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의 신데렐라 계보를 찾아서 - '눈물의 여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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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의 신데렐라 계보를 찾아서 - '눈물의 여왕' 外

2024.03.29
Special

'눈물의 여왕', 그리고…

고전 문학과 현대극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작품에서 설정으로 쓰인,
이제는 뻔하다는 이유로
드라마에서 조심스레 다뤄지는
설정들이 몇 있습니다.

적과의 로맨스, 백마탄 왕자님,
출생의 비밀, 그리고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것들이
그런 설정들이죠.

하지만 이런 '클리셰'로 치부되는
설정에서도 다양한 변주는 가능합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눈물의 여왕'은
그동안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재벌가 며느리 이야기와
신데렐라 설정을 과감하게 재구성하여
'재벌집으로 들어간 사위' 설정을 택했는데요.

신데렐라 스토리의 클리셰를 비틀어
오히려 신선함을 갖춘 스토리에,
김수현과 김지원, 이주빈 등
많은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물론 부석순 (SEVENTEEN), 10CM,
헤이즈 (Heize), 그리고 Crush까지
탄탄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OST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일 겁니다.

역발상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니,
이 설정의 역사가 궁금해집니다.
K-드라마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요?

세대마다 판타지를 자극했던
대표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드라마들,
연대 순으로 찾아봤습니다.

1997년

별은 내 가슴에

이미지 | MBC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나 과거로 올라간다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 계열의 드라마를 말할 때
이 드라마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997년 방영한 '별은 내 가슴에'는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던 안재욱을
작품 하나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이 분야의 레전드격 드라마입니다.

놀라운 점은, 극의 메인이었던 남주보다
주조연 역할이던 안재욱의 인기가 많아지자
작가가 작품 중간 극본을 수정해
'여주(최진실)와 남주(차인표)'가 아닌,
'여주와 주조연(안재욱)'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결말을 바꿨다는 점일 텐데요.

당시 떠오른 스타, 안재욱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별은 내 가슴에'는 원래
정석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갖춘 드라마로 출발했지만,

대중적인 반응을 수용하며
결말에 변주를 더했던,
조금은 특별했던 드라마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습니다.

2004년

파리의 연인, 발리에서 생긴 일, 풀하우스

단언컨대, 신데렐레 스토리가
가장 인기를 끌었던 시기는
2004년입니다.

'파리의 연인', '발리에서 생긴 일',
그리고 '풀하우스' 등,
빈털터리 여주인공과
재벌가, 혹은 연예인 남주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연달아 굉장한 흥행을 기록한 해가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드라마의 최종 시청률은
모두 40%를 넘었으며,

그 중에서도 '파리의 연인'은
최고시청률 57.6%를 기록해
지금까지도 SBS 드라마 기준
'모래시계' 다음가는 시청률 기록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으니,
그 대표작이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입니다.

촌스럽게 들리는 이름과
(당시로는 파격이던) 통통한 외모 등,
과거 이 장르물의 여주들보다
조금 더 콤플렉스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을 등장시켰는데요.

하지만 보다 주도적이고 확실한 태도와
자기 감정에 솔직한 성격을 부여함으로서
전에 없던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여주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로코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010년

시크릿 가든

이 시기부터는 신데렐라,
혹은 캔디 스토리만이 아닌
추가적인 설정이 따라붙은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과
스턴트 우먼 길라임(하지원)의 사랑이
드라마의 전부라면 진부할 수 있었겠지만,

김은숙 작가는 여기에
남녀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더해
의외의 반전을 선보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으며,
'시크릿 가든'은 하지원과 현빈,
그리고 윤상현과 김사랑 모두에게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2013년

상속자들

신데렐라 스토리, 그런데 이제
하이틴 감성을 더한…
그게 바로 '상속자들'이었습니다.

고등학교라는 배경에 맞게,
출연진 거의 대부분을
주연배우급의 젊은 배우들로 섭외해
방영 초기부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당시에도 굉장히 새로웠던
'나 너 좋아하냐?' 같은 명대사로도
유명했던 드라마였습니다.

2018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

꼭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2010년대 후반부터는 더 이상
지고지순한 느낌의 여주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시대적 요구와 세상의 변화에 따라,
2010년대 이후 드라마들부터는
보다 주도적이고, 당당한 성격을 가진
여주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는데요.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그런
대표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연을 맡은 박서준과 박민영 모두
캐릭터 소화력이 굉장했고,
수트핏과 오피스룩까지 주목을 받으며
만찢남, 만찢녀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2023년

킹더랜드

'눈물의 여왕' 이전에
가장 최근의 사례일 듯합니다.

2023년 방영한 '킹더랜드'는
재벌 3세 남주와 들장미 소녀 같은 여주가
사랑에 빠지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는 스토리를 가집니다.

의외로 굉장히 고전적인 클리셰를
차용하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이준호와 임윤아의 호연이
다 녹여 내린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킹더랜드'는 국내에서도
1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 총 87개국에서도
Top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