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은 CD 플레이어의 음질을 따라오지 못한다?

매니아의 음악 서재

스트리밍은 CD 플레이어의 음질을 따라오지 못한다?

2020.11.11
Special

스트리밍은 CD 플레이어의 음질을 따라오지 못한다?

오디오에서 디지털의 지향점은 어디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디지털의 지향점은 아날로그가 아닐까 합니다. 아날로그의 비효율성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디지털의 지향점이 아날로그라니 뭔가 말에 어폐가 있는 것 같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프 롤랜드의 모델 501 모노블록 파워앰프는 리바이스 501 청바지와 더불어 이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501일 겁니다. ATC 계열의 스피커처럼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한 스피커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구동하지 못하는 스피커가 없고, 소릿결 역시 무색, 무취, 무미건조하여 B&W 계열의 스피커에는 FM 어쿠스틱스의 앰프 부럽지 않은 퍼포먼스를 발휘하죠.

그런데 이 앰프는 다른 앰프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일반적으로 앰프는 크면 클수록 출력이 높기 마련인데 이 앰프는 제가 쓴 책 크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작고 발열량도 상당히 적습니다. D 클래스 앰프, 다시 말해 디지털 앰프이기 때문입니다. 이 앰프와 B&W의스피커가 연결된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을 하죠. "와, 이건 정말 디지털 앰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앰프보다 더 직관적으로 소리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건 디지털 소스 기기, 즉 CD 플레이어입니다. 방송용 오디오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 중에 스튜더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요즘에는 방송국에 갈 일이 없어 잘 모르지만 한 때는 어느 방송국이든 라디오 제작국에는 스튜더의 장비로 도배가 되어 있을 만큼 방송용 장비를 많이 공급했던 브랜드가 스튜더이고, 그 스튜더에서 방송용 장비가 아닌 일반 가정용 하이파이 제품을 출시한 게 레복스라는 브랜드입니다. 오래되긴 했지만 지금도 중고장터에는 심심찮게 매물이 등장하고 있죠. 그런데 이 레복스의 CD 플레이어는 무척 인기가 많았는데요. 일단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또 다른 이유로 CD 플레이어에서 턴테이블의 소리가 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중에 CH 프리시전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CD 플레이어로 시작해서 이제는 앰프까지 만드는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선 하이엔드 소스 기기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브랜드이죠.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CD 플레이어의 롤스로이스?

CD 플레이어의 롤스로이스답게 가격도 일반인은 상상도 하지 못할 가격입니다. 풀옵션으로 구매하면 CD 플레이어의 가격이 1억 원이 훌쩍 넘어가니까요. 하지만 그 가격에도 이 CD 플레이어는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주 잘세팅된 턴테이블의 소리가 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저가형의 보급형 CD 플레이어든 초고가의 하이엔드 CD 플레이어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턴테이블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평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CD 플레이어는 정말 턴테이블의 소리가 날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턴테이블 소리"라는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부터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때 쓰이는 "턴테이블 소리"라는 소리는 대부분 모난 구석이 없는, 다시 말해 피크(peak)가 없이 두루뭉술하게 이어지는 소리, 그래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혹자는 "구수한 소리"라고도 표현하지요. 그렇다면 실제 위에서 언급한 CD 플레이어에서 그런 소리가 날까요?

이건 소리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그냥 상식의 문제 같은데요. 1억 원짜리 CD플레이어에서 천만 원짜리 턴테이블 소리가 난다면 왜 1억 원짜리 CD 플레이어를 사겠습니까? 당연히 전혀 다른 소리가 나죠. 일단 해상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CD 플레이어도 각 브랜드별로 소리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CD 플레이어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CD에 담긴 정보를 읽고, 그것을 소리 신호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기에 CD 플레이어는 브랜드와 가격을 막론하고 소리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이엔드 CD 플레이어가 "00010100"으로 읽은 신호를 저가의 CD 플레이어라고 "00111110"으로 읽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턴테이블은 카트리지의 증폭방식부터 암의 길이, 암의 재질, 침압(바늘이 LP를 누르는 무게. 필자 주), 구동방식, 서스펜션 등등 턴테이블 기기 자체에서부터 소리의 변수가 너무 많고, 결정적으로 턴테이블은 포노 앰프라는 것을 거쳐야하는데 이 포노 앰프라는 것의 근본 원리는 이퀄라이저이고, 그렇기에 이 포노 앰프를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소리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CD 플레이어와 턴테이블은 소리의 성향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턴테이블 소리가 나는 CD 플레이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그만큼 전원부와 클록이 정밀하여 디지털 → 아날로그의 변환 과정에서 위화감이 적게 느껴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정말 많은 분이 아직까지는 스트리밍의 음질이 CD 플레이어의 음질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CD 플레이어는 크게 CD 트랜스포트와 D/A 컨버터의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CD트랜스포트는 광학 렌즈를 이용해 CD의 내용을 읽어오는 부분이고, D/A 컨버터는 그렇게 읽어온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소리 신호로 바꾸는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하이엔드 CD 플레이어는 이 부분을 분리해서 두 덩어리로 만든 CD 플레이어도 있고, 전원부와 클록을 분리하여 네 덩어리로 만든 CD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스트리밍은 CD 트랜스포트가 필요 없이 스트리밍으로 받은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소리 신호로 바꾸어주는 D/A 컨버터만 있으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즉 CD 트랜스포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는 거죠. 그것이 PC든, 스마트폰이든, 6천만 원짜리 D/A 컨버터이든 동작 메커니즘은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 단계가 생략된 스트리밍이 음질이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노이즈라는 맹점이 있는데요.


서버 회사에서부터 댁내 통신망을 거쳐 공유기를 사용한다면 공유기까지 스트리밍에는 아날로그 노이즈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많은 기기를 거치면 거칠수록 이는 커집니다. 그에 비해 CD 플레이어는 트랜스포트에서 D/A 컨버터로 바로 데이터를 전송하니 그만큼 노이즈가 유입될 확률이 줄어들죠.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음질의 차이가 발생하는 겁니다. 물론 이 부분 때문만으로 소리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이즈를 얼마나 잘 차폐하느냐가 소리의 품질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또 하나의 조건으로는 전송하는 데이터의 품질입니다. CD는 SACD나 DVD 오디오 디스크가 아닌 이상 모두 레드북 스펙, 즉 44.1kHz/16bit의 스펙을 따릅니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재생하는 데이터의 품질 자체가 다른 것이죠. 그렇기에 "무조건 CD 플레이어의 음질이 더 좋다" 내지는 "스트리밍의 음질이 더 좋다"라고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청음 환경의 네트워크 세팅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 노이즈 차폐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소리의 품질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오디오용 랜선"이란 게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서 매우 비싼 제품도 있고요. 분명한 것은 멜론 서버회사부터 우리 집까지 모두 이 케이블을 쓰지 않는 한 집에서만 이 케이블을 쓰는 건 전혀 의미 없습니다. 또한 선재 자체가 금이든, 은이든, 구리든 "01100011"이라는 데이터는 선재의 종류와 상관없이 전송됩니다. 즉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 선재의 종류는 의미 없습니다. 만약 선재의 종류에 따라 전송하는 데이터가 달라진다면 이 세상은 지옥으로 바뀔 겁니다. 인터넷 뱅킹을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시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장 싼 오디오용 랜선이나 그게 아니라면 UTP Cat. 7 이상의 케이블을 쓰라고 권합니다. 선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단자(RJ45)의 체결력이 얼마나 좋으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단자의 체결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노이즈가 유입될 확률은 적어지니까요.

분명한 것은 CD 플레이어와 스트리밍의 음질 차이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겁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