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 송의 뉴 노멀, Sia [Everyday Is Christm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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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 송의 뉴 노멀, Sia [Everyday Is Christmas] (2017)

2020.12.24
Special

크리스마스 시즌 송의 뉴 노멀, Sia [Everyday Is Christmas] (2017)

원래는 뮤직비디오가 없었다. 시즌 송이니만큼 영상까지 필요하진 않겠다 싶은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데 대중의 반응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버렸다. 내가 일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예로 들어볼까. 10월 말이면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는 청취자가 스멀스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11월 말이 가까워오면 이 곡 좀 듣고 싶다는 문자가 폭주를 거듭한다. 바로 어제 틀었음에도 그 다음날이면 곧바로 신청자가 켜켜이 쌓이는 형국인 셈이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Album

Sia [Everyday Is Christmas] (2017)

Everyday Is Christmas (Snowman Deluxe Edition)


그렇다. 시아(Sia)의 'Snowman'은 가히 2010년대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송이다. 일단 인기라는 측면에서 왬(Wham!)의 'Last Christmas'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같은, 크리스마스 고전들과 어깨를 겨룰 만하다. 곱씹어보면 이것은 참으로 대단한 성취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도 다음 같이 중얼거렸던 적 여러 차례 있지 않은가. "요즘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안 나."

기실 팬더믹 훨씬 이전부터 왠지 모르게 크리스마스는 시들해졌다. 낭만은 사라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송"으로 주목받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Last Christmas'가 차트에 반복해 오르는 현상이 이런 이유에서라고 보면 된다. 오죽하면 해외에서도 "Whammed"라는 표현이 생겼겠나. 진짜다. 신조어 사전에 해당되는 어반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접속해서 "Whammed"라고 쳐보라. "Whammed"는 "지겨워 죽겠는데 왬의 'Last Christmas' 또 들었어"를 뜻하는 수동형 동사다.

앞서 언급했듯 시아는 이 곡이 이렇게까지 거대해질 줄 몰랐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가사를 떠나 음악만 놓고" 분석해보면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감지할 수 있다. 'Last Christmas'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기본적으로 밝은 노래다. 화사하고, 왠지 모르게 긍정적이다. 심지어 'Last Christmas'는 가슴 아픈 이별 노래인데도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랬다. 지금까지 이 곡 들으면서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꿨다.

반면 'Snowman'은 슬픈 발라드에 가깝다. 그러니까, 앞의 2곡이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라면 이건 영락없는 "나 홀로 집에"다. 우리는 습관처럼 내뱉곤 한다. 현대인은 외롭다고. 현대인은 앞으로 더 외로워질 일만 남았다고. 'Snowman'의 히트는 다름 아닌 우리의 자화상을 반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곡이 실린 시아의 크리스마스 음반 [Everyday Is Christmas]에는 'Snowman' 외에도 좋은 곡이 수두룩하다. 만약 'Snowman'과는 결이 다른 곡을 듣고 싶다면 힘차게 포문을 여는 첫 곡 'Santa's Coming For Us'나 이어지는 'Candy Cane Lane'을 선택하면 된다. 반면 'Snowman'의 뒤에 흐르는 'Snowflake'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피아노 발라드다. 'Chandelier'에서 들려줬던, 시아 특유의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절창은 'Underneath The Mistletoe'와 타이틀 곡 'Everyday Is Christmas'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럼에도, 그 어떤 수록곡도 'Snowman'의 감동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무려 3년 만에 정식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스노우맨이 녹지 않을 수 있는 북극에 가서 둘이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거다. 슬프지만 따스한 스토리다.

과연 그렇다.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 필요한 건 여러 사람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이다. 'Snowman'은 바로 그 단 한 사람의 부재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자극한다. 이 노래가 크리스마스 시즌 송의 뉴 노멀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바탕이다. 혹시 정식 뮤직비디오를 아직 못 봤다면 꼭 찾아서 감상하기 바란다. 번역은 믿고 보는 영화번역가 황석희씨가 했다. 나랑 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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