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은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매니아의 음악 서재

오디오 시스템은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0.12.23
Special

오디오 시스템은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디오가 취미인 분들이 오디오 시스템을 바꿨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소리 중의 하나가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입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아니 그것보다 안 들리던 소리가 정말 들리긴 할까요? 혹시 안 들리던 게 아니라 못 들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요즘이야 대부분의 카오디오 시스템이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전장장치와 연동되어서 출시되어 카오디오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예전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오디오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많았고 심지어는 트렁크가 배터리와 앰프, 우퍼로 채워져 있던 차도 많았죠.

그런 카오디오 업그레이드의 시작은 방음입니다. 그런데 방음이란 게 한 쪽을 하면 다른 쪽의 소리가 크게 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문에 방음 시공을 하면 바퀴 소리가 크게 들리고 그래서 휠하우스도 방음을 하면 이번에는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죠. 그래서 엔진 격벽 방음을 하면 이젠 바닥 소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시트를 모두 떼어내고 방진 패드를 붙이면 마지막엔 천정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죠.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들리던 소리를 들리게 하기 위해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하면 앰프가 아쉬운 것 같고 그래서 앰프를 업그레이드하면 이번엔 소스 기기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즉 오디오 시스템에서 안 들리던 소리를 들리게 하려면 어느 한 부분만 업그레이드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는 오디오 시스템의 여음 재생 능력이 좋아졌다는 말이고, 이런 여음 재생 능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스피커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입니다. 아무리 앰프가 좋고, 소스 기기가 좋아도 결국 신호를 소리로 만드는 장치는 스피커이니까요.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위에서 말한 업그레이드는 비싼 스피커를 산다는 게 아니라 해상도가 높은 스피커로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빈티지 스피커 중에는 유닛 하나에 1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 스피커도 흔하지만 그런 스피커가 모두 해상도가 좋은 건 아니니까요. 또한 대부분의 레코딩용 모니터 스피커는 음악감상용 하이파이 시스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합니다. 즉 비싼 제품은 해상도가 더 좋을 수는 있지만 해상도가 좋다고 모두 비싼 제품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오디오에서 말하는 해상도는 어떤 의미일까요? 소리라는 게 워낙 주관적이고 내게는 좋은 소리가 남에게는 안 좋은 소리가 될 수도 있기에 수학 공식처럼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해상도의 의미는 음원에 담겨있는 소리를 얼마나 충실하게 재생하느냐 정도로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면 CD나 LP, 스트리밍 음원에 담겨있는 신호를 얼마나 비슷하게 재생하느냐라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죠. 해상도가 좋은 시스템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해상도가 좋은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음색의 구분 능력입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음악을 들을 때와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때 발생하는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귀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연주자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누가 어떤 악기로 연주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눈의 감각은 배제하고 오직 귀의 감각만으로 음악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악기의 구분, 다시 말해 음색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관악기가 그런데요. 실제로 오디오 시스템에서 음악을 들으면 클래식 음악에서 트롬본과 호른, 그리고 재즈에서 트럼펫과 색소폰의 구분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리에겐 가장 친숙한 교향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상징하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필의 연주입니다. 여기서 1악장 2분 14초 정도에서 곡의 흐름이 한 번 바뀌고, 이 변곡점은 호른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호른 소리가 트롬본 소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래서 영상이 없는 오디오 시스템으로만 이 곡을 듣는다면 이 부분을 호른이 아닌 트롬본으로 연주한 것으로 아는 사람도 매우 많죠. 바로 이런 이유로 오디오 테스트용 음원으로 이 녹음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호른이 얼마만큼 호른처럼 들리느냐로 시스템의 해상도를 파악하는 거죠.

이런 부분은 오디오 시스템 중에서 소스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소스 기기에서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하면 그 이후에 연결되는 프리앰프나 파워앰프, 스피커는 앞에서 받은 신호를 어레인지하고 증폭 그리고 재생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소스 기기에서 정확한 신호를 보내지 못하면 그 이후의 앰프나 스피커가 아무리 좋고 해상도가 높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앰프나 스피커는 "다르다"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소스 기기는 "틀리다"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누구는 소리의 느낌은 차갑지만 정확하고 다이내믹스가 좋은 A/B 클래스 증폭방식의 앰프를 좋아할 수 있고, 다른 누구는 해상도는 떨어지지 않으면서 소리가 따뜻한 A 클래스 증폭방식의 앰프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누구는 진공관 앰프를 좋아할 수 있고, 진공관 앰프 중에서도 출력관이 3극관인 앰프를 좋아하는 사람, 4극관을 좋아하는 사람, 5극관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죠. 이게 앞에서 말한 "다르다"의 범주입니다. 하지만 소스 기기는 얼마만큼 원 신호의 소리를 원 신호와 비슷하게 재생하느냐가 관건이고, 이건 앞에서 제 기준으로 정의한 해상도에 대입해보면 원 신호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요. "LP는 CD나 SACD 또는 스트리밍 음원에 비해 (수치화할 수 있는) 기계적인 특성은 떨어지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CD보다 LP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LP가 더 듣기 좋은 소리가 나서 그런 것 아닌가요?"

"듣기 좋은 소리"와 "정확한 소리" 내지는 "해상도가 높은 소리"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 "해상도가 높은 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로 등가 치환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듣기 좋은 소리는 어느 정도 왜곡된 소리에 훨씬 가깝습니다.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요.

이야기가 길어지는군요. 다음 주에는 프리앰프가 해상도에 미치는 영향과 파워앰프가 해상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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