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피아노는 수백 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악기입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를 위한 음악을 작곡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죠. 오늘은 최근 발표된 피아노 앨범을 중심으로 피아노라는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 피아니스트 Benjamin Grosvenor(벤자민 그로브너)는 리스트의 음악으로 채운 새 앨범을 들고 나왔습니다. 흔히들 리스트라는 작곡가를 이야기할 때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 테크닉을 떠올리곤 하죠. 이를테면 '라 캄파넬라' 같은 곡처럼요. 하지만 기교적으로 연주하는 것 못지않게 리스트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겨있는 감성적인 면과 아름다운 선율을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그로브너는 과연 어떻게 피아노를 연주했을까요?

형제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Arthur Jussen(아르투르 유센)과 Lucas Jussen(루카스 유센), 이른바 유센 형제도 새로운 음원을 발매했습니다. 아렌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피아노 음악이 중심인데요. 특히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렌스키의 음악을 아주 매력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유센 형제가 연주하는 아렌스키의 '왈츠'를 들으면 19세기 유럽의 낭만적인 풍경이 저절로 연상됩니다. 아렌스키가 생소한 분이라면 유센 형제의 피아노 연주로 꼭 경험해보세요!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 이루마의 새로운 싱글에도 눈길이 갑니다. 2003년 첫 발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피아노 독주곡 'Kiss the Rain'을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한 것이죠. 첫 선율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의 거의 없는 명곡 'Kiss the Rain'이 오케스트라 선율로 연주되는 것을 듣는 기분은 꽤나 새롭습니다.

한편, Music Lab Collective는 Sam Smith(샘 스미스) 'Lay Me Down', Mike Posner(마이크 포즈너) 'I Took A Pill In Ibiza', Adele(아델) 'Hello' 등 유명 팝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The Chainsmokers(체인스모커스)의 2016년 곡 'Closer (Feat. Halsey)'를 편곡했죠. 원곡 특유의 경쾌가 리드미컬함 대신 피아노 특유의 감성을 담았는데 얼핏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피아노 음악이라기보다는 피아노를 음악적 수단으로 삼아 자유롭고 참신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음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피아니스트 Vikingur Olafsson(비킹구르 올라프손)은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라모의 작품 '뮤즈와의 대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어쩌면 라모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음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크 음악을 약간 편곡했겠지"라는 생각으로 듣는다면 엄청난 음향적 충격으로 깜짝 놀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악은 독일 출신 뮤지션 Lambert(램버트)의 새 앨범 [False]입니다. 앞서 소개한 올라프손처럼 램버트의 음악적 정체성과 아이디어는 피아노를 근간으로 하고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피아노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False]에서 피아노 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자음향이 가득하고 전위적이며 몽환적이기까지 하죠.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파생되는 음악가의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