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nio Morricone의 세 가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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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io Morricone의 세 가지 비밀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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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io Morricone의 세 가지 비밀

통일 이탈리아의 등장 이전부터, 이탈리아 반도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유럽 전역에 이름나 있었습니다. 몬테베르디, 비발디 같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부터, 벨리니, 로시니, 도니제티, 베르디, 푸치니처럼 이른바 "벨칸토"의 시대를 열었던 작곡가들의 계보는 이탈리아를 아름다운 선율의 땅이라 기억되게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이탈리아의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먼저는 현대음악의 거목인 Luciano Berio(루치아노 베리오), 그리고 그의 제자인 Ludovico Einaudi(루도비코 에이나우디) 같은 음악가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시선을 약간만 비틀면 고전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거장의 이름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데요.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음악의 전통을 생각해본다면 현대 이탈리아 최고의 작곡가라는 영예는 분명 Ennio Morricone(엔니오 모리꼬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가장 이탈리아다운 작곡가중 한 명이었던 엔니오 모리꼬네는 작년인 지난 2020년 7월 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1세. 오늘은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나간 거장의 생애를 다시 한번 조망해보겠습니다.

1. Ennio Morricone는 아카데미 상을 못 받을 운명이었다?

평생을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영화도 적지 않은 작업을 했던 엔니오 모리꼬네. 미국도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아카데미도 종종 모리꼬네를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모리꼬네는 "천국의 나날들"을 시작으로 "미션", "언터쳐블", "벅시", 그리고 "말레나"에 이르기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번도 수상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로 후보에 올랐던 "미션"의 수상 실패는 작곡가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었죠.

그러던 지난 2007년, 모리꼬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명예 오스카상을 받습니다. 작곡가는 이 수상에 무척 기뻐했지만 심하게 말하면 본상이 아닌, "그간의 수고에 감사드린다."라는 의미였기에 다소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공로상 이후의 수상은 기대할 수 없었기에 이 상은 사실상 모리꼬네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수상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후에 일어났으니, 2016년 엔니오 모리꼬네는 쿠엔틴 타란티노 연출의 "헤이트풀8"의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합니다. 모리꼬네도 예상하지 못한 놀랍고도 감동적인 상황이 인생의 막바지에 연출된 것입니다.

2. Ennio Morricone는 소문난 축구팬이다?

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이탈리아인의 기질은 직업을 피해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집에서 음악만 생각 할 것 같은 엔니오 모리꼬네도 생전 열정적인 축구팬으로 유명했습니다. 평생을 로마 시민으로 살았던 모리꼬네의 눈에 들어온 클럽은 로마를 대표하는 두 클럽인 라치오와 AS 로마였습니다. 어린 모리꼬네의 첫 선택은 라치오. 그러다가 아버지의 "부끄럽지도 않냐"라는 말에 응원팀을 AS 로마로 바꾸게 되었다는데요.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AS 로마의 열광적인 팬이었던 모리꼬네는 작곡가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이 클럽에 대한 애정을 빼놓지 않고 표현했습니다. 그 열정을 구단 측에서도 잘 알고 있었기에 AS 로마는 지난 2016년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과 2020년의 서거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 뉴스에 게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AS 로마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시청한다." 모리꼬네의 축구 사랑은 이 문장 하나로 정리됩니다.

3. Ennio Morricone는 작업 내역을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한다?

생전 엔니오 모리꼬네는 몇 개의 영화에 음악으로 참여했을까요? 놀랍게도 그 수는 모리꼬네 조차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실 대략 헤아린 숫자만 약 450개에서 500개 정도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모리꼬네는 세상을 떠났고, 작곡가가 생전에 남겼던 작업을 정리하는 일은 오롯이 후대의 몫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체하는 일 없이 작업은 빠르게 시작되어 지난 2020년 말부터 모리꼬네가 작업했던 영화음악이 재발매, 혹은 리마스터링을 거쳐 새롭게 발매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고전으로 평가받는 1969년작 "시실리안 (Le Clan des Siciliens)",

1971년작인 "인콘트로 (Incontro)",

1985년작 "라 가비아 (La gabbia)" 같은 작품은 물론,

이탈리아 공영방송인 RAI에서 TV 영화로 제작했던 "가수 (La Sciantosa)", 1971년작인 "자동차 (L'automobile)"처럼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의 사운드트랙도 함께 출시되었습니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듯한 옛스러운 느낌이랄까요? 거장의 젊은 시절의 음악은 이랬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워낙 많은 앨범이 발매되고 있기에 과거의 작품을 한데 아우르는 앨범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앨범 [Morricone Segreto]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숨겨진(Segreto) 명작들을 한데 담은 앨범입니다. 음반에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 함께 했던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같은 스파게티 웨스턴은 물론, 작곡가의 대표작인 "시네마 천국"과 "미션" 같은 작품과도 확연히 다른 엔니오 모리꼬네의 또 다른 음악세계가 밀도 높게 담겨 있는데요. 듣다 보면 꽤 으스스한 느낌의 작품도 많은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Album

Ennio Morricone [Morricone Segreto]

Morricone Segreto

곡리스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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