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당당한 자기소개 - 소프라노 Hera Hyesang Park (박혜상)의 데뷔 앨범 [I Am H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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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당당한 자기소개 - 소프라노 Hera Hyesang Park (박혜상)의 데뷔 앨범 [I Am Hera]

2020.12.01
Special

가장 당당한 자기소개, 소프라노 Hera Hyesang Park (박혜상)의 데뷔 앨범 [I Am Hera]

왜 안 그렇겠습니까? Deutsche Grammophon(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누구나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제안을 받게 된 음악가는 그 말을 의심하고, 그것이 사실임이 밝혀지면 잠시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이라는 감정은, 곧 걱정과 우려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레이블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수많은 거장들이 노란색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표해왔습니다. 대가, 명반, 뛰어난 재능. 도이치 그라모폰은 이런 수식이 어울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의심은 끝나지 않습니다. 과연 내가 이 레이블과 함께 어울리는 사람일까요?

그런데 정작 계약을 제안한 쪽의 생각은 오히려 단순 명료합니다. 클래식 음반 레이블은 계약하고자 하는 대상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면밀히 살핍니다. 이전까지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음악가와는 결코 미래를 내다볼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클래식 음악계는 냉정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소프라노 Hera Hyesang Park (박혜상)은 지난 2015년에 있었던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습니다. 이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영국의 "글라인드본", 베를린 "코미쉐오퍼" 같은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섰으며 내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계약은 무턱대고 찾아온 기회가 아니었습니다.

박혜상의 데뷔 앨범 [I Am Hera]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Hera(헤라). 아마도, "혜상"이라는 발음의 어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해외 무대에서 박혜상은 "헤라"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같은 이름의 그리스 여신처럼 고전음악계에 서기를 이 신예 소프라노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박혜상의 데뷔 앨범은 탄탄하다는 말로 그 평가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아리아로 시작해 페르골레시와 헨델 같은 바로크 작곡가들의 아리아를 거쳐 갑니다.

그 뒤로도 그야말로 오페라를 대표하는 이름들로 가득합니다. 모차르트, 로시니, 벨리니, 푸치니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오페라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박혜상은 대가들의 위대한 아리아에 티 한 점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가창에 임합니다.

곡리스트 12

제작상의 문제나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많은 오페라 아리아들이 피아노 반주로 공연되거나 녹음되고 있는 시점에서, 박혜상의 이번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은 베테랑 오페라 지휘자인 Bertrand De Billy(베르트랑 드 비이)가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악단인 Wiener Symphoniker(빈 교향악단)을 지휘해 박혜상의 노래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첫 앨범으로는 보기 드문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도이치 그라모폰은 이제 막 계약해 첫 앨범을 발매하는 신인에게 작품 선택의 발언권까지 일부 맡겼습니다. "가장 나다운 선곡"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는 소프라노의 선택은 두 곡의 한국 가곡. 김주원 작곡가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가의 '시편 23편'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장 당당한 자기소개, 박혜상의 데뷔 앨범 [I Am Hera]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이 소프라노는 어떤 이야기를 덧붙여 나갈까요? 그 뒤에 이어질 음악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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