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Note 레이블 85주년 기념 특집 - 10. Norah Jones

블루노트

Blue Note 레이블 85주년 기념 특집 - 10. Norah Jones

5일 전
85th Anniversary Special

10. Norah Jones, The Blue Note Years

Norah Jones는 현재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재즈 보컬이다. 재즈 보컬이라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재즈의 영역을 벗어난다. 창법 또한 스탠더드 곡을 노래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재즈 보컬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을 두고 재즈냐 아니냐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그 논쟁의 원인에는 그녀의 앨범이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는 것이다. 정작 그녀 자신은 자신의 음악을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Norah Jones로 인한 장르의 고민은 재즈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켰다. 그리고 블루노트 레이블의 성격도 변화시켰다. Norah Jones의 영향을 받은 보컬이나 앨범들이 등장하고 그중 대부분은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매된 것이다.

1979년 3월 30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가 인도 출신의 유명한 시타 연주자 Ravi Shankar였다. 하지만 일찍이 이혼한 탓에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이름도 어머니 Sue Jones의 성을 따랐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교회에서 노래하고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것은 노스 텍사스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와 보컬을 동시에 전공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재즈 뮤지션도 피아노 연주자 Bill Evans와 보컬 Billie Holiday였다.

Norah Jones는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의 카페 등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그러던 중 당시 블루노트 레이블의 사장이었던 Bruce Lundvall이 그녀를 발견했다. 그것이 성공의 시작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여성의 노래에 특별함이 담겨 있음을 깨달은 Bruce Lundvall은 곧바로 그녀와 계약했다. 그리고 블루노트의 제작자 Arif Mardin의 지휘로 첫 앨범을 녹음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2002년 Norah Jones의 첫 앨범 [Come Away With Me]가 발매되었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Sam Yahel(오르간), Bill Frisell(기타), Lee Alexander(베이스), Brian Blade(드럼) 등 쟁쟁한 재즈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그런데 결과물이 다소 특이했다. 재즈 연주자들과 함께했지만 포크와 팝의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심지어 스탠더드 곡을 노래한 'The Nearness Of You'도 재즈로만 들리지 않았다.

모호한 장르와 상관없이 앨범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6개월 만에 플래티넘 레코드를 획득하고 1년 뒤에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 그 결과 Norah Jones는 2003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Don't Know Why')', '올해의 신인' 등 주요 4개 부분과 '최우수 팝 보컬 앨범', '최우수 팝 보컬' 등 팝 장르 부문 상을 받았다. 대단한 결과였다.

이 인기에는 Norah Jones의 혼잣말 하듯 편안한 노래와 피아노 연주, Dan Rieser의 사각거리는 드럼, Lee Alexander의 덤덤한 베이스로 이루어진 'Don't Know Why'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재즈보다는 포크에 가까운 곡이었다. 이것이 재즈를 넘어 일반 음악 감상자들의 사랑을 받게 했다. 이 외에 'Come Away With Me'도 사랑을 받았다.

첫 앨범 [Come Away With Me]가 큰 성공을 거둔 만큼 그녀의 음악을 재즈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뒤따랐다. 그래서인지 그래미상 여러 부문을 수상했지만, 재즈 부문은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음악 욕구에만 충실해 2004년에 앨범 [Feels Like Home]을 발매했다. 첫 앨범만큼은 아니지만, 이 앨범 또한 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적으로는 이 앨범도 재즈보다는 컨트리, 포크에 더 가까웠다. Dolly Parton과 함께 노래한 'Creepin' In'은 컨트리 음악 그 자체였다. 블루지한 맛도 있었지만 그것이 재즈에 바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연주 그녀의 노래와 음악이 주는 편안한 정서가 훌륭하고 매혹적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었다. 서서히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그녀만의 장르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2007년에 발매한 세 번째 앨범 [Not Too Late]에서 그녀는 작곡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앨범의 전곡을 자기 혼자 썼거나 공동으로 쓴 곡들로 채웠다. 한편 그 무렵 제작자 Arif Mardin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녀는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녹음하고 싶은 마음에 홈 스튜디오 녹음을 선택했다. 그 결과 앨범은 보다 개인적인 느낌을 주었다. 여전히 그녀의 음악에는 재즈는 희미하고 포크, 컨트리의 질감이 강했다. 또한 이전 앨범에 비해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띄었지만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어딘가 아픈 부분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노래와 연주는 변함이 없었다.

2009년에 발매된 앨범 [The Fall]에서 Norah Jones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담백한 사운드를 일렉트릭 기타나 키보드가 주도하는, 보다 강렬한 사운드로 바꾸었다. 포크나 컨트리보다 록의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를 위해 Jacquire King으로 제작자를 바꾸고 연주자들도 대거 교체했다.

이전의 성공 공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났기 때문인지 이 앨범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처음으로 앨범차트 1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변화에도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삶의 아픈 부분, 후회되는 부분을 건드리는 동시에 위로하는 노래였다.

