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아티스트: 윤지영

트랙제로

이달의 아티스트: 윤지영

2023.11.02
Special

이달의 아티스트: 윤지영

숨은 명곡, 세상은 모른다. 트랙제로는 안다.

멜론이 작정하고 만든 숨은 명곡 발굴 프로젝트. 멜론 트랙제로.

트랙제로는 숨겨진 명곡과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전문위원들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리스너들에게는 숨은 보석 같은 음악을 선물하고, 뮤지션들에게는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Story

이달의 아티스트: 윤지영

지난 4월, 싱어송라이터 윤지영이 첫 번째 정규작 [나의 정원에서]를 발표했습니다. 그간 싱글과 EP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한 음악이지만, 풀 랭스(Full length)는 처음이었는데요. 반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그의 속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앨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 윤지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A

  • 먼저 멜론 '트랙제로' 매거진을 보실 리스너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뮤지션 윤지영입니다.

Q&A

  • 담백한 인사네요.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요?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대가 됐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앨범을 다시 깊게 들어볼 기회는 사실 없거든요. 저는 [나의 정원에서]를 어떻게 돌아볼까요? 궁금했습니다.

Q&A

  • [나의 정원에서] 첫 트랙에서 지영 씨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 실제로 가장 최근에 꾼 꿈은 무엇인가요? 오늘 인터뷰를 오기 전이라든가요.

    평소에는 사실 좋은 꿈을 꾸진 않아요. 영화에 기반해서 꿈을 꾸기도 하고… 보통은 악몽이죠. 저의 일상이랑은 관계가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뜬금없이 사람들이 죽을 때도 많고요.

Q&A

  • 꿈은 무의식의 발로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음악인 이전에 사람 윤지영이 알고 싶었거든요.

    음… 제 음악을 들은 분들은, 제가 다정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럼 속으로 외치죠. ‘아닌데!’. 저는 화가 너무 많은 사람이에요. 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사주에 보면 불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잘 표출하지 못해요. 엄청 착하지도 않고요. 다만 다정해지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은 다정하지 못하다는 거죠.

Q&A

  • 스스로는 다정하지 않다고 했지만, 많은 리스너들이 지영 씨 음악에 위로받는걸요.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요. 딱히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쓴 음악이 아니고, 감히 그럴 입장도 아닌데 위로가 된다는 말씀에 저 역시 위로를 받고요. ‘다들 그렇구나’라는 공감하는 거죠.

Q&A

  • 그럼 어떤 목표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다는 건 분명 다른 의미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민망해요.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래서 관성처럼 음악을 만들었으니까요. 3~4곡쯤 발표하니까 진지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또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게임에서 경험치를 쌓으면서 제일 잘 맞는 무기나 도구가 주어지잖아요. 저에겐 그것이 음악이구나 싶었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요. 저도 제가 누군지 모르고 끝날 것 같은 느낌이라서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면서 제 삶이 정리가 되는 것 같거든요.

Q&A

  • 혹시 이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고민이나 불안함은 없었나요?

    요즘 그런 마음이 들긴 해요. 곡을 워낙 많이 쏟아내서 당연한 수순인가 싶기도 하고요.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일해야지'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까 제가 가진 한정된 자원, 영감을 이미 소진한 것이 아닐까, 복권을 운 좋게 다 뽑아버린 게 아닐까 생각해요. 더 좋은 음악을 쓰고 싶으니까요. 다른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래요. 그렇다고 제가 마이클 잭슨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일 큰 게 뭘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Q&A

  • 그런 과정이 혹여 고되지는 않나요? 매번 0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긴 하죠. 곡을 썼다는 행위가 저에겐 작업의 끝이 아니거든요. 이 곡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설명하고, 실체를 만드는 데 참 오래 걸려요. 막연한 감정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비트를 먼저 쓰거나, 멜로디를 먼저 썼다는 동료분들을 보면 신기해요. 저는 가사가 될 만한 생각이 없으면 곡이 나오지 않거든요.

