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s 클래식] 팝페라의 탄생과 일렉트릭 클래식

에디션m

[00s 클래식] 팝페라의 탄생과 일렉트릭 클래식

2024.08.05
Special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 그리고 MP3의 등장

에디슨이 처음으로 녹음할 수 있는 기계인 축음기를 발명한 이래, 100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그 소리를 담아내는 음반은 SP, EP, LP, MC(뮤직 카세트테이프), CD 등으로 진화하며, 각 단계마다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왔지만, 90년대 후반 오디오 압축파일인 MP3의 등장은 모든 음악산업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매체인 파일로 변환할 수 있었고, 1998년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음악은 아날로그의 세계를 떠나 디지털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와 앰프, 스피커 등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했지만 음악이 파일로 저장 가능하게 되면서, 컴퓨터나 플레이어에서 클릭 한번으로 음악을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앰프나 스피커 같은 크고 불편한 장치 대신 이제는 손바닥 보다도 작은 MP3플레이어에서 무수히 많은 파일을 담아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장식장을 차지하고 있던 크고 보관하기 까다로운 음반들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오디오 시스템 대신 아이리버, 아이팟 같은 MP3플레이어가 급속도로 보급되어 젊은이들은 이 플레이어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쓰리 소프라노의 시대

90년대 클래식계가 쓰리 테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초 한국은 쓰리 소프라노의 시대였다.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로 대변되는 한국의 '쓰리 소프라노'는 먼저 세계무대를 통해 데뷔한 후 한국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비록 쓰리 테너처럼 팀을 이뤄 함께 활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이 세 명의 소프라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세기말 한국 클래식계의 화제의 중심을 차지했다. 카라얀이 '신이 내린 목소리'로 극찬했다는 화려한 콜로라투라 조수미와, 아름답고 고운 음색으로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홍혜경의 대타로 스타덤에 오른 신영옥, 그리고 무려 20년간이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안방마님으로 주역을 맡았던 홍혜경은 세계를 대표하는 한국의 소프라노로 클래식 음악팬들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기까지 독차지했다.

조수미는 가곡에서 오페라까지 다양한 레코딩을 남겼지만, 특히 클래식 발성을 버리고 뮤지컬의 유명 넘버들을 노래한 [온리러브] 앨범은, 클래식 음반 판매 역사상 전무후무한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하며 세계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홍혜경은 당시 버진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한국가곡집을 녹음했는데, 이 앨범은 당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유일한 한국가곡집으로,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린 최초의 앨범이었다. 신영옥은 아름답고 신성한 음색으로 가요에서 클래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들려주었는데 특히 그녀가 부른 종교 성악곡들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팝페라의 탄생

뉴 밀레니엄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조류 중 하나는 소위 '팝페라'의 탄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팝페라라는 장르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한국에서 비롯된 새로운 장르였다.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인 팝페라는 팝의 자유로움과 클래식의 형식미가 결합된 장르로, 간단히 말하자면 클래식의 유명곡들을 자유롭게 팝스타일로 부른 노래들을 말한다. 이 팝페라의 탄생에 여러 설이 있지만 '팝페라'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마케팅한 앨범은 영국 가수 '이지(Izzy)'의 [아스콜타]라는 앨범이었다. 원래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대부상으로 성악가의 꿈을 접은 이지는 이 앨범에서 그동안 자신이 배운 클래식 노래들을 편안한 팝발성으로 불렀는데, 이 앨범은 특히 한국시장에서 큰 히트를 기록하며 '팝페라'라는 장르가 최초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후 사라 브라이트만, 안드레아 보첼리, 일 디보, 폴 포츠, 샬롯 처치 등의 가수들과 팝페라의 특성을 가진 과거의 노래들까지 편입되면서 장르의 폭이 넓어졌으며, 임형주, 정세훈 등 한국에서도 팝페라 가수가 등장하면서 널리 확산하게 된다.

플러그인 일렉트릭 클래식

팝페라와 함께 기악 부문에서도 밀레니엄의 변화가 감지되었는데, '일렉트릭 클래식'으로 불릴 만한 장르로,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기코드를 꼽은 클래식이었다. 팝에서는 오히려 전기코드를 뽑은 '언플러그드' 공연이 인기였는데, 어쿠스틱 사운드를 지향하던 클래식 음악 쪽에서는 거꾸로 전기와 앰프의 힘을 빌려 팝 음악과 같은 강렬한 사운드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바이올린에 '플러그인'한 '바네사 메이'를 필두로, 화려한 외모에 일렉트릭 현악기를 장착한 그룹 '본드'와 '와일드' 그리고 그룹사운드 급으로 확장된 '플래닛'도 탄생했으며,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도 전자 바이올린으로 전향하여 일렉트릭 클래식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가 장르로서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후에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가렛'과 첼로연주그룹 '투첼로스'의 등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대를 밝힌 클래식 연주자들

정통 클래식 시장에서는 기존 거장들의 발매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전성기를 맞은 젊은 연주자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베를린 필의 새로운 플루트 수석 '엠마누엘 파후드', 게오르그 솔티가 기다려왔던 비올레타 '안젤라 게오르규', 새롭게 피어난 성악계의 꽃 '안나 네트레브코', '미스터 빈'을 닮았지만 성악의 묘약을 마신듯한 테너 '롤란도 빌라존', 시베리아의 백호랑이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중국 피아노의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윤디 리'와 '랑랑' 그리고 '유자 왕'. 늑대를 키우는 미모의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엘렌 그뤼모', 자신만의 독특한 피아니즘을 보여준 '알렉상드르 타로'. 바이올린의 교과서 '힐러리 한', 우리시대 최고의 비르투오조 '막심 벤게로프'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놀라운 재능의 '율리아 피셔'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할 만한 앨범들을 발매했다.

세계를 대표하는 한국의 음악가들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바이올린 작품집을 발매했고 또 베를린 필 멤버들과 현악 6중주를 녹음했으며, 비발디의 [사계]를 발매했다. 또한 거장 '쿠르트 마주어'의 마지막 협주곡 레코딩으로 남은 브람스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녹음했다. 첼리스트 '장한나'는 유명 첼로 소품집을 녹음한 후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을 안토니오 파파노와 함께 녹음했으며, 지휘자로 변신하기 전 마지막 앨범인 비발디 첼로 협주곡집을 레코딩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초의 한국인 입상자인 '임동민', '임동혁' 형제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생 임동혁은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기도 했는데,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추천으로 EMI에서 데뷔앨범에 이어, 쇼팽 피아노 리사이틀을 발매했다. 형인 임동민은 베토벤의 주요 소나타 앨범을 발매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를 대표하던 '백건우'는 이제 거장의 반열에 올라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전곡 앨범을 발매했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 32곡을 레코딩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파란만장한 인생 궤적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며,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베스트셀러 앨범들을 양산한 '리처드 용재 오닐'은 비올리스트는 처음으로 10만 장 앨범판매를 돌파하며 전에 없던 이례적인 현상을 만들어냈는데, 그가 비올라로 연주한 '섬집아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단발성 인기에 그치지 않고, 현악 앙상블 '디토'를 결성해 세련된 실내악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젊은 청중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유입시키는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명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