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계성 아트 컬렉티브. Balming 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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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성 아트 컬렉티브. Balming Tiger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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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ing Tiger

가끔 설명 자체가 불필요해 보이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굳이 누가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음악들도 그렇지만, 이와는 반대로 수식이 난감한 경우도 그런데요. 어떻게 설명하든, 그 느낌을 온전히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Balming Tiger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우선 이들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위 이미지는 이들의 정규 1집 공식적인 앨범 소개란입니다. 장르 분류가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정말로 이들의 음악은 종종 힙합이며, 때로는 록이고, 가끔은 R&B입니다. 장르적인 카테고리로 이들을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형태 또한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기획자, 프로모터, A&R의 자리는 아티스트 내부가 아닌 '회사'에 있습니다. Balming Tiger에서는 이들이 아티스트들과 동일 선상에서, 팀 안에 '함께' 존재합니다.

정해진 인원도 없습니다. 현재는 열 한명이 멤버이지만, 이 포맷도 가변적입니다. 이들은 마음이 맞으면 함께하고, 아니면 쿨하게 헤어지는 관계입니다. Balming Tiger는 팀의 형태만으로도 관습을 깨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얼터너티브 K-Pop'이라 표방합니다. 물론 이런 장르명을 쓰는 것은 Balming Tiger 외에는 없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모든 면에서 K-Pop의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K-Pop의 글로벌한 파급력을 갖추었죠.

정리하면, Balming Tiger는 현재 한국의 음악산업이 품고 있는 그룹 중 가장 대안적인(alternative) 형태의 그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얼터너티브 K-Pop'이라는 수식이 퍽 잘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Balming Tiger의 시작은 리더인 San Yawn, 그리고 DJ로 활동하던 Abyss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개성적인 음악 컬렉티브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이, 뜻이 맞고 반짝이는 아티스트들을 발탁하면서 특별한 '공동체'의 형태를 갖춘 것이죠.

'호랑이 연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듯, Balming Tiger는 아시아 문화권 특유의 감성을 음악과 비주얼 안에 녹여냅니다. 때문에 이들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의 '로컬'한 문화적 요소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당한 B급 감성과 영상미로 매우 독특한 지문을 남긴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Buriburi' MV가 그 좋은 예시입니다. 여기서 bj wnjn의 춤사위는 매우 열정적이고, (좋은 의미로) 꽤나 충격적입니다.

독특한 비주얼, 그리고 에너지가 뒤섞인 이들의 음악은 일찍부터 글로벌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록 COVID-19 사태로 행사 자체가 취소되긴 했지만, 2020년 미국의 네임드 음악 축제 SXSW에 참여가 확정됐던 것부터가 Balming Tiger의 글로벌한 주목도를 말해줍니다. 이들은 COVID-19가 진정된 2023년에 결국 이 페스티벌에 올랐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예술가들에게 Balming Tiger의 작업물들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곤 합니다. 그 중 한 명이 RM이었습니다. 'SEXY NUKIM (feat. RM of BTS)'으로 Balming Tiger와 함께한 그는 올해 자신의 솔로 정규 앨범에서 San Yawn에게 디렉터 역할을 맡겼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RM의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유수의 매체들에서 상당한 평가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Balming Tiger는 올해 6월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의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 'Trust Yourself'로 날것의 무대를 보여주는 등 인상적인 모먼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을 기반으로 음악을 하지만 K-Pop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방향을 바라보며 멋진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해외의 반응을 보면 이들의 대안적 움직임이 점점 글로벌 메인스트림에 안착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멤버인 Omega Sapien은 올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미래세대에 전설이자 자산'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어쩌면, 그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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