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고도 하나 더, 한국대중음악상의 시간들 1 – 200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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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하고도 하나 더, 한국대중음악상의 시간들 1 – 2004-2009

2024.09.09
Special

스물 하고도 하나 더, 한국대중음악상의 시간들 1 – 2004-2009

내년이면 한국대중음악상이 제22회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간 쌓인 시간만큼 많은 음악가가 후보로 올랐고 또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걸어온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크고 작은 일이 있었고, 이따금씩 규모를 줄여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후보로 올리고, 그 중 하나가 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이 많은 가운데, 그 가운데 기억해야 할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2004 – 코코어, 빅마마, 이상은, 윤건 그리고 정재일

한국대중음악상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 '올해의 신인' 상을 받은 이는 정재일이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한참 지나 2023년 제21회 시상식에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나이가 스물 한 살이었다고 하네요. 외에도 '비밀의 화원'을 통해 이상은은 올해의 음악인으로 꼽혔고, 휘성과 빅마마 또한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윤건의 첫 솔로 앨범 또한 수상작이었는데요. 아소토 유니온이 특별상을 받는 등 알앤비 계열의 작품이 굉장히 많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코코어의 3집이나 이병우가 제작한 [스캔들] OST(당시에는 영화, 드라마 음악도 수상 영역이었다고 합니다), 러브홀릭의 앨범처럼 이 시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데프콘의 [Lesson 4 The People]도 있네요. 초기에는 장르 분류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는 이후 자연스럽게 해결되어가는 중입니다. 외에도 지금은 거장이 된 나윤선의 [Down By Love]를 통해 다양성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코어의 앨범은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번 더 알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2005 – 못 (Mot)의 등장, 그리고 영원한 클래식 [눈썹달]과 [Just Pop]

2005년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잊지 못하는 두 장의 앨범이 수상한 해입니다. 우선 이소라가 올해의 음악인으로 꼽히며 [눈썹달]에 대한 찬사를 표했고, 마이 앤트 메리의 3집 [Just Pop]은 최우수 모던록 음반, 올해의 음반으로 꼽히며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마이 앤트 메리의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선정 작업을 통해서도 꼽히는 중인데요.

외에도 바비킴, 클래지콰이, 전제덕, 바셀린까지 장르 음악가들이 수상하며 빠르게 전문성을 확보해갔습니다. 바비킴은 '고래의 꿈 (Falling In Love Again) (Feat. 김영근)'이 담긴 앨범 [Beats Within My Soul]로, 클래지콰이는 1집 [Instant Pig]로 수상했으며 전제덕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으로, Vassline은 [Blood of Immortality]로 상을 받았는데요. 무엇보다 못이 데뷔 앨범 [비선형]을 통해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못의 이이언은 여전히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가치가 더욱 느껴집니다.

2006 – 서울전자음악단의 시간, 이상은의 두 번째 수상, 그리고

2024년, 제21회 최우수 록 노래 부문 수상자는 서울 전자 음악단이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제3회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 수상자 또한 이들이었습니다. 긴 시간 신윤철은 음악가로서 자신의 길을 구도자처럼 걸어왔고, 한국대중음악상은 그 길을 오랜 시간에 걸쳐 쭉 응원하고자 했습니다. 2006년에는 이상은이 다시 한 번 상을 받기도 했고, 최우수 힙합 노래와 음반 부문에서 가리온과 다이나믹 듀오가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윈디시티도, 몽구스도, 블랙홀도 좋지만 트리올로그와 루시드 폴, W와 두번째달도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올해의 신인과 올해의 음반을 동시에 거머쥔 두번째달은 자신들의 이름을 건 앨범으로 그 가치를 입증 받았는데요,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음악가가 한 시상식에 나란히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대중음악상이 긴 시간 이어온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7 – 엄정화부터 펑카프릭 부스터까지, 다양성이 확보되기 시작한 시기

수상자가 아닌 후보로 시야를 넓히면, 흥미로운 이름이 많습니다. 불싸조와 성시경이, 거북이와 허대욱이, 노브레인과 김연우가 한 페이지에 나란히 있으니까요. 그만큼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 자체에 주목해왔습니다. 수상자의 면면은 더 화려합니다. 페퍼톤스는 'Superfantastic'으로, 더 콰이엇은 [Q Train]으로, 롤러코스터는 '유행가'로 수상했는데요. 멋진 음악가들의 커리어 초기에 이미 선정위원 분들은 통찰로 내다본 바가 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이름도, 지금은 대가라 불리는 이들도 수상자 목록에 있습니다. 올해의 음악인 상을 받은 엄정화부터 서영도 트리오, 펑카프릭 부스터, 이지형에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방준석 음악감독까지 이름을 올린 바 있는데요. EBS 스페이스 공감이 선정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상식은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습니다.

2008 – 최다 후보 노미네이트, 그리고 다관왕의 탄생

이때부터 올해의 음악인이 한 명으로 통합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남, 여, 그룹으로 나눠서 올해의 가수를 뽑았다면, 이 시기부터는 올해의 음악인으로 통일되죠. 여기에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에픽하이와 이적이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이승열, 허클베리핀, 원더걸스, 할로우잰이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상은과 웅산이 4개 후보로 오르는 등 여러 부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음악가가 많았던 시기입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으면서도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인정받는 것, 그리고 그런 음악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지도를 얻지 못한 장르 음악과 나란히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여러 긍정적 이야기들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수상자뿐만 아니라 후보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을 통해 더 많은 음악가를 찾아보세요.

2009 – 학전에서 만들어진 소중한 시상식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며,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은 소극장 학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공로상 수상자인 산울림의 김창완님과 3관왕의 장기하, 지금은 전설이 된 언니네이발관과 로로스, W&Whale 등 많은 음악가가 자리를 채우며 시상식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이 알려지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상은 초기 그 기틀을 다지면서 열심히 성장해왔습니다. 무엇보다 해를 거듭하며 장르 음악 측면에서의 전문성과 시상식으로서 납득이 가는 선택을 하기 위해 조율해온 점이 눈에 보입니다. 쉽지 않은,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대중음악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한국대중음악상의 역사, 음악으로 다시 만나보세요.

Playlist

[한국대중음악상] 2000년대 수상작 모음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