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걸작, Dream Theater [Scenes From A Memory]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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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걸작, Dream Theater [Scenes From A Memory] (1999)

2020.07.30
Special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걸작, Dream Theater [Scenes From A Memory] (1999)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최고작이다. 보통 [Images and Words](1992)를 최우선으로 거론하지만 그건 그저 드림 시어터 초보의 의견일 확률이 높다. 밴드의 "찐"팬이 영순위로, 그것도 이구동성으로 꼽는 앨범은 볼 것도 없다. 바로 이 작품, [Scenes From a Memory](1999)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출처ㅣDream Theater 공식 홈페이지


Album

Dream Theater [Scenes From A Memory] (1999)

Scenes From A Memory


비단 드림 시어터를 뛰어넘어 프로그레시브 메탈 장르 자체의 걸작이기도 하다. 글쎄. [Scenes From a Memory]에 비견될 만한 음반으로는 뭐가 있을까. 퀸스라이크(Queensryche)의 [Operation: Mindcrime](1988) 정도 되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는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러시(Rush)의 [2112](1976)나 [Hemispheres](1978)가 선택지로서 강력하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볼까. 러시가 일궈놓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광대한 토양 위에 가장 우뚝하게 선 나무가 하나 있다고 치자. 그 나무에 우리는 투표를 통해 이름을 붙여야 한다. 결과는 뻔하다. [Scenes From a Memory]가 여타 후보를 압살하고 자신의 서명을 아로새길 것이다.

'Scene'으로 나눠진 수록곡에서 알 수 있듯이 [Scenes From a Memory]는 심오한 서사 구조를 지닌 콘셉트 음반이다. 이야기는 또 다른 명반 [Images and Words]에서 찬사를 받았던 트랙 'Metropolis Pt, 1'을 계승한다. 'Metropolis Pt, 2'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유다. 스토리의 대강을 추리자면 이렇다. 서술자는 "메트로폴리스"라 불리는 니콜라스(Nicholas)다. 그는 최면술사를 통해 자신의 전생을 경험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는데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이 뒤틀린 채 혼재해있다.

한데 이 최면 과정을 통해 전생을 본 건 니콜라스만이 아니었다. 최면술사 역시 자신의 전생에 대해 알게 되고, 니콜라스와 최면술사 모두 과거 둘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될 듯싶다.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를 참고하기 바란다.

압도적인 연주력이야말로 앨범의 화룡점정임에 분명하다. 기술적인 완성도면에서 딴죽 걸 수 있는 구석이라고는 없다. 음악적인 연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곳곳에 'Metropolis Pt, 1'에서 쓰였던 리프 몇 개를 가져와 전체의 흐름 안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기존 팬에게 익숙함을 부여하려는 의도인 게 분명한데 이런 측면에서 음반을 듣는 사람들 중 [Images and Words]를 경험하지 못한 팬은 거의 없을 거라는 확신으로도 읽힌다.

하나 더 있다. 작품 속 구조와 장치의 전용이 가능하다는 게 클래식의 조건 중 하나라면 프로그레시브 메탈 역사에서 이보다 더 적확한 사례는 몇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이런 식의 방법론을 통해 기왕의 리프가 'Metropolis Pt, 1'에 쓰이며 잃어버렸을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탐사한다. 이런 유의 서사적인 트릭을 반전 강박이나 깜짝 파티 정도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위대함은 다시금 증명된다.

정밀한 만듦새의 콘셉트 앨범이기에 곡 몇 개 딱 집어 부기하는 게 왠지 온당치 못한 처사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5곡 정도를 어떻게든 택해야 한다면 음반의 종장(終章), 그러니까 'Home'부터 'Finally Free'를 꼽아야 할 것이다. 노래 하나 듣기에도 벅찬 세상,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Home'부터 플레이해도 무방하다. 어차피 끝까지 감상하고 나면 처음부터 쭉 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래. 좋다. 만약, 정말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 사는 인생이라 딱 한 곡만 듣고 결정하겠다고 요청한다면 대답은 볼 것도 없다. 'The Spirit Carries On'이다. 이 곡 하나에 우리가 드림 시어터라는 밴드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는 이유에서다. 정교한 연주가 듣는 이를 압도하는가 하면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청각 세포를 자극하고, 결국에는 차가운 이성으로 버무린 뜨거운 하모니가 마지막에 가서 폭발한다.

심지어 그들은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구간에서도 끝내 질서를 완벽하게 유지한다. 필살의 무기를 과도하게 의존하고 맹신한 나머지 판단력을 그르치는 경우 따위 그들에게 있을 수 없다. 이건 가히 초절정 고수만이 해낼 수 있는 성취다. 과연, 드림 시어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 기관인 밴드다. 평소에는 독립되어 있지만 발동하는 순간 통합되어 물아일체를 이루는 감각 기관.

음악적인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대중음악 역사에 있어 완벽에 한없이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드물게 존재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Scenes From a Memory]라는데 이견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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