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Swift와 [folklore]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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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Swift와 [folklore]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2020.08.03
Special

Taylor Swift와 [folklore]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최근 팝계 빅 이슈는 단연 Taylor Swift의 새 정규앨범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깜짝 발매한 정규 앨범으로 앨범이 공개된 지 3일만에 2020년 가장 높은 주간소비량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음악계 주요 기록들을 새로 쓰고 있는데요. 이번 앨범에서 눈 여겨 봐야 할 특별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아직 감을 잡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folklore] A to Z! 여기서는 지금 가장 화제인 앨범 [folklore]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살펴봅니다.

Album

Taylor Swift [folklore]

folklore

극비리에 진행된 깜짝 발매

아티스트들이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을 때에는 선공개 싱글을 발표하거나, 티저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앨범을 계획적으로 프로모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전까지의 Taylor도 마찬가지였습니다. [reputation]에서의 뱀 티저 영원히 못 잊어 하지만 이번에는 앨범 공개 당일, 발매를 몇 시간 앞 둔 시점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소식을 공유한 게 전부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애초 Taylor에게 2020년 여름은 유럽과 남미, 그리고 미국을 도는 투어가 계획된 기간이었습니다. 바로 이전의 정규작 [Lover] 활동의 일환이었는데요.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투어가 취소되자 4월부터 다른 곡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진 곡들을 갖고 발매한 것이 바로 이 앨범, [folklore]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투어가 취소되자 아예 다른 정규앨범을 만들어 새 활동을 시작한 것이죠. 앨범을 내더라도 공연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이 과정을 앨범 발매 당일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이번 앨범의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Taylor Swift 정도의 네임드급 아티스트의 앨범 작업이라면 어떤 힌트나 스포일러, 심지어는 파파라치를 통한 루머 등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죠. 철통보안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Taylor와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격리된 생활을 하며 앨범을 작업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화를 받은 Old Taylor?

"죄송하지만 Old Taylor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음, 걘 죽었거든요." -'Look What You Made Me Do'

표독스레 돌아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2017년의 독백입니다. 하지만 2020년, 긴 기다림 끝에 Old Taylor가 전화를 받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Taylor의 오랜 팬이라면, 'Betty'를 듣고서 [Fearless] 시절의 앳된 Taylor가 오버랩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 감상을 전할 수 있을 만큼 'Betty'는 순수하게 반짝이던 "컨트리 팝 요정" 시기 Taylor의 향취를 담고 있습니다. 가사 또한 10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고요.

하지만 앨범 전체로 조명한다면, 엄밀히 말해 Taylor는 완전한 Old Taylor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앨범에는 풋풋한 과거의 Taylor와 노련한 지금의 Taylor가 함께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작사가인 그답게, Old Taylor 시기에나 다룰 수 있던 풋풋한 감정들을 지금의 농익은 작사력으로 치밀하게 펼쳐내고 있는데요. 덕분에 앨범은 한 편의 "어른이 쓴 동화" 같다는 인상을 전해줍니다.

앨범이 뛰어난 균형감을 자랑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거의 Taylor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이제까지의 변화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게 한 멋진 콘셉트로 보이는데요. Taylor가 이제껏 쌓아온 음악적 역량을 집약시킨 데다, 희뿌연 분위기와 이야기 같은 텍스트들로 보다 신비로운 인상까지도 더하고 있기 때문에 유수 매체에서도 꾸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글을 쓰는 현재, 메타크리틱 평균 스코어는 무려 89점에 육박하고 있네요.

