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웃고 싶은 날에 찾아주세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하이라이트 공연

한바탕 웃고 싶은 날에 찾아주세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2022.01.20
Intro

브로드웨이부터 국내를 휩쓴 뮤지컬 코미디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2014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그랜드 슬램부터 시작해 2018년 국내 초연 관람객 6만 3천 명을 기록한 명작이 돌아왔습니다.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은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명문가의 여덟 번째 후계자임을 깨닫고 신분 상승을 위해 행하는 연쇄살인에 대한 뮤지컬 코미디입니다.

연쇄살인 코미디라니, 잘 상상이 가지 않으시죠? 이 낯설고도 참신한 조합으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젠틀맨스 가이드"! 한국에서는 이번이 삼연째라고 하는데요. 과연 이 흥행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 흥행비결로 톺아본 백 점짜리 관람 가이드 : 인물관계 & 무대장치

로맨스, 스릴러, 그리고 풍자까지 어우러지며 볼수록 새롭고 재밌는 "젠틀맨스 가이드"!
한번 보더라도 공연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여러분을 위해, 멜론 서포터즈가 꼽은 공연의 흥행 비결 두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인물관계" 그리고 "무대장치"입니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뮤지컬을 함께 살펴볼까요?

Part 1. 인물관계

극의 풍성함을 더하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명문가 백작이 되려는 "몬티"의 험난한 여정을 다룬 만큼, 수많은 사건·사고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극에서 집중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인물 간 관계 덕분이죠. 각각 명확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은 대립, 사랑 등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이야기에 입체감과 풍성함을 더합니다.

지금부터 그 인물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 몬티 X 다이스퀴스

▶ 백작이 되려는 자, 몬티

가난하고 평범하던 청년 "몬티"는 백작이 되고자 하는 욕망, "다이스퀴스" 가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살인 계획을 실천해 나갑니다. 특히 극 중 넘버 '바보 같아 (Foolish to Think)'는 출세하고자 하는 몬티의 욕망을 잘 보여줍니다. 몬티는 다이스퀴스 가의 문을 계속 두드리지만, 번번이 그들로부터 좌절당하는데요. 그러나, 그의 새로운 계획들로 서서히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합니다.

백작의 자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몬티의 말투, 스타일링 등 많은 부분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남루한 청년이었던 1막의 모습과 비교해, 2막에서의 몬티는 세련된 "19세기 영국 신사"로 완벽히 재탄생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몬티의 변신은 그의 심리적 변화를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주어, 극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 돈 많고 명망은 없는 유력가문, 다이스퀴스

"다이스퀴스" 가 인물들은 욕심이 많고 위선적입니다. 극 중 넘버 '왜 가난하고 그래 (I Don’t Understand the Poor)' 는 가난한 이들에게서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그들을 멸시하는 다이스퀴스의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몬티가 이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안타까움보다는 통쾌함을 느끼게 되죠.

한 명의 배우가 다이스퀴스 가의 9인을 모두 연기하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의상을 "퀵 체인지" 할 만큼 빠른 전개 속에서, 의상부터 말투, 몸짓까지 각기 다른 배역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배우의 명연기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 퀵 체인지(Quick Change)란? 짧은 시간 내에 의상, 소품 등을 교체해 다른 모습으로 극에 등장하는 것

▶ 주고받는 대사 속 피어나는 케미스트리

은행장 "애스퀴스 다이스퀴스"가 몬티 역을 맡은 유연석 배우에게 건네는 "슬기로운 은행 생활 하기 바라네", 관객들에게 건네는 "이런 시국에 이렇게 많이 모이고 그래"같은 대사들은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며 우리를 빵빵 터지게 하기도 했죠. 이렇듯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를 중심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주제는 계속해 유쾌하고 위트있는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 시벨라 X 피비

▶ 욕망의 화신, 불타는 매력의 시벨라

"시벨라"는 몬티를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만, 사랑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야망이 넘치는 그녀는 끝내 몬티의 구애를 거절하고 허영과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자 "라이오넬 홀란드"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몬티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결국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으려 하죠.

