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초록마녀, 위키드!

멜론 서포터즈

우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초록마녀, 위키드!

2021.03.29
Special

우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초록마녀, 위키드!

"좋은 소식입니다! 그 여자가 죽었대요! 서쪽 마녀(엘파바)가 죽었어!" (뮤지컬 "위키드"의 첫 씬 대사 中)

여기서 말하는 그 여자는 바로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악한 서쪽 마녀입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즈의 세계관과 연결되는 부분이 존재하지요.

다만, 뮤지컬 "위키드"는 원작 스토리 중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 성장 이야기에 집중하여 원작보다 조금 더 밝고 경쾌하게 극을 풀어나갑니다. 마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도로시와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친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데요. 한 번쯤 들어봤고 익숙한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그런지 친숙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위키드". 관람 전 "오즈의 마법사"를 한 번 훑어보고 가는 건 어떨까요?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보기 드문 여성 투톱 뮤지컬인데요. 엘파바 역으로 "옥주현", "손승연" 배우, 글린다 역으로는 "정선아", "나하나" 배우, 피에로 역으로는 "서경수", "진태화" 배우가 열연을 펼쳐주고 있습니다. 저희 멜론 기자단은 "손승연", "정선아", "서경수" 배우 페어로 진행되는 회차를 보고 왔는데요. "엘파바"와 "글린다"의 첫 만남부터 작별의 순간까지 모든 순간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뮤지컬 "위키드", 초록빛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글 | 멜론기자단 11기 이민주, 이유림

#1

우리가 아는 사악한 서쪽 마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와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는 남쪽 마녀 "글린다". 다른 피부, 성격, 말투, 뭐 하나 닮은 점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달가워하지 않았는데요, 같은 방 룸메이트가 되어 서로 증오했지만 피에로가 주최한 무도회에서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엘파바가 오즈의 비밀을 알게된 후, 악인으로 몰리며 둘은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적을 악으로 만드는가"라는 원작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오즈의 마법사는 엘파바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재능이 뛰어나고 정의로운 엘파바를 만인의 악으로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위대한 마법사(오즈의 마법사)가 어째서 엘파바를 나쁜 마녀라고 선동했을까요? 그 이유는 "위키드"를 관람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선하다" "악하다"를 정의하며 손가락질하는 세상 속에서도 엘파바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불의를 해결해 나갑니다. 이런 그녀의 열정적이고 따스한 진심을 알아봐 준 피에로는 위기의 상황에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기도 합니다. 피에로를 사랑했던 글린다는 엘파바를 향한 그의 헌신적인 태도에 화가나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에 금이 가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진심을 나누며 화해하고 엘파바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합니다.

정의롭고 열정 넘치는 엘파바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는 사람은 단 두 명(글린다, 피에로)뿐입니다. 시민들은 오즈의 마법사가 퍼뜨린 거짓 소문을 맹목적으로 믿기만 합니다. 엘파바를 악당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이는 것, 믿고 싶은 것에 안주할 뿐이죠.

신비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원작 소설 "위키드"에서 만인의 악인 "오즈의 마법사 서쪽 마녀"의 이야기를 비틀어 서구사회를 비판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뮤지컬 "위키드"를 보며 이러한 주제 의식을 생각해보는 것도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2

가슴이 웅장해지는 압도적 무대 연출!

뮤지컬 "위키드"는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의 무대로 환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12M가 넘는 길이의 타임드래곤이 무대 꼭대기를 장악하고 있으며, 5,000개의 그린 LED가 우리를 에메랄드 세계로 인도합니다. 595번이나 바뀌는 조명과 암전 없이 진행되는 54번의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은 그야말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총 350여 벌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의상들 또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이는 장식들은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존재감이 뛰어나죠. 캐릭터별 특성이 드러나는 의상들은 실감 나는 디테일을 구현하기도 하는데요. 딜라몬드 교수님의 뿔과 꼬리, 원숭이들의 날개, 보크의 양철 갑옷 등 특수의상을 통해 상상 속 이미지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돋보이는 무대장치들만큼이나 디테일을 챙기는 연출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는데요. 저희가 꼽은 디테일 포인트는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입니다. 엘파바의 그림자 쇼 이외에도 오프닝과 엔딩 무대 등 그림자를 보여주는 연출이 깨알 같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3

달라도 너무 다른 위키드의 두 마녀

에메랄드빛 초록 피부, 천재적인 마녀 '엘파바'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악한 서쪽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 (줄여 부르면 엘피) 그는 영주님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따돌림의 대상으로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며 소설 속 소문과는 달리,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정의로운 인물인데요. 그 과정에서의 오해로 마을의 빌런이 되어 존재를 감추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애교떠는 방법을 배울 정도로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캐릭터인데요. 글린다의 가르침 이후 그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모습이 매력 포인트랍니다. 그런데 이런 모자란 모습 뒤에 굳센 자아가 숨겨져 있는데요. 그것이 드러나는 넘버가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입니다. 그는 한목소리로 커다란 무대를 장악하며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능력자였죠. 엘파바의 반전매력에 출구는 없습니다. (유감)

금발의 인기쟁이, 사랑스러운 마녀 '글린다'

글린다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착한 남쪽 마녀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예쁘고, 밝은 에너지 덕에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인싸 친구입니다. 본명은 "갈린다"지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딜라몬드 교수님의 죽음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해 "글린다"로 개명합니다. 언뜻 보면 공주병에 잘난 척하는 까탈스러운 아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여리고 사랑을 받는 만큼 사랑할 줄도 아는 따뜻한 학생입니다.

