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공간에서 반응으로 연결되기, 한희정 [공간반응]

비하인드 컷

각자의 공간에서 반응으로 연결되기, 한희정 [공간반응]

2021.02.25
Special

한희정 프라이빗 온라인 공연 '공간반응'


Artist

한희정

2008년 첫 솔로 음반 [너의 다큐멘트]를 시작으로 네 장의 EP와 정규 2집 [날마다 타인], 악보 음반 [NOTATE] 등을 발매하였습니다. 전 곡을 직접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믹스하며 프로듀싱합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저로 작업하지만, 매번 다른 성향의 음반을 만듭니다.


Album

한희정 [공간반응]

공간반응

작년에 발매한 싱글들을 하나의 공간에 모았습니다. 이 공간에서 저는 "적막"으로 들어가서 변하지 않는 성질을 "재구성"하고, "또 다른 영감"을 공유하며, "양배추즙"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Story

한희정 프라이빗 온라인 공연 '공간반응'

"무대를 잃고 여덟 명의 음악가는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합니다. 객석을 잃고 관객은 각자의 공간에서 반응합니다."
목소리 1 : 한희정
목소리 2 : 박민희
바이올린 1 : 차지연
바이올린 2 : 조유란
피아노 : 임애진
비올라 : 박용은
첼로 : 지박
드럼 : 박영규

공연 전 공모한 관객의 사진과 영상은 또 다른 연주자가 되었습니다.

정성 어린 이미지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답니다.

연주 중에는 관객에게 의성어와 의태어 댓글을 부탁드렸어요.


Review

장은정 비평가의 공연 리뷰 : 색의 건축

#주광색

방을 공연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백열등을 끄고 가장 좋아하는 주광색 작은 스탠드를 켜고 헤드폰을 꼈다. 온전히 공연에 집중하고 싶었다. 숨소리로 시작되는 한희정의 목소리. 그 높낮이가 음으로 연주되며 듣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흰색

첫 곡, 'In Silence'를 듣다 말고 문득 알게 됐다. 이 곡은 관객의 공간을 공연장으로 만드는 음악이라는 것을. 첫 곡을 듣는 동안 내 방에 있던 "생활"이라는 것이 서서히 지워져 갔다. 그런데 공간의 용도를 바꾸는 음악의 제목이 'In Silence'라니, 곡이 끝났을 때 나는 아무 가구도 놓여있지 않은 백색의 상자 속에 앉아있었다. 어째서 내게 고요 혹은 침묵의 색은 흰색이었을까.

#계단들

첫 곡이 끝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리적 상태나 관계를 넘어 변하지 않는 성질을 다시 구성하기". 그 후에 이어지는 목소리들과 소리, 연주음의 교차는 그 백색의 방에 입체적 높낮이를 만들어냈다. 위로 치솟았다가 내려앉기가 교차되는 계단들이라고 해야 할까.

#파란색

그 계단이 파란색 계열로 감각된 이유에 대해 설명할 언어가 없다. 백색의 방에서 뚜렷한 이 계단들은 움직이는 건축과도 같았고, 나는 그 계단에 앉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소리들이 순차적으로 계단의 움직임을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그것은 음악이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건축이었고, 백색의 방 속에서 나는 또렷한 파란 계단에 앉아있었다.

#프레임

각 연주자들로 분할된 프레임들이 중첩되었다가 사라지고 관객들로부터 이미 받아둔 이미지들이 사이사이에 끼어들면서 시각적인 움직임이 음악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상세히 기록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듣기"를 위한 "보여주기"였고, 궁극적으로 이 공연에서 보는 행위는 듣는 것과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의 소리

아마 오프라인 공연장이었다면 시도하기 쉽지 않았을 한 장면. 컵에 든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과 소리. 관객들에게 요구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곡에 뒤섞여 나오는 동안 흥미롭게도 백색의 내 공연장은 서서히 "생활"을 되찾고 있었다. 주광색의 스탠드 빛이 있는 작은 나의 방으로.

#연결

공연이 끝나고 공지에 따라 댓글 창을 가득 채운 의성어와 의태어들을 한희정이 또박또박 읽어나갈 때, 이것이 마지막 곡이란 생각을 했다. 한 곡, 한 곡 연주될 때마다 나의 공간은 변화를 거듭했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닐 것이다. 각자의 방에서 우린 잠시 이어져 있었고, 나는 벅찬 마음으로 질문한다. 어째서 인간은 음악을 알고 있는가.


From 한희정

To Melon

Artist Message : 당신의 반응에 반응하기 (귓속말)

안녕하셔요. 한희정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당신의 반응에 반응하는 일이에요. 타인에게 반응하고 새로운 감각을 공유하게 되는 음악, [공간반응]은 그 바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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