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 동시에 부드럽게 2024년을 강타할 BILLIE EILISH 세 번째 앨범 [HIT ME HARD AND SOFT]

21세기가 4분의 1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 세기의 음악 거장으로 빌리 아일리시를 꼽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1년 12월생으로 올해 22살인 빌리 아일리시는 11살에 처음 작곡을 시작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출중한 음악적 소양을 보여왔고, 2015년에 데뷔 싱글 'ocean eyes'를 공개한 이후로는 줄곧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발매하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빌리 아일리시의 파격적인 음악성이 그대로 드러난 'bad guy'는 싱글 차트 넘버원에 오르며 21세기에 태어난 아티스트 중 첫 1위라는 대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엄청난 성과와 함께 빌리 아일리시는 비평가들의 사랑 역시 듬뿍 받았는데,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대상 격인 4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날의 주인공이 되었고, 2019년 '빌보드 올해의 여성'으로도 선정되며 음악 역사상 손꼽히는 데뷔를 해냈다. 게다가 2019년 말에 공개한 싱글 'everything i wanted'가 이듬해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를 수상하며 그래미 위원회가 주목하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해낸다.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4월에 두 번째 앨범 [Happier Than Ever]를 발표해 다시 한번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한 빌리 아일리시는 재즈와 일렉트로 팝의 영향을 받은 성숙한 사운드로 다시 한번 팬들과 비평가들을 열광시킨다. 금발로 염색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룩을 시도하는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던 [Happier Than Ever] 활동 덕분에 빌리 아일리시는 자신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훨씬 더 다채롭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해낸다.

또한 2023년 최고의 화제작 영화 '바비(Barbie)'의 수록곡인 'What Was I Made For?'로 영화의 메시지와 스스로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모두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역시 빌리 아일리시'라는 감탄을 자아내었고, 제6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부문을 수상하며 젊은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특히 이 곡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 부문을 수상했는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의 주제가 'No Time To Die'로 동일 부문을 수상한 적이 있었기에 빌리 아일리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로 주제가상을 2회 수상한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기록을 또다시 만들어낸다.

빌리 아일리시가 다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일찌감치 얻게 된 것은 음악적인 성과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지속적으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빌리 아일리시는 앨범들 역시 환경친화적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하며 자신의 신념에 지키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4일, 빌리 아일리시는 1억 2천만 명에 이르던 본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전체를 '친한 친구'로 등록했다. 선택한 팔로워에게만 특정 게시물이 노출되게 하는 기능인 '친한 친구'로 팔로워 모두를 등록했고, 빌리 아일리시의 세 번째 앨범 [HIT ME HARD AND SOFT]를 5월 17일에 발매한다는 소식을 알린 후 기능을 해제했다. 세계적인 톱 아티스트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마케팅 덕분에 빌리 아일리시와 그녀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끝없이 치솟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빌리 아일리시의 오빠 피니어스(FINNEAS)와 공동작업으로 완성한 [HIT ME HARD AND SOFT]는 빌리 아일리시 스스로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칭할 정도로 초기의 음악 스타일을 다시 시도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부터 꾸준히 새 앨범에 대한 예고를 이어왔던 빌리 아일리시는, 가장 잘하는 음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이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빌리 아일리시는 앨범의 제목인 [HIT ME HARD AND SOFT]는 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붙여 놓으며, '불가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기 바랐다고 한다. 모순되는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빌리 아일리시라는 아티스트를 정의하는 타이틀이 되어 주기도 한다. 또한, 이번 앨범은 따로 싱글 발매를 하지 않음으로써 앨범 단위로 들어야 하는 당위성과 그녀의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4월에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는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헤드라인 무대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는데, DJ 세트에서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인 'LUNCH', 'L'AMOUR DE MA VIE', 'CHIHIRO' 등을 예고 없이 깜짝 공개하여 [HIT ME HARD AND SOFT]의 분위기를 미리 보여주었다. 센슈얼한 가사가 헤비한 베이스와 어우러진 'LUNCH',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영감을 받은 'CHIHIRO' 등 다양한 사운드와 감각적인 가사로 음악팬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울릴 채비를 마쳤다.

[HIT ME HARD AND SOFT]라는 타이틀을 '불가능'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지었다고 했지만, 음악적으로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쏟아내는 그 어려운 일을 이번에도 빌리 아일리시는 기어코 해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빌리 아일리시가 발매한 앨범 중 가장 대담한 앨범으로, 1번 트랙부터 10트랙까지 앨범의 수록곡 전체가 하나의 작품 같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