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 둘째 딸이 아빠와 계모를 죽였다? 함께 포효하는 록 뮤지컬, 리지(LIZZIE)

하이라이트 공연

※실제 사건※ 둘째 딸이 아빠와 계모를 죽였다? 함께 포효하는 록 뮤지컬, 리지(LIZZIE)

2022.05.10
Intro

2년만에 돌아왔다, 짜릿하고 탄탄한 '리지'

짜릿한 뮤지컬 '리지'가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초연부터 '예매율 1위'라는 기록을 세운 '리지'는 뮤지컬계를 집중시키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4명의 등장인물, 송스루 뮤지컬, 미스터리한 살인사건, 짱짱한 록 사운드까지. 강렬하고도 실험적인 요소들을 시원스레 풀어내는 '리지'는 '보고 또 본다!'는 '회전문 관객'까지 단단히 사로잡았습니다.

'제 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뮤지컬 '리지'! 그 화끈한 매력을 함께 살펴볼까요?

*송스루 뮤지컬(Song-through musical) : 대사가 없거나 극도로 제한하고 모든 대사를 뮤지컬 넘버로 처리하는 뮤지컬 형식.
PROLOGUE

간단명료하게 짚어줄게요

MOTIVE

뮤지컬 '리지'는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 갑니다. 바로 '리지 보든 도끼 살인 사건'인데요. '보든 가문'의 둘째 딸인 '리지 보든'이 아버지와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진행된 '체포-재판-석방'의 과정을 재구성해 뮤지컬에 활용했습니다.

당시 리지 보든은 의심스러운 답변과 번복되는 진술, 청산 구입의 시도로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130년간 미국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뮤지컬 '리지'! 실화를 다룬 현대적 해석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PLOT

더운 여름, 부유한 '보든 가문'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장의사 '앤드류'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에비'가 도끼로 무참히 살해된 것인데요. 유력한 용의자는 놀랍게도 둘째 딸인 '리지 보든'입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CHARACTER

둘째 딸, '리지' : 아버지와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보든 가'의 둘째 딸. 독실하고 얌전한 '리지'가 용의자라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

언니, '엠마' : 상냥하지는 않지만 '리지'에게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어 하는 언니. '리지'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 저항적이고 거센 '엠마'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친구, '앨리스' : '리지'가 가장 의지하는 마음의 친구. '리지'에게 따스함을 주고 슬픔을 나누는 소중한 인연. 그들의 각별한 모습은 뮤지컬의 '맵단짠'의 '단'을 담당!

가정부, '브리짓' : 큰 감정적 교류가 없는 듯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보든 가'를 잘 아는 보든 가의 가정부. 인물들에게 슬쩍슬쩍 말을 건네는 '브리짓'은 알고 보면 사건의 '키맨'일지도. '브리짓'과 각 인물과의 '티키타카'에 집중해보자!

4 SECTIONS

'속이 뻥! 눈이 번쩍!' 뮤지컬 넘버로 살펴보는 LIZZIE만의 매력 POINT

'속이 뻥! 눈이 번쩍!' 뮤지컬 넘버로 살펴보는 LIZZIE만의 매력 POINT

'록 뮤지컬' 리지의 '중독적인 넘버'는 단연 일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대사를 제한하고 넘버로 진행하는 '송스루 뮤지컬'인만큼 화려하고도 다채로운 넘버를 자랑하죠. '리지'의 대표 넘버들을 살펴보며 '리지'만의 매력 포인트를 함께 살펴볼까요? 스포일러는 걱정마세요! 더 재밌게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했답니다.

SECTION 1

STAGE

지금 여기, 우리 모두 '보든 家'로!

'무대'는 '보든 가'의 저택을 생생히 펼쳐냅니다. 빅토리아 시대 문양의 '보든 가'의 저택은 관객들을 극에 제대로 몰입시키죠. 철창을 연상시키는 프레임 구조는 억압되는 주인공의 심정까지 담아냅니다. 무대에 구현된 저택의 문을 통해 입장하고 퇴장하는 동선은 무대의 활용도를 높이고, 사다리를 활용한 '2층 구조'는 무대를 확장하면서 분리하는 역할도 해내죠. 적절하게 활용되는 투명 LED, 강렬한 조명, 저택이 개방되며 등장하는 장치들은 '리지'의 매력을 톡톡히 살려냅니다.

#2 보든 가 (家)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여는 '보든 가 (家)'는 '보든 가문'과 주요 인물을 소개하는 넘버입니다. 무대 효과와 각 인물들의 노래가 한데 어우러지며, 보는 이들에게 '보든 가'를 단숨에 펼쳐냅니다.

