 아름다울 거야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으니 묻어두자" 하고 덤덤하게 지나간 시간을 돌아봤던 노래인데, 단순한 메시지에만 집중하게 만들려고 가사를 거의 넣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부담 없이 여름에 산책하며 듣기 좋은 것 같아요.

Q&A

  • 3년 뒤, 여름에 "이건 꼭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계획을 생각해보시고 알려주세요.

    결)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집에서 책을 읽거나 그냥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어디 나가는 걸 원체 좋아하지 않아서, 그래서 오히려 "이건 꼭 해야겠다"하고 정해놨어요. 그래도 멀게 봐서 3년 뒤에는 해외여행이 자유로울 정도로 상황이 괜찮아지면 좋겠어요.

Q&A

  • 새로운 프로필 이미지가 올라왔던데, 프로필 촬영기를 간단히 알려주세요.

    결) 이번 프로필 사진 촬영은 전문 포토그래퍼 없이 제 똑딱이 카메라로 했어요. 어떤 구도로 찍을지 미리 구상해둔 다음, 근처에 사는 성규 님(지인)을 서울숲으로 데려가서 촬영했어요. 성규 님은 카메라 수동 모드를 그날 처음 다뤄보셨지만, 서로 맥주를 마시며 그간 있었던 일이나 찍을 사진에 관해 얘기했고, 재밌는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곳에 접근 방지띠가 둘러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Q&A

  • 학창시절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결) 어릴 때 꿈은 만화가였어요. 그땐 "마음의 소리"가 정식 연재도 되기 전이었고, 만화 가게들도 문을 닫던 시절이라 아무도 제 꿈을 응원해주지 않았고, 집안 반대가 심해서 만화 관련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없게 되자 꿈을 포기했어요. 그래도 그때부터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했고 그게 음악으로 전이된 게 아닐까 해요. 그리고 그걸 계기로 "누구에게 허락받지 않는 삶을 살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래서 좀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할 때는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았어요.

Q&A

  • 최근 가장 관심 가는 일이나 물건을 하나 소개해주세요.

    결) 요즘 가장 관심 가는 일은 "영상 만들기(유튜브)"에요. 요즘 브이로그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영상이 생각을 메모하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해서 음악과 별개로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해볼까 계획하고 있고, 카메라도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똑딱이로 조금씩 찍어보고 있어요. 아직은 연습 단계지만,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A

  • 최근 작업하신 'Broken'의 작업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결) 'Broken'은 제목 그대로 무너지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고 싶었어요. 특히 후렴에 들어가는 악기가 "보컬 + 베이스 + 드럼 + 코드를 레이어 해주는 부드러운 플럭 신스"가 전부인데 이것만으로 슬픔이 터지는 힘을 주기 위해서 1, 2절에서는 악기 사용을 극도로 배제하고, 볼륨도 도입부에만 줄여서 조금씩 감정의 전개를 쌓아 나가게 만들었어요. 원래 미니멀한 구성을 좋아하지만, 2020년 이전 곡들이 다소 어쿠스틱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 단순함이 주는 힘을 100%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편곡만으로 좋은 분위기를 준다고 생각해서 후반부에는 아예 가사를 빼 버렸어요. 원래 힙합으로 음악을 시작해서 비트감이 있는 노래를 곧잘 만드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만드는 노래에는 이상하게 적용이 늘 안 됐거든요. 이번에는 나름대로 리듬을 잘 쓴 것 같아요.

Q&A

  • 방금 설명해주신 'Broken'은 어떤 점을 특히 주의 깊게 들으면 좋을까요?

    결) 이 노래는 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가 겪었던 여러 이야기에 관한 소감을 조금씩 덧붙여서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만들었어요. 라라랜드를 볼 때 재즈에 대한 조예가 없어도 재즈 중독자 세바스찬에게 감정 이입이 가능하듯이 굳이 저의 스토리를 몰라도 각자가 가진 사연들을 그 조각들에 자유롭게 이입해서 즐겨줬으면 좋겠습니다.

Q&A

  • 10년 뒤 바라는 본인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결) 10년 뒤에는 제가 음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일을 그때도 하고 있을 텐데, 10년 간에 쌓아온 일들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으면 해요. 현재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초심을 한참 떠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생각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A

  •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해주면 좋을까요?

    결) "그 시절 나에게 좋은 추억을 줬다"고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채워준 음악인들처럼요."

연관 아티스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