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가 바라보는 미국, 'My American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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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가 바라보는 미국, 'My American Story'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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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가 바라보는 미국, 'My American Story'

오늘날 클래식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피아니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누가 언급될까요? 물론 워낙 유명하고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많기 때문에 단 한 사람만 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출신의 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를 언급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트리포노프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세계 각지의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지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서 21세기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세계적인 클래식 전문 웹사이트 'Bachtrack'은 트리포노프에 대해 '눈을 뗄 수 없는 광활한 피아니즘, 탁월한 예술성과 테크닉'이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호평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트리포노프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폭넓은 레퍼토리와 깊은 음악 해석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죠.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트리포노프에게 '러시아' 피아니스트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곤 합니다. 러시아 출신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탁월한 해석 능력을 보여주었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들… 실제로 트리포노프와 러시아는 혈통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스모폴리탄적인 피아니즘을 지닌 그를 오로지 러시아라는 키워드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접근이죠.

최근 그가 내놓은 앨범 [My American Story: North]는 이러한 트리포노프의 다양성과 범세계적인 음악성을 증명하는 결과물입니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은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클래식과 재즈, 미니멀리즘, 영화음악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트리포노프는 10대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공부를 하며 일찍이 문화적 다양성을 체험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트리포노프에게 있어서 고향인 러시아의 문화만큼이나 익숙한 문화가 미국의 문화인 것이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1925년 작곡되어 재즈와 클래식의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낸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와 2022년 트리포노프가 초연한 메이슨 베이츠(Mason Bates)의 피아노 협주곡은 약 100여 년 동안의 시간 속에서 변모해온 미국의 음악을 단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트리포노프를 위해 작곡된 베이츠의 협주곡은 과거 클래식 음악의 어법부터 현대 음악의 요소까지 다채로운 음향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작곡가는 이를 두고 '변덕스러운 유머와 비틀어진 그루브가 가득 차 있다.'고 표현했죠.

앞서 소개한 두 개의 협주곡 외에 피아노 솔로 레퍼토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신낭만주의의 대표주자였던 존 코릴리아노(John Corigliano)와 미니멀리즘의 거장 존 애덤스(John Adams)의 음악은 물론 20세기 세계 예술사를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까지 미국 현대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죠. 아! 에런 코플런드(Aaron Copland)의 피아노 변주곡은 내면에 담긴 음악으로나 연주 테크닉 측면에서나 아주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최근 트리포노프가 자신의 독주회에서 가장 즐겨 연주하는 음악이기도 하죠.

미국 음악의 20세기는 클래식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재즈라는 위대한 음악이 탄생하고 발전했기 때문이죠. 트리포노프는 이번 앨범에 아트 테이텀(Art Tatum)의 'I Cover the Waterfront'와 빌 에반스(Bill Evans)의 'When I Fall in Love'를 직접 편곡하여 수록하는 방식으로 20세기 미국 음악의 가장 중요한 장르인 재즈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My American Story: North]는 트리포노프의 첫 번째 아메리카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보석 같은 음악은 앞으로 예정된 두 번째 프로젝트, 즉 [My American Story: South]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죠. 북미와 남미를 아우르는 트리포노프의 음악 여정을 앞으로도 함께 해보세요.

Album

Daniil Trifonov, The Philadelphia Orchestra, Yannick Nezet-Seguin [My American Story: North]

My American Story: North

곡리스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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