Norah Jones의 음악 모험은 2012년에 발매된 [Little Broken Hearts]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앨범을 그녀는 The Black Keys, Gnarls Barkley, Beck 등 록 뮤지션들의 앨범을 제작했던 Danger Mouse에게 맡겼다. 그 결과 [The Fall]처럼 록의 질감을 지녔으면서도 또 다른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 우주적이고 몽환적인 기타와 키보드, 강렬해진 리듬, 필터가 걸린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 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팝적인 느낌을 주었다. 재즈를 의식하지 않은, 그저 그 무렵 Norah Jones의 음악 욕구에만 충실한 앨범이었다.

2016년에 발매된 앨범 [Day Breaks]에서 Norah Jones는 앨범 [Little Broken Hearts]에서의 파격적인 변신을 뒤로하고 초기의 담백한 사운드와 편안한 노래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이전까지 그녀가 발매한 앨범들 가운데 가장 재즈의 맛이 강했다. 녹음 또한 재즈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오버 더빙 없이 라이브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Wayne Shorter(색소폰), Lonnie Smith(하몬드 오르간), John Patitucci(베이스) 등의 재즈 연주자가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화사함과 소박함, 행복과 위로의 정서가 가득했다. 첫 앨범 [Come Away With Me]를 떠올리게 했다. Norah Jones 스스로도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한편 Norah Jones는 자작곡 9곡과 함께 다른 작곡가가 쓴 곡 3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중 Duke Ellington의 'Fleurette Africaine (African Flower)'에서는 Wayne Shorter의 색소폰과 함께 쿼텟을 이루어 허밍으로 보컬을 최대한 줄이고 피아노 연주에 집중해 재즈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정규 앨범 활동을 하는 중에 Norah Jones는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때로는 실험적인 싱글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9년에는 그동안 발표한 싱글 곡을 모은 앨범 [Begin Again]을 발표했다. 싱글 곡 모음 답에 앨범에 담긴 7곡은 다양한 색채감을 발산했다. 팝이나 록적인 느낌을 주는가 하면 직전 앨범인 [Day Breaks]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가운데 결국 귀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Norah Jones만의 담백함이 살아 있는 편안한 사운드의 곡이었다.

Norah Jones를 대표하는 스타일은 [Come Away With Me]와 [Day Breaks]에 담긴 재즈, 포크, 컨트리가 어우러진 어쿠스틱 질감의 음악이었다. Norah Jones는 이것을 2020년에 발매된 앨범 [Pick Me Up Off The Floor]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 앨범을 위해 그녀는 새로이 녹음하지 않았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이라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여러 연주자와 만나 발표에 대한 욕심 없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그래서 미공개로 남아 있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완성했다. 그래서 네 곳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11곡들은 모두 편성이나 음악 스타일이 달랐다.

그럼에도 각 곡은 하나의 주제를 지닌 계획된 앨범처럼 유기적으로 잘 어울렸다. 그 곡들은 Norah Jones의 음악적 매력을 잘 담아낸 [Day Breaks]를 떠올렸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갖게 해주는 것도 여전했다.

Norah Jones는 크리스마스 앨범도 남달랐다. 2022년에 발매된 [I Dream Of Christmas]에서 그녀는 평소처럼 담백한 분위기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노래했다. 밝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행복한 가정뿐 아니라 쓸쓸히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이 큰 연주와 노래였다.

특히 이 앨범을 위해 6곡을 새롭게 쓴 것도 앨범을 특별하게 했다. 그녀가 쓴 캐럴은 다른 캐럴 스탠더드 곡들과 어울리며 훈훈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2024년 Norah Jones는 새로운 앨범 [Visions]를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제외한다면 [Day Breaks] 이후 약 8년 만의 새롭게 녹음된 앨범이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그녀는 잠자리에 들 무렵이나 한밤에 영감을 받아썼다. 그 곡들에 그녀는 코로나 19 팬데믹이 끝나며 느꼈던 자유, 해방감을 담았다.

한편 그녀는 이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을 제작자이자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다중 악기 연주자인 Leon Michels과 둘이서 만들고 녹음했다. 그녀가 오버 더빙을 통해 피아노, 키보드, 기타, 베이스를 연주하고 Leon Michels이 다른 악기를 연주해 가며 앨범을 완성했다. 그것이 앨범의 자유로운 느낌, 희망의 정서를 더욱 강하게 했다.

Norah Jones가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 레이블에 맞는 뮤지션인가에 대한 질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런 의문과 상관없이 그녀는 자신이 하고픈 음악을 이 레이블에서 꾸준히 펼쳤다. 블루노트 레이블도 그녀의 음악을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 사실 그녀만큼 크게 성공하지 않아서 그렇지 블루노트 레이블은 꾸준히 재즈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 연주자나 보컬의 앨범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레이블은 물론 재즈의 영역을 확장시키곤 했다.

Norah Jones와 블루노트의 좋은 관계 속에 그녀의 음악은 재즈 애호가를 넘어 일반 음악 감상자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잘 만들어진, 감동을 주는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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