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연말결산 Pt. 12ㅣ본캐만큼 인기 있는 부캐

MMA 2020

MMA 연말결산 Pt. 12ㅣ본캐만큼 인기 있는 부캐

2020.11.24
[MMA 2020]

본캐만큼 인기 있는 부캐

"본래의 자신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캐릭터"를 뜻하는 말, "부캐". 2020년 대한민국은 장르 불문하고 부캐의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본캐 못지않은 부캐들의 활약은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어있던 국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활약을 했는데요.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콘서트, 페스티벌 등 많은 행사들이 취소된 가운데, 부캐들의 활약은 가요계에 큰 활력소로 작용했습니다. 2020년 가요계를 빛낸 부캐들은 누구일까요?

#1

유재석

유재석을 보고 있자면 이런 노래가사가 떠오릅니다. "이름이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2019년 부캐 "유고스타"와 "유산슬"을 통해 신인상까지 거머쥔 유재석은 2020년 더 많은 부캐를 탄생시키며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유라섹"이 되어 라면을 끓이기도 하고, 하피스트 "유르페우스"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객원 단원이 되어 하프를 연주하기도 했으며, 라디오DJ "유DJ뽕디스파뤼"와 후리이드 치킨을 튀기는 "닭터유"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유재석은 장르를 넘어 모든 캐릭터를 완벽소화하며 국민MC라는 말을 실감케 했죠.

하지만 단언컨대 2020년 유재석 최고의 부캐는 유두래곤과 지미유였습니다. 이효리, 비와 함께 결성한 혼성 댄스 그룹 "싹쓰리"의 리드래퍼로 등장한 "유두래곤"은 비록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에 비해 포커스는 적었지만, 본캐의 훌륭한 진행능력과 유머능력을 이어받아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S.B.N(황광희)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유두래곤의 솔로곡 '두리쥬와'는 141BPM의 빠른 비트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BPM 130 이상을 추구하는 모태 당가다당 중독자 유두래곤과 딱 맞는 궁합을 선사하기도 했죠. 덕분에 유두래곤은 유산슬에 이은 또 하나의 뮤지션 부캐로 자리잡게 됩니다.

유재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수를 넘어 연예기획사 대표까지 도전하게 되죠. 미국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인 부캐 지미유는 서부개척시대에도 활동하고 세계적인 뮤지션들과도 교류했던 전설의 Top100귀를 지닌 인물로, 그 경험을 살려 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오겠다는 포부를 안고 등장했습니다. 그는 연예기획사 "신박 기획"을 설립해 "환불원정대"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환불원정대를 물심양면 서포트하는 모습과, 특히 녹음이 힘들었던 만옥(엄정화)을 위해 보컬트레이너를 섭외하는 등 그가 보여준 배려있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를 그에게 입덕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두래곤과 지미유는 유재석이라는 인물을 잊게 할 만큼 높은 몰입도를 보였습니다. 이전의 부캐들이 유재석을 중심으로하는 개인적인 캐릭터였다면, 유두래곤과 지미유는 타인과 함께 융합하는 캐릭터이자,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유재석이 지닌 "배려"가 부캐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존재감을 증명해내는 것이,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부캐 신드롬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싹쓰리

한동안 가요계에서는 혼성 그룹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룰라, 스페이스A, 쿨 등 혼성 그룹의 인기가 상당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2020년 뉴트로가 인기를 끌면서 가요계에도 90년대를 그리워하는 복고 문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데요. 그렇게 싹쓰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싹쓰리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린다G(이효리), 비룡(비), 유두래곤(유재석)이라는 부캐들로 구성된 혼성 그룹으로, 90년대 유행했던 여름 댄스 음악의 부활을 꿈꾸며 등장한 부캐 그룹입니다. 이효리는 핑클과 솔로 활동으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가수이며, 비는 남다른 피지컬과 댄스 실력으로 200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고 깡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인물인데요. 2003년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함께 탱고 무대를 선보여 이미 케미를 증명한 바 있는 이들의 부캐 활동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죠.

