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다, [Joe Hisaishi in Vienna]

장르 인사이드

히사이시 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다, [Joe Hisaishi in Vienna]

2024.07.23
Special

히사이시 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다, [Joe Hisaishi in Vienna]

오늘날 히사이시 조(Hisaishi Joe)가 영화음악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 수십 년에 걸쳐 세상에 내놓은 그의 수많은 영화음악은 영미권 영화음악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사람들에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최근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이 히사이시 조와 계약을 맺고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오늘날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그의 위상을 짐작케 합니다.

곡리스트 29

하지만 히사이시 조를 '영화음악 작곡가'로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진면모를 놓치는 것입니다. 히사이시 조는 일본의 명문 음악대학 중 하나인 구니타치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다시 말해 정통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가죠. 비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필연처럼 영화음악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소위 '현대음악'에 대한 열망과 애정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음악을 통해서도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히사이시 조 특유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영상과의 조화, 상업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작곡해야 하는 영화음악과 달리 개인 작업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실험을 온전히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DG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Joe Hisaishi in Vienna]는 우리가 잘 몰랐던 현대음악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히사이시 조의 가장 큰 특징은 미니멀리즘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1960년대 무렵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미니멀리즘 음악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죠. 히사이시 조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클래식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를 언급하며 스스로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이 설명은 미니멀리즘 음악의 핵심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는 구스타프 말러를 가장 좋아해요. 하지만 말러의 음악과 저의 음악은 아주 다르죠. 말러는 새로운 모티브를 끊임없이 등장시키지만 저는 하나의 모티브를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지속시키려고 해요.

네, 바로 이러한 설명처럼 미니멀리즘 음악은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하는 대신 단순한 모티브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음색, 음형 등에 있어서 차이를 이끌어내고 하나의 커다란 음악을 구축해 내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반복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의 매력을 찾다 보면 어느새 미니멀리즘 음악만이 가진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르죠.

이번 [Joe Hisaishi in Vienna] 앨범에는 교향곡 2번과 일종의 협주곡 작품인 '비올라 사가(Saga)'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 2번은 대규모 관현악을 위한 작품으로 음악적 구조와 음색, 관현악법 등 모든 면에서 흥미롭지만 특히 탁월한 리듬 활용이 눈에 띕니다. 프랑스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와 함께 한 '비올라 사가'는 교향곡 2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실내악적인 음향을 추구합니다. 또한 협주곡이라는 장르에 대한 히사이시 조의 깊은 이해와 더불어 복합적인 전개 방식을 보여주고 있죠.

이번 앨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히사이시 조가 직접 지휘를 맡았다는 점입니다. 히사이시 조는 작곡가임과 동시에 베토벤, 브람스, 스트라빈스키 등의 클래식 작품을 직접 지휘하고 앨범으로 발표한 바 있는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기 위해 직접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른 바 있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 유럽의 명문 악단인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작곡가가 직접 지휘하는 만큼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연주보다도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히사이시 조의 또 다른 면모,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영화음악과는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히사이시 조의 새 앨범을 지금 바로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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