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연말결산 Pt. 9 | '숨듣명'이 일으킨 나비효과: 역주행 열풍 맞은 2020 음원 차트

MMA 2020

MMA 연말결산 Pt. 9 | '숨듣명'이 일으킨 나비효과: 역주행 열풍 맞은 2020 음원 차트

2020.11.24
[MMA 2020]

'숨듣명'이 일으킨 나비효과: 역주행 열풍 맞은 2020 음원 차트

Intro

올해 음원 차트의 트렌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아마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1일 1깡"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역주행의 신화를 쓴 비의 '깡'부터 다음 웹툰 "취향 저격 그녀"에 삽입돼 다시금 인기를 끈 산들의 '취기를 빌려'까지. 올해는 말 그대로 숨어서 듣는 명곡들의 새로운 발견이 돋보였던 한 해였는데요. 마법의 유튜브 알고리즘과 다양한 플랫폼들의 추천이 이끌어 낸 명곡들의 역주행 기록, 멜론 기자단과 함께 살펴볼까요?

글 | 멜론기자단 11기 지선영, 최승렬

#1

'1일 몇 깡하세요?' – 비 '깡'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깡'의 뮤직비디오는 어느덧 2천만 회의 조회 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호박전시현"에 업로드된 "1일 1깡 여고생의 깡" 영상이 인기를 끌며 발매한 지 3년이 지난 원곡 '깡' 역시 역주행 반열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후 '깡'만의 파워풀한 안무를 커버한 댄스 영상이 챌린지화 되고, "1일 1깡", "식후깡", "비 형을 위한 시무 20조" 등과 같은 유쾌한 댓글들이 인터넷상의 밈(meme)으로 발현되며 그 인기에 더욱 불을 붙였죠.

지난 6월에는 식케이, pH-1, 박재범, 김하온이 참여한 '깡'의 리믹스 곡인 '깡 Official Remix'까지 발매돼 실시간 차트 1위를 거머쥐기도 했는데요. 주인공인 비 역시 '깡' 열풍을 기점으로 그룹 "싹쓰리"의 비룡으로 활동하거나 "새우깡"의 모델로 발탁되는 등 누구보다 뜨거운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습니다. 역주행 트렌드의 효시, '깡'을 감싼 화려한 조명은 여전히 눈 부신듯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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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년미 넘쳤던 그때 그 아이돌의 귀환 - 틴탑 '향수 뿌리지마'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틴탑 역시 역주행 열풍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도한 틴탑의 노래 중 가장 인기를 끈 곡은 밝은 멜로디와는 달리 카사노바적인 가사의 반전 매력이 담긴 '향수 뿌리지마'였는데요, 특히 "이러다 여친한테 들킨단 말야"라는 가사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기 충분했습니다. "1일 1깡"을 잇는 "1일 1향수"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인기는 틴탑이 추석특집 SBS "숨듣명 콘서트"에 출연하며 더욱 절정을 찍었습니다. 소년미 넘쳤던 풋풋한 과거와는 달리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틴탑의 모습에 재입덕 한 팬들도 적지 않았죠. 틴탑은 이를 계기로 음악 방송과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다시금 활동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데뷔 10년 차의 탄탄한 내공과 멋진 칼군무가 돋보이는 틴탑의 행보를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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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일무이 원조 짐승돌 - 2PM '우리 집'

"우리집 준호"라는 고유명사를 탄생시키며 올해 초 유튜브를 뒤흔든 2PM 준호의 '우리집' 직캠을 기억하시나요? 이를 신호탄 삼아 과거, 독보적인 섹시 콘셉트로 사랑받았던 2PM의 '우리집'도 역주행 트렌드에 탑승했습니다. "우리 집으로 가자"라는 도발적인 가사와 함께 "짐승돌" 타이틀에 걸맞은 일명 "상모돌리기 춤"이 또다시 화제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기 덕분인지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2PM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리집'의 콘서트 영상을 새롭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집'만의 역주행 감상 포인트는 바로 네티즌들의 유쾌한 주접 댓글인데요. 2PM 또한 브이 라이브를 통해 '우리집'의 댓글을 계속 확인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었죠. 2017년 이후 국방의 의무로 휴지기에 들어간 2PM이지만, 이 같은 인기를 보고 있자면 그들의 화려한 컴백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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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주행, 몇 위까지 가봤니? – 블루(BLOO) 'Downtown Baby'