넘버 '불쌍한 몬티 (Poor Monty)'에서는 몬티를 사랑하지만 미래를 함께하고 싶지는 않은 시벨라의 마음이 선명히 드러납니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몬티에게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촉매가 됩니다.

▶ 순수한 영혼, 고결한 여인 피비

"헨리 다이스퀴스"의 여동생 "피비"는 다른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에 비해 맑고 순수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몬티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에 단번에 매료될 만큼, 소설 속 낭만을 꿈꾸는 귀족 아가씨죠. 그녀는 몬티를 몇 번 보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다짜고짜 프러포즈하는 순진하고 철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넘버 '반대로 (Inside Out)'에서는 순수한 피비의 성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깨끗하고 여린 목소리로 내면을 알아봐 주는 진실한 세상을 노래하죠. 직설적인 가사를 통해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피비의 매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극에는 시련이 존재하는 법! 과연 피비는 몬티 옆에서 계속 이렇게 순수하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 문 하나를 둔 선택

몬티를 놓지 못하는 시벨라, 그리고 몬티와의 사랑을 시작한 피비! 몬티는 시벨라와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피비의 방문에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탄로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입니다.

넘버 '결혼할 거야, 그대랑(I’ve Decided to Marry You)'에서는 두 여성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몬티가 문을 중심으로 양쪽을 오가며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레드와 블루로 대비되는 두 여인의 의상과 서로 다른 음색은 넘버를 더욱 풍부하게 완성하죠.

Part 2. 무대장치

한계를 극복하다

앞서 소개된 여러 인물의 관계와 사연들은 두 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다양한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됩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뮤지컬이 가진 시공간의 제약을 다양한 무대장치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해냅니다.

# 모든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LED 영상'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이지만, 극이 전개되며 다양한 장소들이 묘사됩니다. 허름한 집에서부터 하이허스트 성, 교회, 심지어는 머나먼 이집트까지도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바로 "LED 영상" 덕분입니다. LED 영상은 시공간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올립니다.

또한, 영상은 인물들이 당하는 죽음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치로도 쓰이는데요. 자칫 숙연해질 수 있는 장면은 생생한 배경 영상,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영상을 보며, 극에 푹 몰입해보세요!

#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몬티의 '회고록'

극은 몬티가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록에 고백하며 전개되지만, 여러 사건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점차 몬티가 아닌 사건들에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장내 위치한 대형 회고록에 불이 켜지고 몬티의 독백이 시작되면서 한순간에 관객들의 시점은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그의 엉뚱하고 참신한 독백은 번번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다시 한번 코미디극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죠.
회고록은 극을 시작하는 것과 더불어 여러 사건 속에서도 관객들이 끝까지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극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액자'

하이허스트 성 속 조상들의 초상화들은 왠지 모르게 오묘한 분위기를 뽐냅니다. 몬티가 도착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액자 속 조상들이 그를 대차게 내쫓는 노래를 부릅니다.

넌 여기 어울리지 않는 존재
잘 되겠지 생각하니 야 꿈 깨라
온 김에 둘러보고 가 관광 좀 하고 가

멈춰있는 액자인 줄만 알았던 그림들이 갑자기 합창을 부르며 몬티와 관객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데요. 이 톡톡 튀는 장면은 액자가 무대 소품을 넘어, 극의 요소로 활용되며 완성되었습니다. 소품 하나까지도 기발하게 활용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무대의 디테일을 채운 것이죠!

Outro

당신은 그저, 웃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젠틀맨스 가이드"의 흥행비결과 함께 관람 포인트들을 짚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 공연에서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으신가요?
입체적인 인물부터 화려한 무대, 귀를 사로잡는 풍성한 음악, 또 배꼽 잡는 유머까지! 젠틀맨스 가이드는 여러분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저 맘 편히 웃기만 하셔도 됩니다.
결국엔 관객과 배우, 우리 모두가 한 곳에서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모든 걸 내려놓고 한바탕 웃고 싶은 날,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을 추천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멜론 서포터즈였습니다.

글&이미지ㅣ멜론서포터즈 12기 권성영, 홍민주, 황어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