싹쓰리의 정식 데뷔곡인 '다시 여기 바닷가'는 이상순 작곡, 린다G와 지코가 작사에 참여한 90년대 감성을 재해석한 뉴트로 곡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왠지 모를 울컥하는 마음까지 들게 하는 곡입니다. 싹쓰리에 대한 관심만큼 곡에 대한 궁금증도 컸던 상황에서, 곡은 발매 16시간 만에 24Hits 차트 1위에 오르며, 차트 개편 후 최단 시간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데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싹쓰리는 음악프로그램까지 출연해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며 부캐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죠. 외에도 '여름 안에서', '그 여름을 틀어줘' 등 싹쓰리가 공개한 곡들은 2020년 여름을 책임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코로나로 인해 다운되어있던 국내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최초의 부캐 그룹으로 기록되었습니다.

#3

환불원정대

환불원정대는 싹쓰리의 린다G로부터 시작됩니다. 쎈 언니 콘셉트로 유명한 엄정화, 제시, 화사와 함께 걸그룹을 결성할 수도 있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부캐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미 본캐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개성 강한 네 명이 어떤 조합을 보여줄까에 대한 기대만큼 걱정 또하 많았던 것이 사실인데요. 그녀들은 이러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실력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녀들의 데뷔곡 'DON'T TOUCH ME'는 결코 쉽게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만옥의 좋지 않았던 목 상태, 저음 보컬인 천옥, 허스키한 분위기가 강한 은비와 실비로 인해 곡의 성격과 파트 분배 등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녀들은 노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을 보여주며 완벽하게 녹음을 마치게 됩니다. 특히 힘들어 보였던 고음부분을 극복해내는 만옥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죠. 또한 프로다운 안무 소화력과 무대 장악력은 "역시는 역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습니다. 'DON'T TOUCH ME'는 공개 21시간 만에 24Hits 차트 1위에 등극했고,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음원 성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록하게 됩니다.

환불원정대의 가장 큰 가치는 "성장"에 있습니다. 싹쓰리가 90년대는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역할을 맡았다면, 환불원정대는 부캐로 인해 본캐까지 성장하게 되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령과 성별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당당한 여성으로서 가치를 보여주는 그녀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응원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녀들의 포스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환불원정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환불원정대는 부캐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과 시너지를 보여주며, 단순한 캐릭터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4

둘째이모 김다비

"둘째이모 김다비"는 코미디언 김신영의 이모이자, 빠른 45년생의 트로트 가수입니다. 다른 부캐들이 새로운 가상 인물로 태어났다면, 김신영은 실제 자신의 둘째이모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자신이 이모이자 조카인 세계관을 형성한 셈이죠. 능청스러운 연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었던 김신영의 부캐는 그 어떤 캐릭터들보다 활기찼습니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찰진 사투리를 선보이며 우리네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캐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는 모습은 그녀의 곡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요. 좌우명이 "인생은 한 번, 노래는 두 번"이라는 둘째이모 김다비의 첫 번째 싱글인 '주라주라'는 생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애절하게 풀어낸 트로트로, 많은 근로자들의 공감을 산 곡입니다. 때문에 곡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춰 발매되었죠. 조카 김신영이 쓴 중독성 강한 가사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패러디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는데요. 덕분에 곡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그녀의 존재감에 큰 몫을 해냈습니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김신영의 끼로 완성된 부캐입니다. 방송을 통해 보여줬던 그녀의 능력치가 응축되어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관찰력이 뛰어난 김신영의 부캐인 만큼 세세하고 체계적으로 캐릭터가 형성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부캐들과의 뚜렷한 차별성으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둘째이모 김다비. 2021년에는 그녀의 더 많은 활약을 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많아지면서 많은 대중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등장한 부캐는 2020년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을 다시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했고, 어두웠던 가요계의 빛으로 작용했습니다. 뛰어난 기획력과 개성있는 인물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순간이었죠. 2021년에도 이러한 부캐 열풍은 계속되리라 여겨지는데요. 또 다른 부캐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