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인가요? Logic의 마지막 앨범 [No Pressure]

장르 인사이드

정말 끝인가요? Logic의 마지막 앨범 [No Pressure]

2020.07.28
Special

정말 끝인가요? Logic의 마지막 앨범 [No Pressure]

수많은 래퍼가 은퇴를 번복하며 돌아오기를 어언 20여 년, 덕분에 힙합 팬들은 래퍼의 은퇴 발언을 하면 일단 믿지 않고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에도 이런 은퇴 행렬에 동참한 래퍼가 있으니. 바로 Logic이다. 이미 그는 [YSIV]라는 앨범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Young Sinatra와 안녕을 고한 바 있으며, 오랫동안 은퇴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표한 바 있다.

그리하여 발표된 그의 마지막 앨범 [No Pressure]는 타이틀부터 첫 정규 앨범인 [Under Pressure]와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그는 본인의 SNS에 아들 사진을 올리며 그동안 멋진 10년을 보냈고, 이젠 멋진 아빠가 될 시간이라며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더불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송하며 작별의 아쉬움에 폭풍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번복하지 않을 거 같은 Logic. 그렇다면 그의 은퇴 앨범에는 어떤 음악이 담겨 있을까?

No Pressure

앨범의 인트로 트랙인 'No Pressure'에서는 Logic의 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Thalia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Thalia는 Logic의 앨범에서 문학적 장치 역할을 하는 안드로이드 자아로 [Under Pressure]의 인트로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Thalia의 안내로 Logic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어두웠던 자신의 가정환경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과 랩 커리어를 가사로 풀어낸다. 이는 1집의 핵심 서사와도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더불어 Logic은 자신의 최대 강점이기도 한 랩 스피팅을 활용해 벌스를 빈틈없이 채워낸다. 그 때문에 트랙은 Logic의 지난 커리어와 여전한 랩 실력을 확인할 수 있어 그의 음악적 여정을 함께 한 팬들에게 남다른 감흥을 안겨줄 거다.

GP4

'GP4'는 'Growing Pains'란 이름으로 이어 온 곡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이다. Logic은 [Under Pressure]에 수록된 'Growing Pains III' 등 해당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성장 서사를 풀어낸 바 있다. 트랙의 프로듀서로는 Logic의 든든한 파트너 6ix와 첫 앨범에 이어 다시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No I.D.가 참여했다.

두 프로듀서가 이전 시대의 음악을 샘플링해 재해석하는 데 능한 만큼, Logic 역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음악가들을 앨범에 녹여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특히 Logic은 훅에서 Outkast의 'Elevators(Me & You)'의 한 구절을 빌려오며 과거의 아티스트에게 헌정을 표한다. 이처럼 'GP4'는 프로듀서와 플레이어의 찰떡같은 호흡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곡리스트 2

Open Mic\\Aquarius III

'Open Mic\\Aquarius III'는 골든 에라 시절의 진한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프로덕션과 함께 비트 스위칭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오픈 마이크 테마를 빌려 온 곡에서 Logic은 본인의 커리어를 총체적으로 풀어낸다.

Logic의 의도는 1집에 수록된 'Under Pressure'에서 사용된 Parliament의 원곡을 다시 샘플링하고, 'I'm Gone'의 구절을 가사로 인용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또한, 그는 우주적 세계관을 도입한 [The Incredible True Story]의 우주선과 함께 믹스테입 [Bobby Tarantino]에 수록된 'Warm It Up'과 싱글로 발표한 '0CD'의 일부분을 가져와 가사로 풀어낸다. 그 때문에 해당 트랙도 마찬가지로 Logic의 팬들에게 일종의 선물처럼 느껴질 거다.

Perfect

'Perfect'는 미니멀하고도 리듬감 넘치는 프로덕션에서 더욱 돋보이는 Logic의 타이트한 랩을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Logic의 벌스가 끝난 뒤에는 Thalia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는 Logic이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인 Kanye West와 Nujabes, 그리고 MF Doom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한다.

특히나 [No Pressure]에서는 Kanye West의 영향이 짙게 드러나는 편이다. 일례로 'Hit My Line'에서는 Kanye West와 흡사한 피아노 루프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며, 곡에서 Logic은 Kanye West의 'Jesus Walks'를 가사로 인용한다.

곡리스트 2

5 Hooks

'5 Hooks'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앨범은 다섯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에는 훅이 없다. Logic은 Twitch에서 진행된 본인의 방송을 통해 좀 더 좋은 앨범을 만들고자 훅보다 벌스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Everybody]를 통해 학습한 "좋은 훅에 장사 없다"는 공식을 버리고, 본인의 서사에 집중하고자 한 Logic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곡은 앞부분의 BPM과 뒷부분의 BPM이 달라진다. Logic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신의 성공을 첫 벌스에서 풀어내고, 이후 첫 믹스테입을 냈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Def Jam과 계약을 맺던 순간, 그리고 [No Pressure]를 발매한 지금의 이야기를 훅 없이 풀어낸다.

곡리스트 2

A2Z

아들을 가지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 우리의 Logic. 이런 Logic의 아들 사랑은 앨범 전반에서 진하게 드러난다. 특히 'A2Z'는 아들에게 알파벳을 랩으로 알려주려 하는 아버지의 진심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Logic은 곡에서 Papoose의 'Alphabetical Slaughter'처럼 A부터 Z까지 단어와 발음을 나열하며 랩을 이어 나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당 알파벳이 들어간 단어는 한 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인트로에 아들의 목소리를 삽입해 자식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확보(?)했단 걸 들 수 있겠다. 알파벳 교육이 끝난 뒤 정적이 흐르고, 곡의 두 번째 파트에서는 2005년 데모 테이프에 수록된 Logic의 랩이 흘러나온다. 이는 자신의 모든 음악 커리어를 마지막 앨범에 담아두려 하는 Logic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곡리스트 2

Amen

'Amen'은 아웃트로인 'Obediently Yours'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이다. Logic은 자신을 이곳까지 올 수 있게 만들었던 신과 자신의 크루인 RattPack, 그리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한다.

더불어 곡의 마지막에는 메릴랜드의 빈민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The Incredible True Story]에 담긴 세계관을 빌려 와 자신의 커리어에 종지부를 맺는다. 이처럼 [No Pressure]는 지난 몇 년간 음악적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Logic의 지지부진함을 말끔히 씻어줄 멋진 작품임이 분명하다.

곡리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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