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르노 카퓌송의 [Gabriel Fauré]

장르 인사이드

포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르노 카퓌송의 [Gabriel Fauré]

2024.06.25
Special

포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르노 카퓌송의 [Gabriel Fauré]

시대의 선구자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이 음악가는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1845년. 남부 프랑스에서 태어난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그가 태어난 시기는 낭만주의 음악이 한창 꽃을 피우던 때였습니다. 쇼팽과 리스트 이후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이 온 유럽을 떠돌던 그 시절. 가브리엘 포레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 튀지 않지만 따뜻함만큼은 가득 안은 작품이 그렇게 포레라는 사람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0세기가 되어도, 모더니즘이라는 무시무시한 바람이 온 세상의 음악을 변화시키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꿋꿋하게 고수했던 포레. 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끝난 뒤인 1924년, 삶의 끝자락에서도 변함없었던 이 음악가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끝난 뒤인 1924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여기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Renaud Capucon)이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이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는 조국의 고요한 거인을 이전부터 흠모해 왔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는 오래전부터 카퓌송이 즐겨 연주해 온 작품이었고, '피아노 4중주' 같은 작품에서는 실내악 연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포레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비교적 온화하고 가볍다는 인상 때문일까요? 르노 카퓌송은 이번 앨범 [Gabriel Fauré]를 통해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그러한 관점에 자그마한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앨범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시작합니다. '포레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썼었나?'라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1870년대 후반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1악장만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2, 3악장이 존재하지 않는 미완성곡이지만 대체로 위엄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번 앨범의 서문을 열기에 충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작품은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입니다. 서주부터 목가적인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이 곡은 마치 낭만주의자의 관점에서 다시 써낸 바로크, 고전음악 같은 작품입니다. '서곡'부터 '미뉴에트'와 '가보트'를 지나 마지막 '파스토랄'까지. 그리 길지 않은 모음곡이 포레의 고향인 남부 프랑스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듯 연주됩니다.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은 예나 지금이나 포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아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이 모음곡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세 번째 곡인 '시실리안느'가 장식하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듯한 멜로디가 잊히지 않는 작품이죠.

활발한 활동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클래식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무렵, 르노 카퓌송은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프랑스 음악계가 오래간만에 선보이는 바이올린 솔리스트였습니다. 각광받는 솔리스트로 활동하기를 수십 년을 지나 40대 후반이 된 현재. 중견 연주자로 자리 잡은 르노 카퓌송은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후배 음악가들의 성장을 독려하고자 합니다. 모음곡 사이에 연주되는, 단정한 슬픔이 담긴 '엘레지'는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작품. 종종 '비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는 이 곡을 이번 앨범에서는 잘츠부르크 출신의 젊은 첼리스트 율리아 하겐(Julia Hagen)의 독주로 감상하게 됩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세 곡에게는 지극히 포레답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르노 카퓌송과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기욤 벨롬(Guillaume Bellom)이 솔리스트로 등장하는 '발라드'는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악기로만 채워온 앨범을 피아노의 음색으로 환기시키는 작품입니다. 이질적이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인 피아노 연주가 포레가 깔아 둔 오케스트라의 구름을 사뿐히 밟아 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이군요. 이어서 포레의 대표작인 '파반느'가 특유의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이후에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자장가' 연주됩니다. 르노 카퓌송이 다시 독주자로 등장하는 이 곡. 그렇지 않아도 꿈결 같은 포레의 음악에 따스함을 한 번 더 얹은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줍니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