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방인이 스스로에게 전하던 위로, nokdu [Mersey]

비하인드 컷

낯선 이방인이 스스로에게 전하던 위로, nokdu [Mersey]

2020.08.03
Special

nokdu [Mersey] 발매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nokdu가 7월 31일 새 앨범 [Mersey]로 돌아왔습니다. "아름답지만, 편하게만 듣지는 않았으면 했다."라는 바람을 전한 nokdu의 새 앨범 [Mersey] 발매 인터뷰를 멜론 매거진에서 단독 공개합니다.


Album

nokdu [Mersey]

Mersey

81번 집 노란색 대문을 열며 시작되는, 낯선 이방인이었고, 큰 꿈을 꾸던 소년이었던 청춘의 노래.
열한 시간을 건너, 뜨겁게 사랑했고, 외롭고,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잘 살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전하던 위로.

이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그 위로가 전해지길.


Interview

nokdu

Q&A

  • 작사, 작곡, 편곡 외에 악기 연주와 레코딩, 믹싱에 이르는 상당한 과정을 혼자 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유학 이전에는 포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포크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통기타 치면서. 그게 멋있어 보였고.. 유학 생활을 하고, 음악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 음악 외에 가사와 멜로디 외에 좀 더 많은 것을 보게 된 것 같다.

Q&A

  • 유학은 어떤 계기로 가게 된 것인가?

    당시 빠져있던 브릿팝 음악을 듣다 문득 영국에 가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열렬히 음악을 듣던 십 대 시절, 나는 소위 브릿록 키드였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떤 환경에서 살길래 이런 음악을 만들지?"라는 동경, 흥미와 궁금함이 뒤섞여 있었다.

Q&A

  • 영국 브릿팝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던 것인가?

    당시 브릿팝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공감하셨을 여러 부분이 뒤섞여 있는데, 뭉뚱그려 설명하면... 밴드 음악에 기반을 두면서도 가사나 멜로디, 분위기에서 듣고 나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달까. 아무튼, 앞뒤 보지 않고 가자 해서 1년 정도 살아보자 하고 그냥 갔다. 막상 가서 보니, 더 있고 싶어졌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더 큰 꿈을 꾸고 싶어졌다. 어떤 기회가 있을까 알아봤는데, 때마침 The Beatles의 폴 경이 세운 학교가 있다 하니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웃음). 그곳만 시험을 봤다. 되면 가고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Q&A

  • 학교 시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자신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학교 자체가 전공이라고 하는 것이 좀 애매했다. 기타 배우고 싶으면 기타 수업 듣고. 피아노 배우고 싶으면 피아노 수업을 듣고. 노래를 더 배우고 싶으면 또 그걸 듣고... 최고의 작곡가, 최고의 기타리스트, 최고의 보컬리스트 같은 목표가 아니라, 내 음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자유롭게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Q&A

  • 한국에 돌아와서 음악을 하는 요즘은 어떠한가?

    인생에서 가장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웃음) 다들 가까이 계시니 다른 뮤지션들에게 어느 때보다 쉽게 어프로치를 할 수 있어 좋다. "당신과 작업하고 싶다"라고 전달할 수 있어서, 정말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

Q&A

  • 전반적인 음악의 템포가 느려지고, 가사의 말수도 줄었다.

    처음 음악을 만들 때는.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더 편하게 즐기고 들어줄 수 있을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했다. 그 위에서 내 목소리를 살리고, 내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음악을 완성해 나가다 보니, 내 기준에는 밝고 발랄한 노래들을 주로 만들게 되었다. 그런다고 이번 앨범을 일부러 상대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져가겠다고 의도했던 것 또한 아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이 무작정 밝지만은 않아서 여러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 내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으려 했다.

Q&A

  • 이전과 비교해 미디의 비중을 줄이고 실제 연주를 많이 반영한 앨범인데, 작업해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연주자와의 호흡이 가장 큰 차이다. 이전에는 내가 만들고 작업하고 하면 나 밖에 안 보니까... 외롭다. (웃음) 연주자들과 함께 하면서 연주자와 나의 호흡, 엔지니어와의 호흡을 통해 다음 앨범에 해보고 싶은 것도 생기고, 배우는 것도 많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특히 이번에는 편곡에서도 세션의 도움을 받았다. 계속 혼자 작업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항상 제한적이다. 그래서 나한테 나올 수 없는 코드 진행이라던가 악기 편성이나 그런 것을 기대하며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만족하고 있다.

Q&A

  •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던 것은 무엇인가?

    곡이 이야기를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생각했고,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 사운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했다. 이전까지는 3개월에 한 번씩 싱글이건 EP건 발매했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파트너인 회사도 생기고, 시간도 좀 더 여유를 두고 앨범을 내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게 되었다. 싱글을 낼 때는 한 곡 한 곡에 집중을 해서 짧은 성취감을 바로 맛보고, 그걸 동력으로 다음 작업을 준비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오래 기다리다 맛보게 되었다. (웃음)

Q&A

  • 타이틀곡 'LAD'는 독특한 구성이나 격정적인 보컬, 기타가 도드라지는 편곡 등 많은 부분에서 이전의 '머물러줘'나 'Say My Name'과는 선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은 좀 더 나 자신이 프로듀서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만들었던 것 같다. 음악의 뼈대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가사와 멜로디를 구성했다. 유기적인 흐름, 이지리스닝 특유의 불편하지 않은 감상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이 틀 안에서 음악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반면, 이번에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했기 때문에 가사와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아무래도 청춘이라는 주제에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투영하다 보니, 브릿록 키드였던 유년시절의 취향이 곡에 묻어 나왔다고 생각한다. 'LAD'는 유기적인 송 폼 (Song Form)을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았다. 들을 때 아름답지만, 편하게 듣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분해지는 벌스에서 듣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청춘을 한 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했다.