글린다는 극도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높고 청량한 소프라노 음색이 잘 어울리는 역할인데요, 글린다역을 맡은 정선아 배우는 유명한 넘버인 "(파퓰러)Popular"를 비롯해 엘파바와의 듀엣곡 "이 낯선 느낌(What Is This Feeling)", "너로 인하여(For Good)" 등 모든 넘버를 글린다 그 자체가 된 것처럼 찰떡같이 소화해냈습니다. 전 시즌 최다 공연을 한 배우라는 타이틀만 봐도 글린다를 얼마나 잘 소화해냈는지 알 수 있겠죠? (정선아 배우가 글린다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글린다가 정선아를 연기하는 것이라는 후문이..!)

#4

두 마녀의 성장, 빛나는 명장면이 되다

#이 낯선 느낌 (What Is This Feeling)

"총체적으로 넌 밥맛! 네 얼굴 목소리 꼬라지 모든 게 완전 밥맛!"
엘파바와 글린다가 처음 룸메이트로 만나게 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혈압이 쭉쭉, 머리가 핑핑, 뒷골이 뻐근"할 정도로 서로를 싫어하는데요.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며 구제 불능이라고 욕하는 살벌한 가사이지만 통통 튀는 매력적인 멜로디와 "손승연" 배우의 허스키한 목소리, "정선아" 배우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잘 어우러져 달콤함을 더해준 달콤살벌한 노래입니다. 서로 마주 보며 찰지게 "밥~맛 너는 밥~맛"이라고 열연을 펼쳐주던 배우들의 목소리가 아직 귀에 맴도는데요, "위키드"의 넘버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한 노래인 것 같습니다.

#파퓰러(Popular)

"나의 전공은 popular/ 부전공도 popular/ 칙칙하고 어둡던 너의 과거를 다 잊게 만들어 줄게 right now"

엘파바와 단짝이 된 글린다는 자신처럼 인기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예쁘게 꾸며주기 시작합니다. 엘파바를 꾸밀 생각에 들떠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는데요, 중간중간 들어가는 글린다의 콧소리는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뮤지컬 이전에 영국 팝스타 MIKA가 부른 'Popular'로 이미 유명한 곡으로 MIKA 3집 앨범 [The Origin of Love]에 이 곡을 샘플링한 'Popular Song'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뮤지컬은 보지 않았어도 'Popular'라는 곡은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뮤지컬을 관람하시다가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면 그건 바로 'Popular'!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날아올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날 막을 순 없어"

오즈의 모든 진실을 깨닫고 쫓기는 엘파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자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날아오릅니다. 커다란 치마폭을 배경 삼아 날아오르는 엘파바는 압도적인 성량으로 한순간에 무대를 집어삼켰는데요. 그에게 집중되는 여러 갈래의 조명이 벅찬 감정을 끌어냅니다.

저희는 용기로 무장한 채 한 순간에 비상하는 "손승연" 배우의 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굉장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는 장면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요. "어떤 마법사도 나를 끌어내릴 순 없어!"라고 외치며 뿜어내는 각성의 에너지는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여운을 더했습니다.

#너로 인하여 (For good)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엘파바와 글린다는 결국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 새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둘은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둔 채 서로의 소중함을 노래하는데요. 그들의 진한 우정과 성장스토리가 목소리를 통해 그대로 전해집니다.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감정전달 덕분에 몰입도가 상당했는데요. 따뜻한 가사와 헤어져야 하는 그들의 상황이 애틋함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Epilogue

에메랄드 시티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One short day 여긴 에메랄드 시티/ One short day 신나게 즐길 거야/ 즐겨요 하나도 놓치지 마"

화려한 무대와 트리플 플래티넘을 기록한 수려한 음악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뮤지컬 "위키드"!! "연대 최고의 뮤지컬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문화적 현상(버라이어티)" 등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그래미상 등 전 세계 100여 개의 메이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위키드"는 피켓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표를 구하기 힘든 뮤지컬인데요, 이 정도의 수상 경력이면 볼 이유는 충분하겠죠?

뮤지컬 "위키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명쾌하게 비틀며 다양성의 존중을 이야기합니다. 동물이든 녹색 피부든 모두의 존재가 반짝일 수 있는 오즈의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면서 말이죠. 두 마녀의 우정과 진실을 향한 성장을 응원하며 단 하루, 그들의 친구가 되어볼까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