참여 아티스트들의 면면

[folklore]는 크레딧이 남다릅니다. 컨트리에서 팝으로 장르적 방향을 전환한 이후부터는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주로 작업해오던 Taylor였는데요. 이번에는 Bon Iver와 The National의 Aaron Dessner 등, 인디 계열에서도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갖춘 아티스트들을 초빙해 작업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앨범의 신비롭고 치유적인 무드에는 이들의 공도 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가지. 'Exile'과 'Betty'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낯선 이름 William Bowery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팬들의 추측으로는 Taylor의 남자친구인 Joe Alwyn이 그 정체라는 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Joe Alwyn의 할아버지 이름이 William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퍼스트 네임을 따왔을 것이라는 가설, 그리고 뒤의 Bowery는 Bowery라는 이름의 호텔에서 둘이 처음 만났기 때문에 William Bowery라는 가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이 힘을 받고 있는데요. 일면 억측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상당한 공감을 받고 있는 추측 글입니다.

참고로 Taylor가 가명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전남친 Calvin Harris와 작업한 'This Is What You Came For'에서 Taylor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Nils Sjoberg라는 가명을 크레딧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는 이후 둘이 결별하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죠. 이런 전례도 있기 때문에, 팬들은 Joe Alwyn 역시 이런 식으로 정체를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곡마다의 유기성

"이번 앨범은 의도적으로 뮤직비디오보다 가사에 이스터에그를 많이 넣었어요. 인물들의 구도와 반복적인 주제를 만들어 누가 누구에 대한 노래를 하는지 알 수 있게 했죠. 예를 들면, 수록곡 중 세 곡이 "10대의 삼각관계"를 다룬 곡이에요. 이 세 곡은 각각의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 삼각관계를 바라보는 곡들이고요."

Taylor가 직접 밝힌 앨범에 대한 힌트입니다. 그리고 이 힌트에 대한 답은 벌써 나온 상태죠. 'cardigan'과 'august', 그리고 'betty'가 바로 그가 설명한 세 곡으로, 'cardigan'은 Taylor가 만든 스토리 속 "베티"라는 인물의 관점을, 'august'는 베티의 남자친구인 제임스와 눈이 맞은(?) "다른 여성"의 관점을, 그리고 'betty'는 "제임스"의 관점에서 쓰여진 노래입니다. (헷갈린다면 앨범상 순서대로 "주인공 여자, 다른 여자, 주인공 남자"의 시점으로 기억하시면 편합니다.)

소름이 돋는 건, 곡들을 종합해서 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보이게끔 고도의 설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예로 'betty'에는 "She said 'James, get in, let's drive' (그녀는 "제임스, 차에 타, 같이 드라이브 가자"라고 말했어)"라는 가사가 있고, 'august'에는 "Remember when I pulled up and said 'Get in the car'(내가 차 세우고 '차에 타'라고 했던 거 기억해?)"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극 중 인물들의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요. 이처럼 가사를 꼼꼼히 보며 세 곡을 비교해서 듣는다면 이것이 보통 수준으로 설계된 노래들이 아님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이성간의 삼각관계가 아닌 세 여성간 삼각관계라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때문에 LGBT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앨범의 이스터에그들을 유심히 분석하고 있다는 후문인데요. 명확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여전히 해석의 여지를 준다는 것은 곡이 가진 잠재력, 그리고 작사가로서 Taylor의 비범함을 알려주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외편 같은 정규앨범

매번 개인적인 감정들을 잘 반영해오던 싱어송라이터였지만, 이번에는 스토리를 창작해서 쓰는 등 Taylor Swift 커리어의 번외편격 요소들도 꽤나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앨범이 또 나올지, 아니면 다시 1인칭 중심의 Taylor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folklore]의 시도가 상당히 신선했다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글이 나가는 시점이라면 앨범 발매 후 약 10일 가량이 지났을 겁니다. 약속할 수 있는 건, 그 때에도 여전히 [folklore]가 숨겨진 것이 상당한 앨범일 거라는 것입니다. 건질 거리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번 여름은 이 앨범에 좀 더 깊숙이 발을 담그며 창작자가 뿌려둔 퍼즐들을 맞춰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하나의 앨범에서 이렇게 몰입감을 느낀 건 오랜만입니다.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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