'근데 소문이 그래
미친 건 분명해
여기 이놈의 보든'

LED로 스산하게 표현되는, 계모와 아버지의 액자는 억압적인 '보든 가문'의 분위기를 한 번에 보여줍니다. 박자에 맞춰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는 조명 효과는 강렬한 인물들을 제대로 표현하죠. 쏘아지는 조명, 적재적소에 삽입되는 LED, 무대 바닥과 뒤편에서 등장하는 장치들까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무대 장치들과 시너지를 내며 관객들을 단숨에 '보든 가'로 초대합니다.

SECTION 2

INSTRUMENT

숨은 공신, 6인조의 라이브 밴드!

'풍성한 사운드'는 '리지'의 큰 매력 포인트죠! 속이 뻥 뚫리는 멜로디와 흥 넘치는 비트감은 '록 뮤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뿜어냅니다. '리지'는 '빡센' 노래뿐 아니라 절절한 감정선까지 음악으로 제대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을 더하는데요. 이 사운드의 비결은 특별한 악기 구성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드럼, 베이스, 기타, 퍼커션에 첼로까지! '6인조의 라이브 밴드'가 바로 뮤지컬의 숨은 공신인 것이죠. 고통, 고뇌, 갈망, 저항, 자유의 감정들을 세련된 사운드로 표현한 뮤지컬 '리지'! 넘버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까요?

#9 소중한 내 동생

분노한 언니, '엠마'가 '보든 가'를 떠나기 전 부르는 '소중한 내 동생'은 '록'으로 제대로 무장한 넘버입니다. 드럼과 기타 사운드로 '하드하게' 진행되는 노래는 '록 페스티벌'의 공연장이 떠오를 정도죠!

'우린 다 상처뿐이었던 거야
Sweet Little Sister'

기타의 짜릿한 선율에 맞춰 격앙된 감정을 뿜어내는 '엠마' 그리고 악보에 표현된 숨소리까지 '힙하게' 살려내는 '리지'. 귀를 채는 밴드의 악기들은 무대를 화려하게 채우며, 자매의 친애와 연대를 날카롭게 표현합니다.

#12 있어줄래?

'거칠기만한 '리지'?'란 생각이 드실까 봐 바로 소개해 드리는 열 두번째 넘버, '있어줄래'는 '리지'에 대한 '앨리스'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있어줄래? 내 곁에
그늘에 누운 채
입술 틈에 열매를
따스히 베어 문 채'

악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앨리스'를 그려내는데요. 키보드, 첼로, 퍼커션의 조합은 '앨리스'의 애정 어린 대사를 살리고 드럼과 기타는 단단한 '앨리스'의 든든함을 표현합니다. 넘버 전반에 깔리는 첼로의 선율은 아련한 감정선을 잡아주며 '리지'와 '앨리스'의 애틋한 관계를 한층 살려줍니다.

SECTION 3

PERFORMANCE

록 스피릿 폭발하는 여성 보컬 콰르텟!

뮤지컬 '리지'의 탄생은 1990년 이루어진 실험적인 '록 퍼포먼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러한 '리지'의 시작을 반영하듯, 우리의 가슴 속에 잠재된 록 스피릿을 끌어내는 주역은 단연 네 명의 여성 록 보컬들입니다. 단 네 명의 인물만이 극에 등장하나, 배우들의 폭발하는 가창력,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대는 어느새 에너지로 가득 찹니다.

#13 머리가 왜 없어

'리지'의 절규가 가득 담긴 넘버, '머리가 왜 없어'에서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성량이 돋보입니다.

출처 : Youtube TongTongCulture, '뮤지컬 '리지'(LIZZIE) 2022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왜 내 세상만 캄캄해, 아빠가 빛을 죽였어
이 빌어먹을 감옥
살아선 절대 나갈 수 없어
머리가 왜 없어?'

아버지에 의해 처참히 죽은 자신의 반려 비둘기들을 보며, '리지'는 절망에 빠져 이 넘버를 부르는데요. '리지'의 곁에서 '앨리스', '브리짓'이 함께 앞으로 손을 뻗으며 '머리가 왜 없어?'라고 외치는 부분은 떼창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감정이 고조되어, 무릎을 꿇고 열창하는 '리지'의 모습은 어느 로커의 퍼포먼스를 연상케 합니다.

#15 누군가가 뭔 짓을 할 거야

비둘기의 죽음에서 비롯된 '리지'의 사무치는 절규는, 조만간 불타는 분노로 바뀝니다. 분노에 사로잡힌 '리지'는 '누군가가 뭔 짓을 할 거야'를 부르며 무언가를 결심합니다.

