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연말결산 Pt. 13 | 빌보드차트로 살펴보는 2020년의 팝 동향

MMA 2020

MMA 연말결산 Pt. 13 | 빌보드차트로 살펴보는 2020년의 팝 동향

2020.11.24
[MMA 2020]

빌보드차트로 살펴보는 2020년의 팝 동향

음악시장은 그 변화의 주기가 굉장히 짧은 시장에 속합니다. 이번 글은 매주 차트 흐름을 체크하는 입장에서, 2020년 나타난 주요 흐름들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2020년, 빌보드를 통해 보는 팝 시장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1

역사상 가장 많은 1위 데뷔곡들이 있던 해

2020년은 예외적인 기록들이 쏟아졌던 한 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진입 첫 주부터 1위로 오른 신곡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인데요.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11월 중순 현재까지, 총 10곡의 1위 데뷔곡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례적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한 해 동안 0~4곡 정도의 신규1위 진입곡들이 나왔고, 2020년 이전까지 역대 가장 신규 1위 진입곡이 가장 많았다는 해(1995년, 2018년)에조차 1위 데뷔곡은 4곡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이조차도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인 것이죠.

이는 팬덤을 기반으로 모금을 벌이고, 음원을 발매기간 세일해 판매하고, 리믹스 버전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의 "차트 공략법"이 최근 팝시장 전반에 자리잡은 탓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현재 빌보드 차트의 공신력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제재할 것인지, 혹은 관망할 것인지. 빌보드 측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결정되는 이후 흐름에 따라 아티스트들이 차트를 공략하는 방식이 또 한 번 달라질 것으로 보이네요.

올해 진입 첫 주부터 1위로 등장한 곡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위 데뷔곡인 6ix9ine의 'TROLLZ'는 현재 국내에서 정식 스트리밍 서비스가 불가합니다.)

#2

커져가는 TikTok의 영향력

한편, 올해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한 곡은 11주 1위를 차지한 Roddy Ricch의 'The Box'였습니다. 다른 래퍼들의 피처링을 도맡으며 "아는 사람만 아는 래퍼"였던 신예 Roddy Ricch는 'The Box'의 도입부가 틱톡에서 필수요소 급 밈이 되고, 이것이 유명해지며 "모두가 아는 래퍼"로 성장할 수 있었지요.

눈여겨볼 사실은 역사상 최장 1위곡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2019년 Lil Nas X의 'Old Town Road' 에 이어, 2020년의 최장 1위 역시 또 한 번 틱톡의 흐름이 주도했다는 겁니다. 틱톡이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인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갑자기 순위 상승하는 곡들에 "틱톡빨"이라는 조롱 섞인 말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빠른 시간 동안 그 위상이 달라진 듯 합니다.

또한, 2020년은 틱톡의 영향력이 신곡에만 국한되지 않았던 해였습니다. 신곡을 넘어, 이제는 과거의 곡까지 발굴하는 매체로 틱톡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죠. Fleetwood Mac의 1977년 곡, 'Dreams'가 틱톡을 계기로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이 그 예입니다.

한 틱톡의 유저가 출근용으로 쓰는 차가 고장이 나자,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며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영상에서 Fleetwood Mac의 'Dreams'를 사용했는데요. 난데없이 쿨한 분위기의 이 영상이 바이럴되며 Fleetwood Mac의 'Dreams'도 가파른 역주행을 보였습니다. 1977년에 나온 이 곡은 2020년 또 한 번 차트 12위까지 상승할 수 있었죠.

신곡은 물론 과거의 노래들까지, 곡의 인기에 점점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틱톡이 향후 음원 마케팅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2020년은 2019년에 이어 더욱 확대된 틱톡의 영향력을 마주할 수 있던 한 해였습니다.

#3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선전, 혹은 고전

빌보드의 변방국이었던 대한민국에서 드디어 싱글차트 1위곡이 나왔습니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차트 1위로 오른 것인데요. 이는 한국 아티스트의 첫 미국시장 1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전의 'ON'도 4위까지 오르며 'Dynamite' 이전까지 이들의 최고순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2020년은 방탄소년단에게 기록과 기록이 더해진 해였던 겁니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BLACKPINK도 'Ice Cream (with Selena Gomez)'(13위), 그리고 'How You Like That'(33위)과 'Sour Candy'(33위)를 Top40에 올리는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노래가 어느 때보다 Hopt100 차트에 많이 올랐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양적인 면에서도, 순위라는 성과 측면에서도 성장이 보였던 한 해였다고 할까요?

다만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주목 받는 K-Pop 아티스트가 방탄소년단과 BLACKPINK로 제한적이라는 점은 "미국시장 내 K-Pop 신의 동반성장"이 아직은 요원한 듯 보인다는 측면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앨범차트에서는 NCT와 NCT127, 그리고 몬스타엑스와 SuperM의 앨범이 각각 6위와 5위, 5위와 2위에 오르며 나름의 성과를 보였지만, 모두 싱글차트 진입에는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속도의 문제일 뿐, K-Pop 신의 팬덤 형성 속도로 보면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싱글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K-Pop 가수들을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1년에는 보다 많은 대한민국 아티스트들의 빌보드 진출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

코로나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음악가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많은 음악가들이 투어를 취소하고, 앨범 발매를 미루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생해서 앨범을 만들어봐야 투어를 돌 수 없다면 수익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 시대의 "흐름을 탄" 음악가들도 있었습니다. Taylor Swift는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었던 월드 투어가 취소되자 짧은 기간 동안 아예 앨범을 새로 만들어 공개하는 어마어마한 패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역발상과 함께 모든 제작 과정을 비밀리에 부친 [folklore]는 공개와 즉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무주공산의 싱글차트와 앨범차트를 한꺼번에 씹어먹을 수 있었죠.

Ariana Grande와 Justin Bieber는 이런 격리상태의 시국을 오히려 밝게 노래한 'Stuck with U'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집에 있으라"는 메시지에 "이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쓰라"는 사랑스런 메시지까지 더한 이 곡은 캠페인성 성격을 담고 있는 곡답게 수익금을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빌보드 메인차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Cardi B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다, 너희들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라는 투의 말을 그의 방식대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정신 없게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것이 밈이 되며 한 DJ가 그의 목소리를 노래로 믹스한 것이 큰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노래가 뜬금없이 흥하게 되자, DJ iMarkkeyz와 Cardi B는 쿨하게 수익금을 기부에 쓰는 것으로 의견을 맞췄지요.

모두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기회 삼아 세상의 흐름에 잘 올라탄, 영리한 케이스의 곡들이었습니다. 다만, 내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어 이런 곡들보다는 다시 일상 속의 평범한 곡들이 우리에게 사랑 받는, 그런 한 해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각종 이슈와 함께했던 2020년의 빌보드차트, 역시나 다이나믹했습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