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지켜진 약속, Playboi Carti의 새 앨범은?
2년 만에 지켜진 약속, Playboi Carti의 새 앨범은?
예년과는 사뭇 달리 유난히도 조용했던 올해의 크리스마스. 하지만, 울 일이 없던 힙합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바로 Playboi Carti 산타가 두 번째 정규 앨범 [Whole Lotta Red]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그는 수차례 앨범의 발매일을 미루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결국 그의 약속대로 크리스마스에 발매된 앨범은 첫 주에 약 12만 장의 앨범 판매 유닛을 기록하는 등 변함없는 Playboi Carti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Playboi Carti의 앨범에는 어떤 곡들이 수록되었을까?
팬들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Rockstar Made'부터 이전 Playboi Carti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꼈을 거다. 이번 앨범에서 Playboi Carti는 트랩 비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펑크 록의 요소를 곳곳에 녹여냈다. 이에 맞춰 그는 이전의 아기 같은 목소리를 벗어나 마치 그로울링하듯이 성대를 쥐어짠 랩을 선보이며 프로덕션에 긴장감을 한껏 부여한다. 물론, 그는 이전부터 즐겨 사용했던 추임새는 물론, 약물과 폭력에 찌든 자신의 삶을 록스타에 대입한 가사를 선보인다. 여전히 Playboi Carti스러우면서도 나름의 음악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Playboi Carti의 이번 앨범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던 이유 중에는 분명 Kanye West가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소식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Playboi Carti는 Kanye West와 함께 한 트랙을 본인의 SNS에 공개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앨범에 수록된 'Go2DaMoon'은 SNS에서 공개된 버전과 다르지만, 최근 들어 Kanye West와 잦은 협업을 하는 Wheezy의 프로덕션과 함께 두 래퍼의 랩을 즐길 수 있는 곡이다. 특히 Kanye West는 예전처럼 자신의 신앙심을 뒤틀어낸 가사를 선보이며 올드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Kid Cudi는 다양한 장르 음악의 요소를 녹여낸 프로덕션과 싱잉 랩을 선보이며 2010년대의 래퍼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Playboi Carti 역시 흥겨운 추임새 하나로도 벌스 하나를 꽉 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요즘 래퍼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M3tamorphosis'는 이런 둘의 뚜렷한 음악적 색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우선 Kid Cudi는 특유의 허밍과 어그러진 톤의 싱잉 랩으로 곡에 감정선을 부여한다. 여기에다 Playboi Carti는 허스키한 보이스 톤으로 특정 문구를 반복하며 청자에게 청각적 쾌감을 한껏 안긴다.
Playboi Carti의 이번 앨범은 발매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발매일이 미뤄졌다. 그의 유출 곡은 SNS에서 널리 퍼져 음원 스트리밍 차트에 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Cochise라는 래퍼는 Playboi Carti와 흠사한 랩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고, 팬이었던 Mario Judah는 아예 [Whole Lotta Red]라는 이름의 EP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Meh'는 '@ Meh'라는 이름으로 지난 4월에 공개된 앨범의 리드 싱글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Playboi Carti의 앨범을 곧 들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만큼, 나름 각별한 의미가 있는 트랙이랄까?
Playboi Carti는 종종 자신을 뱀파이어에 비견하곤 한다. 인터뷰를 보면 그는 컬트 영화 "The Lost Boys"를 본 후 자신의 패션과 생활습관이 마치 뱀파이어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뱀파이어 영화를 즐겨 관람하는 건 물론, SNS에서도 한 마리 뱀파이어에 빙의 된 것 마냥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영화 "드라큘라"에서 쓰였던 Bach의 'Toccata and Fugue'를 샘플링해 만든 'Vamp Anthem'이란 노래를 수록했다.
Playboi Carti의 앨범은 국내 음악 커뮤니티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인 그래픽 디자이너 Art Dealer가 앨범의 아트워크를 맡은 건 물론, 프로듀서로도 일곱 곡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Keith Ape의 'It G Ma', CL의 'Doctor Pepper' 등의 아트 디렉팅을 담당했으며, [Die Lit]에서도 'Long Time'을 프로듀싱하는 등 탁월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바 있다. 그중에서도 Starboy, Outtatown과 함께 협업해 만든 'King Vamp'는 시종일관 귀를 자극하는 멜로디가 특징적인 뱅어 트랙이다. 특히 Playboi Carti는 곡에서 자신을 "뱀파이어 왕"으로 일컫는다.
Playboi Carti의 이번 앨범은 외국에서 상당히 혹평을 받고 있다. 그가 앨범의 발매일을 계속 미루며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는 점도 있지만 중요한 게 따로 있다. 바로 모두가 기대했던 Pi'erre Bourne의 비중이 이번 앨범에서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둘은 이미 [Die Lit]과 [Playboi Carti]를 통해서 환상의 합을 맞추며 힙합 신에 거대한 파급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Playboi Carti는 Pi'erre Bourne의 비트를 두 곡밖에 싣지 않았다. 그 중 'Place'는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손꼽히는 곡이다. 트랙은 특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도입부가 꽤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Playboi Carti는 마치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처럼 사랑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 트랙 'F33l Lik3 Dyin'에서는 한 마리 뱀파이어가 아닌 Playboi Carti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듀서들은 Bon Iver의 'iMi'를 샘플링해 트랙에 소울풀한 느낌을 불어넣었다. Playboi Carti는 2018년도부터 이어왔던 Iggy Azalea와의 사랑을 끝낸 뒤 밀려온 허무한 자신의 감정을 구슬픈 싱잉 랩으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