'Somebody 누가 사고 쳐
Somebody 집어 들었어
Somebody 이제 내려쳐
Somebody Will Die
Die Die Die'

모든 캐스트가 함께 이 넘버를 부르는 모습은 '리지'의 극단적인 결심을 추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스탠딩 마이크'를 붙잡고 기대어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점점 관객들의 감정은 고조됩니다. 마지막에 찢어지는 듯한 창법으로 'Die Die Die'를 외치는 장면에서는 마침내 격정의 소용돌이가 폭발하며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하드록', '펑크', '메탈' 등 다양한 스타일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지붕 뚫는' 가창력은 관객들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SECTION 4

COSTUME

빅토리아 시대의 숙녀에서 현대의 로커로!

뮤지컬 '리지'를 관람하는 가장 큰 기쁨은 청각에서 시작되나, 갖은 시각적 연출에서 오는 즐거움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중 중요한 것이 '의상'입니다. 극이 진행되는 시대적 배경이 1890년대인 만큼, 배우들은 주로 빅토리아 시대풍의 의상을 입는데요. 옛 드레스를 입고 록을 부르는 모습은 사뭇 이질적이나, '리지'에서 의상은 단순히 시대상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로커'다운 창법과 퍼포먼스가 내재한 욕구를 드러낸다면, 꽉 끼는 드레스는 메타포로서 외재한 억압을 보여줍니다.

2막부터 배우들은 한 명씩 드레스를 벗고, '펑키'한 현대풍 의상으로 갈아입습니다. 환의가 이루어지면, 인물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과 태도도 변합니다. 2막이 시작하자마자, '리지'는 현대풍 의상으로 무대에 등장하는데요. 1막에서의 위축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리지'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18 XX 이제 어쩔 거야, 리지

'리지'가 저지른 일을 알게 된 '엠마'는 '성급했다'며 '리지'를 거친 말로 다그칩니다. 그녀가 느낀 당혹감과 혼란은 'XX 이제 어쩔 거야, 리지'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이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왜 너는!'
'철저히 속여야 해, 어서 계획을 짜자'

그러나 이윽고 '엠마'는 '리지'의 당당한 설득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리지'를 돕습니다. 이때 '엠마' 역시 목까지 올라오는 답답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현대풍 로커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브릿지를 넣은 헤어, 가죽 신발, 과감하게 크롭 된 의상은 그녀의 내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27 너의 거친 꿈속으로

극의 마지막 무렵에는 모든 인물들이 '리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나누어 가지며, 함께 '너의 거친 꿈속으로'를 부릅니다.

'내가 널 지켜줄게, 나와 함께 떠나
거친 네 꿈속으로
Fly, 난 Fly'

점차 인물들은 옥죄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와일드한' 로커 의상으로 갈아입습니다. 그간 자신들을 억압했던 폭력 또는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물들이 함께 비상을 꿈꾸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게 되죠. 과연, '보든 가'를 둘러싼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모든 인물은 자유를 쟁취할 수 있을까요?

Outro

오랜 기다림 끝. 환호의 '싱어롱'!

COVID-19으로 객석 내 환호가 금지되면서, 그간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리지'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그 아쉬움이 더욱 컸는데요. 록 콘서트가 떠오르는 '리지'의 커튼콜을 보고 있노라면, 환호와 '싱어롱(Sing-along)'을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8 마흔 번의 도끼질

그러나! 최근 방역 수칙 완화로, '리지'의 근래 회차에서는 관객의 환호와 싱어롱이 가능해졌는데요. '마흔 번의 도끼질' 반주가 재생되는 순간, 모든 관객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넘버를 맞이합니다.

'리지 보든 도끼로
엄마한테 마흔 번
아빠한텐 아니야
마흔 하고 한 번 더'

'회전문 관객이 많다'는 명성에 걸맞게,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은 '아이돌 응원법'을 연상케 하는데요. 그 애정에 보답하듯, 배우들은 능숙하게 관객과 호흡하며 가창력과 에너지를 폭발시킵니다.

각기 다른 음색을 지닌 네 명의 여성 보컬이 만나 폭발하는 '록 스피릿'! 무대, 밴드, 퍼포먼스, 의상이라는 네 요소가 시너지를 내는 뮤지컬 '리지'는 제대로 매력을 배가합니다.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리지'를 보며 그간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건 어떨까요?

글 & 이미지 | 멜론서포터즈 12기 강인중, 차지원, 홍민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