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향해있는 시선, Madonna [Ray of Light]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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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향해있는 시선, Madonna [Ray of Light] (1998)

2020.11.26
Special

미래로 향해있는 시선, Madonna [Ray of Light] (1998)

1998년이라는 좌표를 가장 먼저 언급해야 마땅하다.

때는 1998년. 마돈나의 [Ray of Light]는 "본격 일렉트로닉 음악"을 간판으로 내걸며 등장했다. 기실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전자음악을 "테크노"로 퉁치는 측면이 강했다. 물론 잘못된 표현이었다. 테크노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를 뜻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디어와 일군의 평론가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전자 음악을 표현할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개발된 명칭이 바로 "일렉트로니카"였다. 뭐, 그냥 "일렉트로닉 뮤직"이라고 써도 되는데 괜히 멋 부린 거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미안하다. 평론가라는 족속이 원래 좀 이런 경향이 있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출처ㅣ@madonna 페이스북


Album

Madonna [Ray of Light] (1998)

Ray Of Light


따라서 [Ray of Light]는 일렉트로닉 뮤직의 흐름을 팝 역사의 중심으로 견인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즉, 다음과 같은 인식을 형성해줬던 셈이다. "마돈나도 일렉트로닉을 시도한다고? 이거 진짜 대세인가 보네." 음반은 무려 1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4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수상했다. 비단 상업적인 성취만은 아니었다. [Ray of Light]는 음악적으로도 마돈나의 역대 최고작이라 불릴 만했다. 이를 위해 마돈나는 당대 최고의 일렉트로닉 뮤지션을 프로듀서로 모신 뒤 전에 없이 세련된 비트를 창조해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이었다.

윌리엄 오빗의 인터뷰를 보면 마돈나의 목표는 정확하고, 간결했다. "자연스러움"이었다. 윌리엄 오빗의 말을 먼저 들어본다.

"마돈나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백합에 금박까지 입힐 필요 없어.' 다른 말로 하면 너무 많이 손대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과도한 완벽함을 멀리하라는 거였다. 컴퓨터로 음악을 작업하다 보면 모든 걸 완벽하게 다듬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실제로도 그렇게 할 수 있고. 우리가 가장 경계한 태도가 바로 이런 유의 완벽주의였다."

그래서일까. 경직되어 삐걱거리는 순간이라고는 없다. 전자음악의 외피를 둘러 입은 팝 싱글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풍성한 사운드의 공간감('Drowned World/Substitute For Love')을 구현하고, 일렉트로닉 댄스 리듬('Ray of Light')으로 출렁이는 와중에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건 이게 모두 팝 히트의 구조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히트 감각만큼은 마돈나를 따를 자가 몇 없는 게 분명하다. 마돈나의 전 세계 앨범 판매고는 대략 3억 장 정도로 추정 집계되는데 이는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대표곡 하나만 꼽자면 아무래도 'Frozen'을 넘어설 싱글은 없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오케스트레이션, 주문을 외는 듯 신비로운 마돈나의 보컬 멜로디, 여기에 사운드의 빈 공간을 과하지 않게 채우는 탁월한 프로덕션까지, 히트할 운명을 타고난 싱글이 있다면 이런 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결론이다.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고, 음악적으로도 인정받은 순간 무수하지만 "앨범 단위"로 격찬을 이끌어낸 마돈나의 결과물을 "최소한"으로 꼽자면 다음 2장이라고 생각한다. 1989년의 [Like a Prayer], 그리고 바로 이 음반 [Ray of Light]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Like a Prayer]는 단지 이슈 메이커를 넘어 마돈나를 아티스트로 인식하게끔 했던 첫 작품이었다.

[Ray of Light]는 조금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이 음반으로 마돈나는 "언제나 최신"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하게 다졌다. 그렇다. 마돈나는 늙어도 마돈나의 음악은 늙지 않는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그의 음악에 늙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흔적 따위 없다. 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현재시제에 안착하되 시선은 미래를 향해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롱한 톤으로 시작을 알리는 첫 곡 'Drowned World/Substitute For Love'를 시작으로 마지막 곡에 이르기까지 2020년을 기준으로 조감해 봐도 녹슨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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