때론 입소문이 아닌 셀럽의 짧은 언급이 곡의 운명을 뒤바꾸기도 합니다. 그 주인공은 메킷레인(MKIT RAIN) 소속 래퍼 블루의 'Downtown Baby'. 올해 6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현한 이효리의 커버를 통해 'Downtown Baby'는 하루아침에 전국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멜론 포함 음원 사이트 실시간 1위는 물론이고, 7월 가온 디지털 음원 차트 4위에 랭크되기도 했죠. 이후 블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효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고, 이어서 "1위 축하하고, 순간을 즐기라"는 훈훈한 내용의 답장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역주행의 배경에는 유명인의 선한 영향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음악이었기에 그 뒷받침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비슷한 "운명의" 예는 더 있습니다. 오마이걸의 'Dolphin'이 아이유의 SNS 언급으로 타이틀곡을 뛰어넘는 인기를 보여주었고,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는 임영웅의 "사랑의 콜센타" 무대를 통해 8년 만에 다시금 주목 받았죠. 올해 차트가 유독 풍성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곡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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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OST는 웹툰을 타고 – 산들 '취기를 빌려'

'Downtown Baby'만큼이나 역주행으로 음원 차트에 대격변을 불러일으킨 곡을 꼽는다면, 바로 B1A4 산들의 "취향저격 그녀" OST '취기를 빌려'입니다. '취기를 빌려'는 5년 전 새봄(saevom)이 작곡, 이민혁이 보컬로 참여한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탄생했는데요. 올해 7월 발매됐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탔고, 9월 중순에는 각종 음원 사이트 최상위권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편 '취기를 빌려'가 드라마가 아닌 웹툰의 OST로 제작됐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누적 조회수 2억이 넘는 "취향저격 그녀"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죠. 이처럼 드라마와 달리 느린 호흡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는다는 것도 웹툰만의 강점입니다. 그 밖에도 "취향저격 그녀"의 OST는 산들뿐만 아니라 크러쉬, 카더가든, 정은지 등의 화려한 참여진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곧 차트 상단에서도 인기 드라마 뺨치는 라인업의 웹툰 OST를 종종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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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설의 빌보드 재방문 – Fleetwood Mac 'Dreams'

역주행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태평양 건너 빌보드에도 "climb back", "make a comeback" 등의 단어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데요. 데뷔 50년 차가 넘은 록밴드 Fleetwood Mac의 'Dreams'가 올해 10월 빌보드에 다시 오르면서 호사를 누린 바 있습니다. 역주행의 시작은 "doggface208"이라는 아이디의 틱톡 유저로부터 비롯됩니다. 그의 계정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며 도로 위를 거니는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그 영상의 배경음악이 바로 'Dreams'였습니다.

결국 'Dreams'는 10월 17일, 약 40년 만에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21위로 재진입하게 됩니다. 앨범 [Rumours] 또한 11월 9일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7위를 기록했죠. 'Dreams'의 역주행은 미국 내 사용자만 1억을 돌파한 틱톡의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이 곡의 주 소비자들이 추억을 그리워하는 옛 세대가 아니라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발매된 지 수십 년이 넘은 곡이라도 MZ세대에게는 신선한 콘텐츠로 다가온다는 거죠. 복고와 옛 것의 미학을 가르쳐주는 역주행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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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tro

올해 역주행 키워드를 달고 주목 받은 음악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커뮤니티화된 유튜브를 통해 흥한 곡들이 있고, 우연히 스타의 픽을 받아 빛났던 곡들도 있으며, 어떤 곡은 누군가가 재미로 찍은 영상의 파급효과를 누리기도 했죠. 이처럼 팬들과 스타가 만들어가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바로 역주행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역주행이 해프닝을 넘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2020년이었습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