Q&A

  • 사운드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목소리와 기타 톤. 이전 작업에서의 기타 톤도 좋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음악을 표현할 때 기타의 톤이 직접적으로 "제3의 목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실제로 [Mersey] 자체가 거의 모든 노래에 기타가 들어가는 앨범이기도 하다.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앰프를 사서 녹음을 받아보고, 어떻게 하면 톤을 잘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기타 연주자와 하루 종일 이 한 곡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었다. 모든 청춘이 불안하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런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목소리와 가사가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함"에 대한 표현을 "제3의 목소리"로서 기타가 곡 전반에서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Q&A

  • 또 다른 타이틀곡 '원아'도 독특한 곡이다. 소위 말하는 쉬어가는 구간 없이 곡의 정서가 계속해서 상승한다.

    맞다. 다이내믹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곡이다. 사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게 영감을 주는 음악들이 주는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감정이 좋았는데,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음악 중에는 그런 구성 방식을 가진 곡이 없었다. 담담한 것 같지만 끝까지 감정을 올리면서, 누군가를 벅차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갈 수 있을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마지막에 에너지가 집중될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만들었다.

Q&A

  • 담담하게 바라보는 듯 진행되지만, 절정에서 "무너지네, 아름답게"라는 표현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노래의 메시지 자체가 지원이라는, 나라는 사람에게 스스로 쓰는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내 목소리가 계속 곡에 나오게끔 했다. 돌이켜보면 내 20대의 삶은 불안하고 불완전했고, 그런 내 모습이 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의 입장에서 그때의 지원이를 바라보면, 그 모든 모습이, 서툴지만 그래서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다.

Q&A

  • 후반부에서 많은 악기로 공간을 채우는 편곡을 선보였다.

    다른 곡도 그렇지만 이 곡은 특히 어떤 악기로 사운드가 쏠리지는 않았으면 했다. 풍성한 중에도 다양하게 많은 것들이 들릴 수 있도록 조율했다. 그중에도 가장 마지막에 떠올렸던 것이 트롬본이다. 멀리서 나팔 소리가 마치 나팔수처럼 들어오며 채워주기를 바랐는데, 완성하고 나니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Q&A

  • 마지막으로, 앨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만들어놓고 차례대로 들어보니 나의 20대를 보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순서가 매우 중요했다. 또, 완성하고 보니, 앨범 전체에서 후렴 이후에 새로운 파트가 있는 곡들은 있는 반면, 브리지 있는 노래는 없다. 앨범이나 각 곡에서 브리지가 있으면 오히려 곡의 집중력을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후반부에 넣고 거기로 서사가 집중될 수 있도록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Mersey]를 시작으로,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는 음악을 보다 고민하기 시작하게 될 것 같다.


Track by Track

nokdu [Mersey]

# 81

'LAD'가 더 귀에 들어오고 튀는 곡이기도 하지만, '81'으로 앨범의 시작을 열고 싶었다. 처음에는 멜로디를 더 강하게 꽂히게끔 만들었었다. 곡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81"이라는 장소 자체가 나의 20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그래서 가장 그리워하는 장소더라. 그런 곳을 떠올리다 보니 오히려 조금은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 OMW!

신시사이저를 아예 안 썼다. 그동안 내가 만드는 거의 모든 노래에 신시사이저가 들어갔는데, 이 곡은 모든 악기가 다 사람의 손으로 연주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처음부터 뚜렷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브라스 혼 세션 등, 고전적인 팝 음악에서 익숙한 구성의 악기를 꾸렸다. 특히 브라스 세션은 이 곡의 분위기 자체를 캐리하는 역할이라 보다 각별히 신경을 썼다. 반면 멜로디 자체는 앨범에서 가장 이지리스닝에 중점을 두고 써서, 그런 점에서 기존 음악과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다. 가사의 경우 유년시절에 봤던 단어들이 많이 나왔는데, 듣는 분들에게도 그 시절에 그 단어들을 읽으며 느꼈던 나의 개인적인 감성이 전해졌으면 한다.

# 잘 살고 있어요

앞 곡과 대비되게 전자음을 많이 써보고 싶었다. 곡 중간의 반전을 전후로 비교해서 레트로하면서 동시에 트렌디한 팝의 느낌도 같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생각을 했는데, 남들이 사회에 뛰어들 때 보니 나는 공부를 하고 있더라. 나도 하지 않는 걱정들을 주변에서 해주었는데. "나는 출발하는 시간이 다를 뿐이지 잘 살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나는 잘 살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everything

이 노래는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사랑 이야기들에 잠시나마 작별을 하고 싶은 생각으로 만들었던 곡이다. 기존 nokdu의 음악에서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사운드들,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던 사운드를 일부러 적극적으로 시도해봤다. 앨범의 모든 곡 중 가장 "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Kurt Cobain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는 록 음악의 본질인 불온함을 정말 우아하게 표현했던 록스타라고 생각한다. 이 곡 또한 곡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불온하면서도 아름다운 밸런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 열한시간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음악 중 미니멀하면서도 완결성을 갖춘 곡이 없었다. 그리고, 이 곡이 가진 감성을 표현하기에도 미니멀한 구성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쓰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는데. 곡 자체는 공부를 하고 있을 당시에 그들을 그리워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썼다. 모두가 그렇지만 나는 부모님과 잘 지내면서도 애정표현 같은 걸 잘 못한다. 낯간지럽고. 한글이 들어간 부분들은 좀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뒤의 부분에서는 당신들이 나의 히어로라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싶었다.


Official MV

nokdu '원아'

Official MV

nokdu 'LAD'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