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낭만주의 시인, 하나의 소설, 복잡하게 꼬인 그들의 관계!

하이라이트 공연

두 명의 낭만주의 시인, 하나의 소설, 복잡하게 꼬인 그들의 관계!

2022.03.17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다룬 창작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 치명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유혹해 피를 취하는 "뱀파이어".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이끌리는 요소가 아닐 수 없는데요, 혹시 이 마성의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소설을 알고 계신가요?

#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VAMPYRE:A TALE'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뱀파이어"의 전형을 만들어낸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뱀파이어 테일"을 착안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 얽힌 두 인물간의 사건을 풀어내고 있죠.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라는 문장으로도 유명한, 시인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로 알려진 "존 폴리도리" 사이의 저작권 분쟁이 극의 글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초의 저작권 논쟁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실존 인물간의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태어난 이 뮤지컬의 현실과 소설, 역사와 상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흐름에 함께 해보실까요?

# 만우절이라서, 그래 그래서 그런거지?

1819년 4월 1일, 의사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소설인 "뱀파이어 테일"이 세상으로 발간 되며 뮤지컬은 시작됩니다. 보통 작가는 기뻐할텐데, "존"은 매우 혼란스러워 합니다. 만우절의 장난일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소설이 전 고용주인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되다니! 자신만 간직하고 있었던 소설이 엉뚱한 이름으로 나온 이 어이없는 현실에 "존"은 영문을 모른채 괴로워 합니다.

"세상에 보이고 싶어 쓴 글이 아닙니다!"

당황스러운 건 "바이런" 남작도 마찬가지였죠. 어느 날 자기 이름으로 발간된 소설이라니… 게다가 이렇게 허접한 세계를 내가 만들었다니요! "바이런"에게도 이 사건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뱀파이어 테일"의 경위를 알기 위해 "바이런"이 "존"의 집을 방문하며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들어냅니다.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을까요? 그리고 그 소설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I. 감정 - 요동치는 서로에 대한 감정들

"존"과 "바이런"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얽혀진 감정을 따라가며 알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갖는 미묘하고도 복합적인 감정은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의 재미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죠. 달랐던 두 인물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과 추억을 나누고 원하지 않는 변화를 겪기도 합니다. 복잡한 감정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까요?

도덕적인 의학박사 존

"존 폴리도리"는 에든버러 대학의 최연소 의학 박사를 받은 수재입니다. 주치의로써 바이런과 함께 유럽 전역을 여행했죠.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바이런"과 함께 시를 나누며 점차,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바이런과 함께 합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존은 꽤나 바이런과 계속해서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존은 한 사건 이 후 해고당했고 해고당한 후, 바이런을 모델로 소설 "뱀파이어 테일"을 씁니다. 그 후 바이런의 이름으로 소설이 잘못 출간 되며, 속으로만 삭힌 그의 감정들을 밖으로 내보이게 되죠.

사교계의 명사 바이런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명인, 명필가,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자, "조지 고든 바이런"! 수려한 외모에 남작이란 지위, 상원의원이라는 명성까지, 모든 것을 가진 듯한 그는 말 그대로 매사에 자신만만한 인물입니다. 퇴폐적인 카리스마와 능글거리는 장난기는 그를 더욱 매력있게 만들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는 한없이 오만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소설을 창작하는 것은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그 세상의 신"이라고까지 스스로를 칭하는 "바이런"(넘버 : 그 세상의 신). 그런 그가 "존"과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던 우리

자신의 기준이 뚜렷한 "존"은 오만하고 방탄한 "바이런"의 모습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인으로서, 바이런을 향한 숨겨진 존경심도 가지고 있었죠. 바이런의 주치의에 지원한 것도, 작가 지망생으로서 바이런을 동경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바이런의 흥미를 이끕니다. 많은 지원자 중 존이 그의 주치의로 뽑혀 계속 그와 함께하게 된 것도 이런 감정이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동경, 단순한 호기심이 어떻게 깊게 발전해 나갔을까요?

나를 아는 너, 너를 아는 나

"바이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존"은 차츰 바이런의 다른 모습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가 생각보다 지쳐있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끼게 되죠. 존은 언제나 따라 붙는 사람들의 시선에 답답해 하는 바이런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됩니다. 하루는 서로 의상을 바꿔 입고 사람들을 속이는 장난에 바이런과 함께 하기도 하죠. 존은 바이런의 내적 아픔과 질병, 속마음을 이해해 가면서 그를 안쓰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이런은 존과 터놓고 긴 시간을 보내며, 그 와의 거리를 점차 좁혀 나갑니다. 바이런에게 또 다른 언어이자 세상인, "시"를 통해 시간을 함께한 존에게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죠. 항상 고고한 태도였던 그가, 존에게는 "맞춰주려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며 그에게 나름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이런은 자신과 함께하며 자신을 돌보는 존의 시선과 챙김 속에,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바탕으로 그를 아끼게 됩니다.

