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베토벤이다 -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장르 인사이드

다시 베토벤이다 -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7번]

2021.04.09
Special

다시 베토벤이다 -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아무리 곱씹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죠. 많은 이들이 그랬듯, 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에게 작년은 이해할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2020년이 오기 전까지는 정말 좋았습니다.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지난 201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Radio-Sinfonieorchester Stuttgart Des SWR(남서독 방송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습니다. 독일 주요 악단의 지휘자 자리를 얻으며 유럽 클래식 무대 중심부로 진입한 것이죠. 그의 성취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에 쿠렌치스는 베를린 필하모니에 무대에 섰습니다. 지휘할 작품은 베르디의 대작인 [레퀴엠],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Berliner Philharmoniker(베를린 필하모닉)이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변방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그리스 출신 지휘자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지휘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습니다.

2020년에도 그 기세는 변함이 없을 예정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 쿠렌치스는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작곡가의 대표작인 [교향곡 5번 "운명"]을 자신의 악단인 Musica aeterna(무지카 에테르나)의 연주로 발표했습니다. 앨범은 모든 해석이 나온 것처럼 보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신선한 베토벤 연주가 가능하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악화되는 국제정세가 그 기세를 꺾고 말았고 한국의 쿠렌치스 팬들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가 지휘하는 무지카 에테르나의 국내 첫 내한공연이 취소된 것이었죠, 아쉬움은 그렇게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01.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

그로부터 1년 뒤, 이런저런 감정을 뒤로하고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무지나 에테르나는 준비했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이번 신보에 담긴 작품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입니다. 저번 앨범에 이어 연속으로 베토벤의 교향곡을 선보이는 셈입니다. 앨범에 담긴 녹음은 3년 전인 2018년 여름, 빈의 주요 공연장인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교향곡 7번] 녹음은 먼저 발매된 [교향곡 5번]과 같이 녹음된, 형제 사이입니다.


02. 고대 그리스 건축 같은 명작 - 베토벤의 [교향곡 7번]

그런데, [교향곡 7번]이라고요?
[교향곡 5번 "운명"]은 좀 알겠는데, [7번]은 익숙하지 않다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운명", "합창", "영웅"같은 부제로 유명한 그의 교향곡 중에서도 [교향곡 7번]은 비교적 특별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제 없는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작품성으로는 다른 유명 교향곡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높은 음악적인 완성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7번]을 완성한 해는 1812년. 마흔을 막 넘긴 베토벤은 그즈음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는 결코 고리타분해지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베토벤은 [교향곡 7번]을 통해 널리 알렸습니다.

[교향곡 7번]의 '1악장'은 도입 부분이 비교적 특이합니다. 하이든,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교적 옛 방식인 느린 도입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장의 본 주제는 비교적 뒤에서야 (4:08 부근) 등장하고, 그 이후에는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하는듯한 상쾌함을 안고 진행됩니다.

뒤잇는 느린 '2악장'은 베토벤 음악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만한 위대한 악장입니다. 저음부에서 침잠하는 소리가 점점 위로 올라오는 동안 청자는 자신도 모르게 감동에 젖어 버립니다.

'3악장'은 빠른 스케르초 악장입니다. 스케르초 악장은 A-B-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A 주제가 활달하면 상대적으로 가운데에 위치한 B 부분은 차분하고 온화한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7번]의 '3악장'은 온순함과는 거리가 먼 호쾌함을 내내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루할 틈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마지막 '4악장'은 '3악장'의 기운을 이어 경쾌하게 달려가는 악장입니다. 드라이브 뮤직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내내 시원스러운 진행을 유지하는 악장은 끝에 이르러 "잘 들었다."라는 감각을 느끼게 하며 마무리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의 구성은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해석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더하고자 합니다. 그의 지휘처럼 단호한 어법으로 쿠렌치스는 "모든 음표가 제자리에 놓인 형식적으로 가장 완벽한 교향곡"이며 "마치 파르테논 신전 같은 고대 그리스 건축에도 빗댈 수 있다"고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평가합니다. 쿠렌치스가 다른 도시도 아닌 그리스 아테네 출신이기에 이 말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집니다.


03. 우리는 왜 베토벤을 반복할까?

비단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했던 작년뿐만이 아닙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수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작곡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왜 현대의 연주자들은 과거의 작품을 반복할까요? 그리고 지루하게만 늘어지는 고전음악에서 오늘날의 애호가들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요? 여기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그의 무지카 에테르나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답변을 하고자 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음악이 아닙니다. 거장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어느 시대에도 자기만의 할 말을 할 줄 압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은 그 어떤 이들의 작품보다 할 말을 잘하죠. 쿠렌치스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입니다. 2021년에도 여전히 새로운 베토벤을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그의 무지카 에테르나가 전합니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