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음악, 안드리스 넬슨스와 함께하는 2024 빈 필하모닉 여름밤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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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음악, 안드리스 넬슨스와 함께하는 2024 빈 필하모닉 여름밤 음악회

2024.07.17
Special

모두를 위한 음악, 안드리스 넬슨스와 함께하는 2024 빈 필하모닉 여름밤 음악회

여러분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이 장르를 듣는다고 하면 종종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됩니다. '그런 어려운 음악을 잘도 듣는구나' 같은 반응 말이죠.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듣는 거라 이야기해도 진심이 잘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몇몇 친근한 클래식을 예로 들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나 '교향곡 5번 '운명'', 그리고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리스트의 '사랑의 꿈 3번', 라벨의 '볼레로' 같은 작품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나요?

©Niklas Schnaubelt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다시 묻고자 합니다. 과연 클래식은 몇 안 되는, 별난 소수를 위한 음악일까요? 마침 여기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는 저의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저 멀리 오스트리아 빈의 여름에 펼쳐지는 음악회.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입니다.

2년 만에 돌아온 빈 필의 친구, 안드리스 넬슨스

©Marco Borggreve

지난 2004년에 처음 열린 이래 그간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주빈 메타(Zubin Mehta),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같은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지휘자들이 무대에 선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는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 랑랑(Lang Lang),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con) 등 매 공연마다 초청되는 솔리스트의 명성 또한 화려하기로 유명합니다. 지난 2023년 여름밤 음악회를 맡았던 야니크 네제 세갱(Yannick Nézet-Séguin)에 이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의 지휘를 맡게 된 음악가는 바로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넬슨스는 이번 공연으로 2년 만에 다시 여름밤 음악회를 맡게 되었는데요. 이렇게나 빠른 재초청은 분명 이례적이지만 그 이유가 빈 필 단원들이 확실하게 신뢰하는 안드리스 넬슨스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빈의 여름밤을 수놓는 선율, 2024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

지난 2024년 6월 7일 금요일 저녁. 언제나처럼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쇤부른 궁전에서 진행된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콘서트는 올해도 들을 거리로 가득한 프로그램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먼저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이 마치 활강하듯 내려와 쇤부른 궁전의 마당을 둘러보고 있군요. 그 뒤로는 이날의 또 다른 주인공인 노르웨이의 소프라노 리세 다비드센(Lise Davidsen)이 무대에 올라 바그너의 '탄호이저' 중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를 노래합니다. 화려하면서도 극적인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 다비드센이 노래하는 바그너가 이날 모인 청중을 향해 힘찬 인사를 건넨 뒤에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체코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Niklas Schnaubelt

먼저 스메타나의 대표작인 교향악 모음곡 '나의 조국'중 두 번째 곡인 '블타바'가 연주됩니다. 원제목보다 '몰다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하죠. 뒤이어 연주되는 작품, 오페라 '두 과부'에서의 '폴카'와 '팔려간 신부'에 수록되어 있는 '유랑극단의 춤'에도 귀를 기울여주시기를. 중부 유럽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가 빈의 여름밤 사이로 시원하게 날아갑니다.

바그너가 공연의 문을 열었다면 지금부터 이어지는 베르디의 작품은 또 다른 에너지로 이번 공연의 격을 높입니다. 서주부터 운명이 준엄하게 소리치는 듯한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이후 작품에 수록된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에서 다시 등장하는 리세 다비드센의 목소리가 이 오페라의 메인 테마와 어우러지며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Niklas Schnaubelt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집시다. 연주되는 곡은 오귀스타 올메스의 '조국을 위한 경기'중 '밤과 사랑'. 184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을 떠나지 않았던 이 여성 작곡가의 부드러운 작품이 연주된 이후에는 압도적인 에너지로 들썩거리는 아람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 이어집니다. 그 뒤로는 빈의 여름밤처럼 울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2번'이 우아한 춤을 들려주지요.

©Niklas Schnaubelt

이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 위해 리세 다비드센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합니다. 협연자가 노래할 곡은 헝가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로 활동했던 작곡가 에머리히 칼만의 오페레타 '차르다시의 공주' 중 '실비아의 노래'. 환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도입부를 지나 차르다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헝가리의 민속 음악이 원초적인 리듬과 함께 펼쳐진 뒤에 어마어마한 고음을 선보이며 마무리는 노래 뒤로는 안녕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Niklas Schnaubelt

빈 시민들의 일상과도 같은 왈츠 '빈 기질'이 연주되며 마무리되는 이번 음악회. 20년 동안 끊임없이, 이곳 쇤부른 궁전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웠던 빈 필하모닉의 여름밤 음악회는 물론 내년에도 빈의 청중을 찾아올 예정입니다.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빈의 아름다운 여름밤을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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