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s 해외 록] 인디 전성시대와 리바이벌 운동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확장된 얼터너티브
모두가 '새 천 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21세기에는 뭔가 새로운 것, 긍정적 변화를 바탕으로 한 더 좋은 것이 등장할 거라 생각했다. 늘 그러하듯 새로움은 대중을 매혹한다. 그 새로움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파급력을 지니며 대단한 감흥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록 음악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대중적 시각에서) 보편적 감동과 놀라움을 주는 사운드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록 음악의 몰락을 의미한 건 아니다. 대중음악의 중심에 자리한 힙합과 컨템퍼러리 R&B, 틴 팝을 위시한 다채로운 하이브리드 팝과 일렉트로닉의 유행 속에서도 록은 여전히 주류 장르로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90년대에 '대안'을 표방하며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얼터너티브 록의 위세는 지속되었으며 꾸준히 진화해 갔다. '컨템퍼러리'와 '포스트', '뉴', '리바이벌', '레트로'와 같은 말이 대중문화 전반을 잠식하던 2000년대, 얼터너티브 록은 이전 시대의 여러 스타일 즉 펑크와 그런지, 메탈, 팝, 인디 록 등의 요소를 혼합하여 독창적 사운드로 발전하며 새로운 세대를 사로잡았다. 린킨 파크, 스트록스, 악틱 몽키스, 화이트 스트라입스, 그린 데이,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등 각기 강한 개성을 지닌 밴드들이 장르의 경계를 넓히고 신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2000년대 록 신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 중 하나는 '리바이벌' 즉 부흥이다. 21세기 초반 록계의 중요한 움직임은 '포스트펑크 리바이벌'(개러지 록 리바이벌 혹은 뉴웨이브 리바이벌)이었다. 상업성에 매몰되어 더 이상 빛나는 매력을 보여 주지 못한 얼터너티브와 브릿팝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서, 일종의 '진정성'을 강조한 밴드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도한 상업성이라는 건 결국 상업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터득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진정성이란 일체의 인습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태도를 지니고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예술가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한 세대 전 DIY 정신으로 무장했던 개러지 록과 펑크 및 포스트펑크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기타 록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한다. 간결한 악기 편성, 거침없이 전개되는 멜로디와 단숨에 귀에 들어오는 훅, 원초적이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세련되게 조합한 이들 사운드의 시작과 중심에 뉴욕 출신 5인조 스트록스의 데뷔작 [Is This It](2001)이 자리하고 있었다. 21세기의 얼터너티브 송가와도 같은 'Seven Nation Army’(2003)의 주인공 화이트 스트라입스, 예 예 예스와 인터폴, 킬러스, 블랙 키스, 영국의 블록 파티와 프란츠 퍼디난드, 리버틴스, 스웨덴의 하이브스와 호주의 바인스 등이 탁월한 음악적 성과 및 주목할 만한 상업적 성과를 남겼다.
90년대 그런지의 강렬함이 다소 순화되고 대중적으로 보다 쉬운 접근성을 지닌 포스트그런지 역시 2000년대에 위력을 떨쳤다. 거칠고 어둡고 강력했던 그런지에서 미드템포의 더욱 세련된 프로덕션으로 변모하며 '라디오 친화적' 성격을 갖춘 포스트그런지 음악은 푸 파이터스의 지속적 인기, 그리고 니켈백, 스리 도어스 다운, 퍼들 오브 머드, 오디오슬레이브, 후바스탱크 등과 같은 밴드의 성공과 함께 장르의 전성기를 누렸다. 90년대 말 '미국 헤비메탈의 새로운 물결'의 중심에 있던 뉴 메탈 또한 데뷔작 [Hybrid Theory]로 정점을 찍은 린킨 파크를 비롯해 시스템 오브 어 다운, 슬립낫, 파파 로치, 디스터브드, P.O.D. 등과 함께 2000년대 초반 절정에 달해 있었다. 애즈 아이 레이 다잉, 트리비움, 킬스위치 인게이지, 불릿 포 마이 밸런타인, 올 댓 리메인스, 오브 마이스 앤 멘 등으로 대표되는, 익스트림 메탈과 하드코어 펑크가 결합된 메탈코어는 21세기 헤비니스 음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2000년대 록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은 '인디 록'의 부상이라 할 수 있다. 애초 인디 음악이란 '인디펜던트' 즉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 레이블의 음악을 일컬었던 말이다. 그러한 음악이 이후 메이저 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의미가 확장되어, 작업 방식과 사운드, 주제 표출이라는 측면에서의 자율성과 펑크와 포스트펑크, 사이키델릭, 포크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드러내는 음악적 특징을 지닌, 얼터너티브 록의 하위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면에서 인디 록은 2000년대 얼터너티브 록 신의 지배 세력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을 포함하여 아케이드 파이어, 브라이트 아이스, 모디스트 마우스, 더 내셔널 등 수많은 밴드가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결합하여 때로 내면적이고 때로 실험적인, 매혹적인 사운드 미학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거칠고 강렬한 리프와 60년대 팝 스타일의 부드러운 하모니로 특징지을 수 있는 '팝펑크'와 하드코어 펑크에서 파생하여 팝적인 선율과 감성적인 노랫말을 담은 말랑말랑한 '이모' 역시 록 컬처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린 데이의 걸작 [American Idiot](2004)를 비롯해 마이 케미컬 로맨스, 폴 아웃 보이, 패닉! 앳 더 디스코, 파라모어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 아티스트가 쉬운 멜로디와 10대의 불안감과 우울함, 자아의 발견 같은 풍부한 감정을 담은 가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 콜로라도 사막의 코첼라 밸리에서 개최되는 '코첼라 페스티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프리마베라 사운드', 새롭게 부활한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페스티벌' 등 다양한 록 페스티벌은 많은 얼터너티브와 인디 록 밴드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더 많은 청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역할했다.
얼터너티브 록 신의 새로운 강자 콜드플레이와 라디오헤드, 뮤즈, 여전한 레전드 U2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팝 록을 대표한 마룬 파이브, 그리고 이른바 '슈퍼그룹'인 벨벳 리볼버와 오디오슬레이브 등 수많은 록 밴드들이 이 시기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여러 뛰어난 작품을 내놓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21세기에 과거 비틀스나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같은 이름에 비견할 만한 록의 거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건 아티스트의 역량 문제가 아닌 시대의 탓이다. 새로운 실험과 시도와 재능이 특별한 빛을 발할 수 없는 시대, 무엇보다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 찬란했던 반세기의 영광을 뒤로한 록의 존재감은 이제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