Q&A

  •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지금 눈앞에 우산이 있는데 이런 것에도 영감을 받나요? (웃음)

    아뇨. (웃음) 만약 우산을 보더라도 '어떤 이야기를 해야지'라는 생각보단 '어떤 감정이 드는데 이게 뭐지?'라고 생각을 해요. 비유하자면 포토샵 색상표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뽑는 과정에 가까워요. 저의 감정에 가장 가까운 말을 찾고, 그것을 확실하게 잡아내고, 정의하는 걸 우선시하죠.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기보다, 현미경으로 감정을 관찰하는 사람이다?

Q&A

  • 정원이라는 특정 공간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곡 제목이자 앨범 타이틀이잖아요. 분명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동명의 곡이 먼저 나와서 타이틀이 된 거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 덕에 성장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공감의 눈물을 흘려주는 것 같다는 상상을 했어요. '당신의 눈물로 푸르게 가꾼 정원입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Q&A

  • 전작 [Blue bird]으로부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풀 랭스(Full length) 앨범을 작업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그간 싱글 위주로만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단어로만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지켜보고 싶기도 했고, 그것을 정규작으로 발표하면 더 와닿을 것 같았죠. 비슷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남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묶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드디어 '지금의 저는 이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고 기특합니다.

    물론 저 역시 곡 단위로 듣는 경우가 많기에 회의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적어도 동료들은 정규 앨범을 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작업한 음반이라 사랑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명반은 아닐 수 있지만, 그때의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뿌듯합니다. 마치 명함처럼 느껴져요.

Q&A

  • 편곡적으로도 귀 기울일 부분이 많은 작품이에요. 첫 번째 트랙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의 현악기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특히 '이제 더는 돌아오지 말아요' 부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김춘추(실리카겔)와 작업을 했는데, 서로 누가 먼저 나서지 않고 주춤주춤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근데 왠지 이 곡이 앨범의 전체 방향을 정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스타트를 끊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결과는 모르겠지만 일단 스트링을 넣어 메일을 보냈죠.

    그랬더니 소설 이어쓰기처럼 전혀 다른 후렴구를 보내주더라고요. 특히 리버브로 빠지는 부분을 들으면서 춘추가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먼저 시도했어야 했는데! (웃음) 사실 처음부터 그에게 프로듀싱을 맡길 마음은 아니었어요. 근데 제가 6개월 동안 누구랑 어떻게 작업을 하지 고민하던 시점에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이 춘추였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부탁을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사람이랑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싶었죠. 때마침 그 역시 외부 작업에 고민이 피곤해진 시점이었고,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하더라고요.

Q&A

  • 두 분이 만나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많은 작품이에요. 'You Have'에 옥타브로 쌓인 코러스도 재밌더라고요.

    사실 데모는 더더더(강조) 귀여웠어요! 근데 이펙터와 녹음 방식이 달라지면서 미세하게 불쾌한 골짜기처럼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세밀하게 신경을 쓴 곡이에요.

Q&A

  • 'City Seoul'은 Vampire Weekend 같은 팀이 생각나더라고요. 말인즉슨 라이브 무대를 보고 싶다는 거예요.

    재밌죠! 밴드 멤버들이 재밌어해서 좋아요. 저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거미야 미아내'라는 곡은 브라스, 스트링과 합을 맞추면서 더 새로워졌어요.

Q&A

  • 근데 지금이야 즐겁게 이야기하지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다 때려 칠 거야!'는 아니지만 잘하고 있나 스스로 폭발하긴 했어요. 채찍질해도 쉽사리 뭐가 안 나오더라고요. 꽤 폐인 모드였죠. 하지만 춘추가 그때 세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라, 감히 폐인인 척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웃음)

Q&A

  • 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음악가들은 작업할 때 꼭 폐인이 되는 걸까요. (웃음)

    영혼을 파는 느낌? 아무래도 자신을 너무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불행해지는데 말이죠.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되는데 작업하면서 사람들과 트러블도 생기고요. '나는 불행해지겠구나' 싶을 때가 많죠. 그리고선 뒤풀이 때는 또 다 함께 신나게 웃고 떠들지만요. (웃음)

Q&A

  •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네요. (웃음) 사실 지영 씨의 전작은 다소 냉소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근데 이번 작품은 아니에요. 웃는 일이 많아지셨나요?

