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

장르 인사이드

당신을 위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

2024.04.17
Special

당신을 위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

아무르 OST

미하엘 하네케(Michael Haneke) 감독 연출의 영화 '아무르'를 보신 분들이라면 예고 없이 노부부를 찾아오는 젊은 피아니스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는 이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저를 놀라게 했었는데요. 함께 영화를 보던, 클래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친구는 그를 당연하게도 잘 알지 못했던 배우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이후 '있지, 저 배우 실제 피아니스트야 꽤 유명하다고' 같은 말을 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떤 면에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음악 세계는 종종 영화에 출연하는 타로를 닮아 있습니다. 주로 고전음악을 연주하지만, 때로는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다른 세계로 훌쩍 떠나버리는 듯한 그의 연주에서 다른 피아니스트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묘한 느낌이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었음을 공유하는, 알렉상드르 타로만이 들려줄 수 있는 연주를 골라 소개해 드립니다.

모리스 라벨 없이는 안 돼

피아노 협주곡과 영화 '볼레로' OST

프랑스 음악가에게 모리스 라벨이라는 이름은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이 작곡가의 음악을 알렉상드르 타로 또한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10월. 알렉상드르 타로는 모리스 라벨이 쓴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그의 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루이 랑그레(Louis Langrée)가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완성한 이 앨범은 먼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로 시작합니다. 자유분방한 1악장과 긴 사색으로 채워진 2악장, 그리고 활달한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르적인 특징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아도 좋을, 라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주 내내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작곡가의 또 다른 피아노 협주곡인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제목 그대로 왼손만을 사용해 연주를 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부상으로 오른손을 쓰지 못하게 된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의 의뢰로 작곡된 이 작품은 한 손으로 작품을 연주해야 하는 이상한 핸디캡과 거대한 관현악의 어울림이 대단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명곡으로 손꼽힙니다.

최근 공개된 영화에서도 알렉상드르 타로의 라벨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안느 퐁텐 감독이 연출한 모리스 라벨의 전기 영화인 '볼레로'에 피에르 랄로 역으로 참여했습니다. 비록 영화에서는 평생 라벨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음악 평론가 랄로역을 맡았지만 영화 OST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피아노 모음곡 '거울'의 네 번째 곡인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등의 연주를 더하며 그의 라벨 사랑이 숨길 수 없는 것임을 타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시절 베르사유에서는

[Versailles]

곡리스트 21

2019년작 앨범 [Versailles]에서 알렉상드르 타로는 라벨의 시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18세기 초중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목인 베르사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앨범에서 타로는 루이 14세와 루이 15세, 그리고 루이 16세 시대에 작곡된 작품을 모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시기 독일에서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장필리프 라모와 프랑수아 쿠프랭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가들은 확실히 바흐로 대표되는 독일의 바로크 음악과는 결이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즉흥적인 프랑스 바로크의 음악. 알렉상드르 타로는 그 시절 베르사유에서 울려 퍼졌을 음악을 상상하며 그의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이번에는 1920년대의 파리로 가보자

'Le Boeuf Sur Le Toit'

'Le Boeuf Sur Le Toit'. '지붕 위의 황소'라는 의미의 제목은 1921년에 개업한 프랑스 파리의 카바레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지옥 같았던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회 분위기가 다시금 화려한 것을 찾기 시작했을 즈음, 파리의 음악계 또한 재즈, 폭스트롯 같은 장르를 품으며 새로운 시대가 다시금 찾아오는 것을 두 팔 벌려 반기고 있었습니다. 위의 연주에서 그 시절에 연주되었던 음악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곡리스트 26

당연히 이런 즐거운 분위기를 알렉상드르 타로가 외면할 리는 없겠습니다. 1920-30년대의 파리의 풍경을 음악으로 재현하는 이 앨범. 이제는 꽤 유명해진 클레망 두세의 'Chopinata'를 시작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패러디인 'Hungaria', 그리고 조지 거슈윈의 'The Man I Love'과 'Do It Again' 같은 작품들을 쉴 새도 없이 연주하는 알렉상드르 타로. 피아노가 고전음악의 전유물이 아님을 그의 피아노는 흥겹게 말하고 있습니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