이렇게 끝인걸까

"존"의 소설 "뱀파이어 테일"처럼, 그들의 끝은 좋지 못했습니다. 존은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후회"를 느끼고 괴로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괴로움으로 인해 그의 고질병인 "몽유병"이 자주 발병하기도 하죠. 어느 날, 몽유병으로 흐릿한 상태였던 존은 "하나의 사건" 이 후 바이런에 의해 해고를 당합니다. 그 모든 과정과 그 이후까지도 존은 계속해서 자신의 선택과 바이런을 만난 것 자체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존은 바이런을 뱀파이어 "루스벤"에 비유해 그를 비난하는 소설로 그 감정들을 담아내죠.

바이런에게는 자신을 떠난, 그리고 자신을 파괴적인 뱀파이어로 소설에 담은 존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슬픔의 복합적인 감정이 남았습니다. 의뭉스러운 미소, 건들거리는 태도로 존에게 물어보는 많은 질문들은 존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도 그에게 남았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II. 경계를 이어주는 치밀한 요소들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두 인물의 관계와 과거를 서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런만큼 많은 비유적인 요소가 활용되는데요, 의미를 지닌 물건으로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기도 또 사건을 담고 있는 요소로 작용하며 극의 중요한 촉매가 되어줍니다. 19세기라는 시대에 꼭 맞는 소품들과 공간들을 보는 재미도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를 보는 포인트죠! 극을 이루고 있는 주요 요소들을 짚어보며 뮤지컬을 더 깊게 들여다 볼까요?

무대와 관객을 이어주는 "존의 집, 천둥 소리, 조명"

무대는 존의 집을 사실적으로 펼쳐내며 관객들을 19세기 영국으로 초대합니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큰 창을 가진 존의 독특한 집 구조를 잘 표현해 냈죠.

극을 나눠주는 "시그널"로써 등장하는 천둥 소리와 창 밖 흐려지는 조명은 함께 어우러지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두 인물을 비추는 조명은 치명적인 붉은색, 신비한 보라색, 스산한 푸른색으로 무대를 밝히며 몽환적인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만의 색을 제대로 전달해주죠. 19세기 어둑한 런던의 어느 창이 큰 집. 관객들은 금새 두 인물의 상황에 빠져들 수 밖에 없습니다.

소설과 현실을 이어주는 / 나비, 뱀파이어

존의 "뱀파이어 테일"은 단순히 뱀파이어인 치명적인 귀족, "루스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존과 바이런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로 다뤄집니다. 그런 점에서 "나비"와 "뱀파이어"는 소설에서 "존과 "바이런"을 찾을 수 있는, 상징적 요소라고 볼 수 있죠. 평소 나비를 좋아하고 화려한 패턴을 좋아하는 존처럼 소설의 "오브리"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브리"는 "존"을 담은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이런은 이런 "나비"를 보고 다른 존재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아름답다고 칭송하기도 하죠. 반면, "뱀파이어"는 "존"이 보는 부정적인 모습의 바이런을 의미합니다. 소설에서 교묘하게 사람을 타락시키는 귀족 "루스벤"의 모습은 퇴폐적이고 주변을 파멸시키는 "바이런"의 모습을 담았죠. 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 바이런의 모습을 햇빛을 피해 다니는 "뱀파이어"에 담았다는 점에서 그를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존과 바이런을 이어주는

복잡한 과거에 저작권 논쟁까지! 꽤나 얽혀있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 마냥 싫어만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극 중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고 그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상징하는 물건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 물건은 바로 "약병"인데요, 바이런이 통증을 호소할 때, 다급히 약병을 그러모아 달려가는 존에게서 그를 생각하는 존의 마음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또 반대로 떨림을 멈추기 위해서 몸에 심각하게 무리가 갈 정도로 약을 하는 존에게서 약병을 막으며 존을 생각하는 바이런을 알 수 있죠. 긴밀했던 그들의 "옛날"에서는 이미 멀어져 버린 둘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지녔다는 점을 "약병"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존과 바이런의 틀어지게 된 계기와 깊게 연관된 요소가 있죠. 이들의 헤어지게 된 사연이 담긴 듯한 "단도". 서로를 여전히 생각하는 그들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인물의 마음 속으로 우리를 이어주는

몸이 좋지 않는 바이런은 간만에 존으로부터 거머리를 통한 치료를 받습니다. 오만하게만 보이던 바이런의 안쓰러운 부분이 가장 잘 표현되는 요소가 바로 이 지점인데요. 바이런은 자신의 몸에 돌고 있는 피에 대해서 혐오를 표하면서, 자기 혐오적인 속마음을 뿜어냅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사교계의 명사가 자기를 혐오한다니. 겉으로는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는 바이런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존의 숨겨진 내면을 표현하는 요소도 있는데요, 바로 "몽유병"입니다. 존은 "몽유병" 중에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해서 불완전한 기억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존의 이러한 행동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 아닌지 관객들을 의문스럽게 하며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하죠. 무결해 보이는 존이 눌러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몽유병"은 존의 무의식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깊은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얽히고 설킨 두 작가의 질긴 관계, 미묘한 감정선! 사실, 복잡하고 미묘해서 더 몽환적으로 다가가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아닐까요?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키는 화제의 창작 뮤지컬! 아슬한 기류를 다채롭게 펼쳐나가는 2인극의 진짜 매력을 극장에서 직접 함께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글 & 이미지ㅣ멜론서포터즈 12기 전영지, 홍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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