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너를 기다렸어 -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시원한 클래식 음악

장르 인사이드

여름, 너를 기다렸어 -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시원한 클래식 음악

2024.06.12
Special

여름, 너를 기다렸어 -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시원한 클래식 음악

만약에 클래식 음악 듣기가 쉽지 않은 계절을 꼽는다면 여름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일단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름은 비수기에 해당됩니다. 공연장과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는 이 시기에 휴가를 떠나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특징, 비교적 내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르의 특성 또한 여름이라는 계절에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여름의 클래식 음악 감상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스턴 심포니가 주관하는 유명한 탱글우드 음악제처럼 여름에 열리는 페스티벌 실황을 살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네요. 전설적인 재즈 클라리네티스트 베니 굿맨(Benny Goodman)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하는 순간이 과거 그곳에는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로 클래식 음악을 해석하거나, 클래식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영화음악 모음곡을 여름날 찾아 듣는 것도 괜찮겠네요. 아무튼 오늘 원고에는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시원한 클래식 음악'이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지만, 꼭 바닷가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그 자리를 시원하게 만들어줄 오늘의 음악. 아래에서 만나보시겠습니다.

모두가 들어본 멜로디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연주하는 '카르멘'

제목은 몰라도 음악만 들어도 '아!'하는 곡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는 이런 곡들이 아주 많습니다. 오페라를 여는 전주곡부터 작품에 수록된 여러 아리아들을 들어 나가다 보면 '이게 '카르멘'의 수록곡이었구나'라는 사실에 다들 놀라게 되실 겁니다.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기에 '카르멘'의 하이라이트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려주는 '카르멘 모음곡'도 대단히 인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열정이라면 비교 대상이 없는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해 들려주는 '카르멘 모음곡'은 여러분에게 여름의 클래식은 이렇게 울려야 한다고 알려줄 것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세계 최고의 테너가 들려주는 여름의 목소리

이번에 소개해 드릴 앨범 두 장에서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두 테너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orez). 이 페루 출신의 성악가는 밝은 음색의 목소리와 짜릿한 고음으로 잘 알려진 현역 최고의 성악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앨범 [Bésame Mucho]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통 클래식 앨범은 아닙니다.

타이틀곡인 'Bésame mucho'를 시작으로 영화 '그녀에게'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Cucurrucucú paloma', 그리고 발표 이래 수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던 'Contigo en la distancia'와 'Aquarela do Brasil' 같이 라틴 아메리카 문화권의 노래를 모아 소개하고 있는 이 앨범. 나른한 기타 음색과 역동적인 리듬감의 타악기, 그리고 플로레스의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우리에게 여름 저녁 같은 선선함을 전해줍니다.

곡리스트 22

앞서 소개해드렸던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와 정반대의, 깊고 극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는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은 작년 [The Sound of Movies]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티파니에서의 아침'과 '러브 스토리' 같은 고전명작에서의 영화음악을 담은 이 앨범. 카우프만은 영화 '글레디에이터'와 '1492 콜럼버스'의 주제곡인 'Nelle tue mani', '1492: Conquest of Paradise' 같이 오페라 아리아 같은 극적인 순간을 보여주는 한편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상큼하게 느껴지는 노래들도 함께 들려줍니다.

©Gregor Hohenberg

압도적인 힘을 숨기고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가 흥미로운 '사랑은 비를 타고'의 'Singin' In The Rain'과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에델바이스', 이번 기회에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다시 꺼내 듣는 그날 밤의 기록

2023년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콘서트

어느덧 신년음악회와 함께 그들이 자랑하는 연주회로 자리 잡은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콘서트. 매년 6월,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른 궁전에서 진행되는 이 야외콘서트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와 솔리스트가 출연해 비교적 쉽고 즐거운 작품을 연주하는 것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해 2024년에 있을 공연에서는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가 무대에 올라 바그너, 베르디, 그리고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스메타나의 작품을 빈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 올해 2024년 여름밤 음악회의 음원은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에 오늘은 작년 있었던 공연의 기록을 슬며시 불러오고자 합니다.

©Niklas Schnaubelt

야니크 네제 세갱(Yannick Nézet-Séguin)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23년 여름밤 콘서트에서는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Elina Garanca)가 무대에 올라 비제의 '하바네라'와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아리아인 'Mon coeur s'ouvre à ta voix(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들려주며 빈의 여름밤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지요.

©Niklas Schnaubelt

공연 막바지에 준비된 라벨의 '볼레로'와 슈트라우스의 '빈 기질'은 오로지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콘서트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음악적 순간을 선사하고 있네요. 이 원고가 올라갈 즈음이면 올해 6월 7일로 예정된 2024년의 여름밤 콘서트 또한 성황리에 마무리된 상황일 텐데요. 과연 이날 밤, 쇤부룬 궁전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요? 조만간 이 연주회의 실황을 담은 앨범을 소개해 드릴 그날까지, 모쪼록 상쾌한 여름날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Niklas Schnaub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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