    확실히 사운드도 달라졌고, 가사의 결도 달라졌어요. 특히 [Blue bird] 때는 굉장히 드라이했고, 저의 염세적인 부분이 피크를 쳤을 때죠. 근데 [나의 정원에서]는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가사고 그렇고, 따뜻한 소리를 시도했어요. 연주자들에게도 말했어요. '이 곡에는 희망이 있어야 해요. 근데 대박 희망찬 건 아니에요'.

Q&A

  • 이왕이면 희망이 많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제가 아직 완전한 희망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해님은 잘 모르지만, 그 빛을 인식하는 정도? 삶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요. 조금 성숙해지고 싶었고, 그 과정이 이번 앨범에 담긴 것 같아요.

Q&A

  • 그러고 보니 앨범 소개 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단어는 '미숙함'이에요. 스스로 어떤 부분을 그렇게 미숙하다고 생각했나요? 음악인으로서든, 인간 윤지영으로서든 말이죠.

    [Blue bird] 때는 혼란스러웠죠. 어린 마음에 세상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원래 미성숙하게 태어났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며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마무리했어요. 근데 얼마 안 가 찝찝하더라고요. 미숙함을 자유라고 정의한 게 미성숙하다고 느꼈죠. 핑계 같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좀 더 성숙해지고 싶었어요. 그걸 인정하는 게 창피하지 않았고요.

Q&A

  • 결과적으로 음악적으로는 성숙해진 것 같나요? 다시 앨범을 들어보면 어때요?

    사실 잘 안 들어요. 누가 튼다고 하면 빨리 꺼달라고 하죠. (웃음) 앨범 발표를 하고 나면 이미 내 손을 떠난 것 같거든요. 지겨워서일까요? 아니면 이미 다 쓴 글이라 굳이 들여다봐야 할까 싶은 것도 있고요. 다만 그때의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더라 아카이브를 찾는 마음으로 들을 때가 있어요. 특히 '날 지키던 건'을 들었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게 감정만 꾹꾹 담겨 있거든요. 주어 없이. 그게 와닿더라고요.

Q&A

  • 막연하지만, 국내 싱어송라이터에게 기대하는 모양새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단출한 악기 편성과 사랑스러운 음색 같은 거요. 그것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만, 사실 지영 씨의 작품이 마냥 편안하기만 하지는 않거든요.

    늘 착하고 따뜻한 음악 카테고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마음으로 쓴 곡들이라, 그 감정을 진하게 만들수록 취향에 안 맞는 분들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죠. 하지만 해야 하는 순간이었어요.

Q&A

  • 혹시 리스너들의 반응은 어떤지 멜론 댓글을 본 적은 있나요?

    앨범 발표하고 2주 정도는 정말 많이 확인했어요. 진짜 궁금했으니까. 앨범 단위는 처음인데 어떻게 들어주실까, 내가 신경 쓴 부분은 와닿았을까 궁금했어요. 물론 늘 다르게 해석되니까 재밌는 거고요. 아, 어떤 분이 '수고했다 지영아'라면서 편지처럼 댓글을 남겨주셨더라고요. 아예 모르는 사람인데. 의사소통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Q&A

  • 그럼 이번 앨범에서 가장 사랑하는, 추천하고 싶은 문장이 있을까요?

    '신이 있다면 / 사실 모르겠지만 / 그래서 다행인 나를 / 용서하기를'
    (곡 '그래서 다행인 나를' 중에서)

Q&A

  •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2018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6년 차예요.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가끔은 지금 몇 년인지 까먹는 것 같아요. 들을 때마다 까먹는 것 같은데 올해가 벌써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저는 그런 마음이에요. 대단한 길을 지나왔다기보단 '그냥 가고 있구나, 벌써 이만큼 왔네'의 느낌. 계획대로 잘 된다면 연말이나 연초에 공연을 하고 싶어요.

Q&A

  • 마지막으로 멜론 '트랙제로' 매거진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 인터뷰를 선택한 분들이라면, 다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려는 걸 텐데요. [나의 정원에서]를 궁금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인터뷰였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도 재밌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PLAYLIST

이달의 아티스트: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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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제로 댓글 이벤트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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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기간
2023.11.02 ~ 2023.11.08
당첨발표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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