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악기로 듣고 싶어! – 클래식으로 연주하는 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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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악기로 듣고 싶어! – 클래식으로 연주하는 팝 음악

2021.01.19
Special

내가 좋아하는 악기로 듣고 싶어! – 클래식으로 연주하는 팝 음악

순전히 개인적인 욕심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악기 연주로 듣고 싶다." 그런데 사실 리메이크라는 행위는 원곡자에게만 유익한 행위는 아닙니다. 리메이크하는 연주자들도 다른 작품을 연주하면서 무언가를 얻기 때문이죠. 외적으로는 리메이크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음은 물론, 타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내면의 성장까지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리메이크는 모두에게 이롭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군요.

확실히 타 장르를 넘나드는 시선이 예전보다는 좋아진 요즘입니다. 오늘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크로스오버 작품을 모아서 소개해드립니다.

함께하거나 홀로 존재하거나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다.
조금 이상한 문장이지만 여력이 닿는 대로 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크로스오버 음악, 리메이크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Berliner Philharmoniker(베를린 필하모닉)과 Wiener Philharmoniker(빈 필하모닉)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Philharmonix(필하모닉스)는 마음껏 힘을 빼고 연주하는 것 또한 훌륭한 리메이크의 자세라고 주장합니다. 필하모닉스는 보다 쉽고 즐거운 클래식 음악을 지향하는 그룹. 현악, 목관, 피아노라는 고전적인 편성을 편곡의 자유분방함으로 채우는 필하모닉스의 연주에는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아래 소개하는 Queen(퀸)의 'Bohemian Rhapsody'와 'Don't Stop Me Now', Sting(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을 한번 들어보시죠.

솔로 연주를 지향하면서도 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주자도 있습니다. 언제나 풍성한 편곡에 신경 쓰는 바이올리니스트 David Garrett(데이빗 가렛)도 작년 말에 [Alive - My Soundtrack]이라는 새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이제는 당당히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데이빗 가렛. Bee Gees(비지스)의 대표곡인 'Stayin' Alive'으로 시작하는 앨범 [Alive - My Soundtrack]에는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히트곡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록 마니아를 자처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취향이 반영된 'Paint It Black'과 'Enter Sandman'은 개인적인 추천 트랙입니다. 'Paint It Black'에서는 Igor Stravinsky(스트라빈스키)의 '불새'가 들리기도 하네요.

피아노 솔로 리메이크는 크로스오버의 대세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리메이크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Chad Lawson(채드 로슨)이 편곡한 Billie Eilish(빌리 아일리시)의 'When The Party's Over'입니다. 원곡의 우울한 감정을 피아노가 연주하니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드는군요.

크로스오버의 명가,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클래식 음악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도 Royal Philharmonic Orchestra(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은 꽤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뿐만이 아닌, 팝 앨범에서도 이 단체의 이름을 종종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46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고전음악 연주는 물론, 고전음악 이외의 장르에서도 그들의 연주력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의 명가라 불리기에 충분한 악단이죠.

최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클래식으로 듣는 드라마 OST 연주곡(Boxsets and Chill)]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은 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왕좌의 게임", "셜록"의 메인 테마가 당당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펼쳐지는 음반입니다.

작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클래식으로 듣는 디즈니]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사의 강력한 저작권 정책으로 리메이크 음원도 쉽게 허가가 나지 않기에 더욱 귀하게 다가오는 [클래식으로 듣는 디즈니]에는 고전 중의 고전인 "메리 포핀스"의 '서곡',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 그리고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라푼젤"의 'I See The Light'와 "겨울왕국"의 'Let it Go' 같은 마음 따뜻해지는 음원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앨범은 70년대의 대표적인 팝 듀오였던 The Carpenters(카펜터즈)의 음악에 오케스트라 선율을 입힌 [Carpenters With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입니다.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던 카펜터즈에 대한 추억이 첫 번째 트랙부터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숨은 명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