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기다렸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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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기다렸던 음악들

2024.04.11
Special

봄이 기다렸던 음악들

여러분, 요즘 꽃 잘 보고 계시나요?

개나리가 살포시 피어 있고, 한동안 조용했던 나무에 벚꽃이 만발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봄이 가진 힘에 경탄하게 되는데요. 이번 봄의 풍경 또한 여지없이 그 대단함을 자랑하고 있더라고요. 분명 과거를 살았던 작곡가들 또한 이 날씨를 음악으로 담아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봄이 기다렸을 법한 음악을 모아서 왔습니다. 화사한 협주곡부터, 첼로 연주로 감상하는 애니메이션 음악 모음집, 봄처럼 살랑이는 피아노 트리오와 춤곡 모음집까지. 장르는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봄에 찰떡같이 달라붙는 음악들을 아래서 한번 만나보실까요?

바흐가 준비해 둔 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에서 종종 엄격하다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특히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는 듯한 그의 푸가를 듣고 있으면 자비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죠.

Bach: Violin Concertos

하지만 바흐는 기악음악의 순수함을 그 누구보다 즐기는 음악가이기도 했습니다. 비발디를 비롯한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영향을 듬뿍 받은 그의 협주곡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바흐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Jonas Holthaus.

지중해를 바라보는 국가인 그리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는 이러한 바흐의 음악을 진지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보이는 독주를 들려줍니다.

곡리스트 10

이 앨범에 포함된 나머지 협주곡에서도 남다른 활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조 작품이지만 슬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이 이 계절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앙코르로 준비된 '오케스트라 모음곡 3번'의 따스한 'Air'도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첼로가 연주하면 모든 게 아름다워져

첼리스트 라파엘라 그롬스(Raphaela Gromes)가 연주하는 애니메이션 음악

이런 걸 선입견이라고 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첼로로 연주되는 음악은 대체로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Animated Movie Classics

독일의 첼리스트 라파엘라 그롬스(Raphaela Gromes)와 피아니스트 율리안 림(Julian Riem)과 함께한 앨범 [Animated Movie Classics]는 저의 선입견이 진실에 가까운 것임을 증명하는 앨범입니다.

첫 곡인 '미녀와 야수'부터 찬찬히 들어봅니다. 피아노가 도입부를 장식하는 편곡은 단출한 느낌이지만 첼로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확실한 감동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이어 두 연주자는 '겨울왕국', '피노키오', '알라딘' '라이온킹' 같은 작품의 주제곡을 연이어 들려주며 음악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원' 듣기 좋은 계절입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트리오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6번'

베토벤의 삶은 투쟁 그 자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치열한 음악만을 써내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 중에는 은근히 봄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적지 않았습니다. 부제부터 '봄'이라고 붙은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작품은 정말로 봄과 찰떡처럼 잘 어울리지요. 여기서 소개하는 '교향곡 6번'도 봄과 궁합이 좋은 작품입니다. 벌써 부제부터 '전원'이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준비한 연주는 오케스트라 연주 버전이 아닙니다.

Beethoven for Three: Symphony No. 6 "Pastorale" and Op. 1, No. 3

첼로의 요요마(Yo-Yo Ma), 바이올린의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 그리고 피아노의 에마누엘 엑스(Emanuel Ax). 이 시대 최고의 트리오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세 연주자는 몇 년 전부터 베토벤의 교향곡을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해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 11월에는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베토벤의 '교향곡 6번'을 발표했었고요. 오케스트라로 들었다면 과하다고 느껴질 부분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감상이 편하다는 느낌이 드는 색다른 베토벤의 '전원' 연주. 여러분의 오후를 이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해보는 건 어떠실까요?

사실 봄에 들어야 좋다?

2024년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앨범은 꽤 의외의 앨범입니다. 바로 빈 필하모닉의 [New Year’s Concert 2024 (2024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앨범입니다.

New Year’s Concert 2024 (2024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곡리스트 19

한겨울에 있었던 연주회를 왜 느닷없이 지금 소개해 드리냐면, 여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으로 채워지는 빈 필의 신년음악회에서는 왈츠를 중심으로 한 춤곡이 연주됩니다. 춤곡이 가장 춤곡다울 수 있는 계절이 언제일까요? 추위가 가시고 꽃이 만발하는 봄이 아닐까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앨범을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Heinz Peter Bader.

크리스티안 틸레만(Christian Thielemann)이 지휘를 맡은 올해 2024년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또한 과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혹시 최근 걱정이 많으신가요? 앞으로 닥칠 알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고민이 많으신가요? 그런 분들에게 이 앨범을 적극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걱정 없이 흘러가는 음악이 여러분에게 어느덧 위로를 건네고 있을 것입니다.

©Heinz Peter B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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