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이상의 존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장르 인사이드

신동 이상의 존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2024.07.17
Special

신동 이상의 존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지난 2023년 6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의 협연자는 다니엘 로자코비치(Daniel Lozakovich)였습니다. 이제 막 이십 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오래간만에 클래식 업계에 등장한 신동 연주자로 그 이름을 빠르게 알린 상태였죠. 협연곡이었던 카미유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별 무리 없이 연주한 이후 들려준 외젠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정확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그 순간만큼 로자코비치는 신동이 아닌, 그 너머의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남다른 시작

2001년 4월 1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지만 문화적으로 완전한 스웨덴인은 아니었습니다.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키르기스계였던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기에 오히려 옛 소련의 문화와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가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부모가 음악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로자코비치는 스웨덴 공교육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운명이나 다름없는 악기인 바이올린을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 뒤로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만이 있었습니다. 바이올린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Vladimir Spivakov)와 이브리 기틀리스(Ivry Gitlis) 같은 명 솔리스트들이 이 신동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를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열다섯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맺은 이후 바흐, 베토벤,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차례로 선보이며 그의 연주가 단순히 '신동의 연주'라는 카테고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다니엘 로자코비치. 올해 2024년, 스물셋이라는 여전히 젊은 나이의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큰 변화를 꾀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4월, 로자코비치는 도이치 그라모폰을 떠나 워너 클래식과 새로운 전속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 – 다니엘 로자코비치 & 미하일 플레트네프

워너 클래식과의 전속 계약 이후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처음으로 발표할 앨범은 프랑크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중심으로 하는 리사이틀 앨범이 될 예정입니다. 수록곡만 보면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지만 이 앨범, 함께할 피아니스트가 다름 아닌 이 음악가이기에 남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곡리스트 24

13세가 되던 해.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유럽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제인 베르비에 페스티벌 무대에서 미하일 플레트네프(Mikhail Pletnev)의 연주를 처음 듣게 됩니다. 1978년에 있었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던 우리 시대의 거장 플레트네프. 멀리는 바로크 시대의 스카를라티, 가깝게는 스크랴빈의 작품 같은 근현대 작품을 아우르는 이 피아니스트는 과거 거장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음악세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장의 연주를 듣게 된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트네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게 되는 기회를 로자코비치는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으로부터 10년 뒤인 2024년. 오는 8월 말에 발매될 앨범을 플레트네프와 함께 녹음할 수 있음은 이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경사라 할 수 있습니다. 40년이 훌쩍 넘어가는 나이 차이이지만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흥미롭게도 세대 차이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전하는 것뿐이기에 리허설 중에는 그리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이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작업 후일담을 밝혔습니다.

세자르 프랑크의 걸작 '바이올린 소나타'와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 알렉세이 쇼어의 '바이올린 소나타',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Gadfly'의 수록곡인 '왈츠'와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로자코비치가 존경을 표하는 프리츠 크라이슬러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녹음하기도 했던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만나게 될 이번 앨범. 최근 선공개된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를 로자코비치가 직접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먼저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올해도 만날 수 있는 로자코비치

즐거운 소식은 새 앨범 공개에 그치지 않습니다. 첫 내한공연 이후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향과의 협연까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다니엘 로자코비치를 올해인 2024년에도 만나실 수 있겠습니다. 오는 9월 10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에서 있을 리사이틀은 당초 이번 앨범을 함께 미하일 플레트네프와의 리사이틀이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플레트네프의 내한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로자코비치의 내한 소식만큼은 변함없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해가 다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만나게 될 리사이틀을 그의 새 앨범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