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치유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드라마와 그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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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치유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드라마와 그 음악들...

2011.07.01

"상처없는 사람이 있을까?"
얼마전에 친구가 물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이 질문에 대해서 '그런 사람은 없다'고 대답했다. 자기자신에 대한 기대와 실망, 타인과의 소통 단절로 부터 오는 외로움,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입히고 입는 상처들. 멀리에 있는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입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주는 사람들은 정작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은조(문근영)는, 별 다른 능력없이 남자들을 바뀌 가면서 살아가는 엄마 강숙(이미숙)과 함께 이 곳 저 곳을 떠돌면서 살지만 엄마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한다. 강숙은 우연히 대성도가의 구대성(김갑수)을 꾀어내어 사랑 없는 결혼을 한다. 엄마의 이런 삶을 보면서 은조는 상처투성이 고슴도치 같은 아이가 되어버린다.
거짓 사랑을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엄마를 보면서 은조는 엄마와 대성도가를 떠나려고 하지만, 이 두 모녀를 거두어 준 구대성에게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그 곳에 남는다. 대성도가의 일을 무리하게 하던 은조는 쓰러지고, 이런 은조를 강숙은 나무란다. 사기꾼 엄마를 지긋지긋하게 여긴, 은조는 양부인 구대성을 진심으로 한 번이라도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뜯어먹을게 많아서 같이 산다'고 강숙은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은조가 죽고 싶다고 하자, 강숙은 "은조가 아기였을때, 아파 죽을 고비를 넘기는 순간 인간으로서 살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엄마가 독하고 비열하게 된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은조는 괴로워한다.
'뜯어먹을 게 많아서 같이 산다'는 이야기를 엿들은 구대성은, 은조에게 이미 다 알고 있었고, 괜찮다고 말한다.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도, 강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사랑으로 품어주는 구대성을 보며 은조는 더디게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봄날의 주인공 세 사람은 모두 엄마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정은(고현정)은 재가한 엄마를 어른이 되어서 찾아가지만, 엄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상처받은 정은은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한 정은에게 은호(지진희)는 소리치는 법과 우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정은은 마음의 병을 고치게 된다.

은호 또한, 아버지의 재혼으로 친엄마가 집에서 나가게 되고 어른이 될 때까지 만나지 못하다가 스스로 찾아 나선다. 하지만 재회하던 날,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를 잃게 되고 자신은 기억은 가장 행복했던 8살로 돌아간다.
은섭(조인성)은 은호와 배다른 형제로, 그의 엄마는 본부인을 쫓아낸 죄책감과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은섭을 자신의 '착한 아들'이라는 틀에 가두고 휘두르려고 한다. 엄마가 언제라도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속에서 불안정하게 자란 은섭. 그 동안의 삶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준 사람은 정은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편이 되어준 정은에게 은섭은 사랑을 느낀다.

고복수(양동근)는 소매치기였다. 이혼한 뒤, 혼자 치킨집을 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나쁜 방법에 손을 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경(이나영)을 만나면서, 이전의 삶을 청산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진심을 던져 살기로 한다. 그런 복수에게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는 엄마는 업보다.
갓 연인이 된 고복수와 전경은, 복수 엄마가 하는 작고 허름한 치킨집에 가는 장면이 있다. 그 곳에서 엄마가 취객으로부터 험한 꼴을 당하자 복수는 주먹을 휘두른다. 이 모습을 본 전경이 떠날까봐 말한다.

복수는 자신과 가족의 추한 모습에 눈 돌리지도 않고, 자신의 엄마곁에 있어준 전경에게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자신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전경의 친부가 '니 인생 자체가 잘못'이라며 그녀를 손찌검하려 들자, 고복수는 그를 몸으로 막아내면서 말린다. "따님도 아파요. 오늘,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약 대신 술 마셨어요. 술이 아니라... 약을 먹은 겁니다. 좀... 사랑해 주세요, 따님."
부모로부터 따뜻하고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고복수와 전경은, 부모님을 향한 미움, 그러면서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을 공유한다.
뇌종양으로 인해 죽을 날이 다가오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신을 버리고 싶은 나쁜 과거 중 하나라고 말하는 엄마, 자신 하나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면서 버티는 아빠, 쉽게 손을 씻지 못하는 소매치기 동료, 의리로 오랜 기간 만나온 구 여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전경을 지켜내기 위해서 전심전력으로 고군분투하며 버티는 복수. 자신의 마음이 몸이 다쳐가면서도 주변을 지켜내는 그를 보며, 전경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상처 앞에서는 방어적이 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상처 앞에서는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준영(송혜교)는 똑 부러지게 일 처리를 잘하는 드라마국의 PD지만, 속으로는 바람 피우고 친구들과 모여 노름을 하는 엄마를 보며 차갑고 냉정하게 자라났다. 인간애를 가져야 할 드라마국 PD로서 내내 이런 부분이 콤플렉스 였단 그녀는, 엄마를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여배우인 윤영(배종옥)에게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엄마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니 깨달을 수 있게 되었노라고. 엄마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낼까.. 에 대해서 생각하는 순간 그녀를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이야기 한다.

어른스럽고 다른 사람에게도 잘하는 정지오(현빈)을 만나면서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털어놓고 이를 받아들여준 지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정작 지오는 자신의 가난한 현실을 초라하게 만드는 부잣집 딸인 준영을 만나는 것이 버거워지고 자존심에 못 이겨 헤어지자고 한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존재에서 배신을 하고 상처를 주는 존재인걸 알아채는 것이다. '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은, 이혼한 커플이었다. 이혼 후에도 서로 친구처럼 지낸다. 마음은 서로에게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둘 사이에 있었던 아이를 잃은 사건으로 인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은호는 엄마를 사고로 잃고 집에서 엄마 노릇을 대신하면서 일찍 어른이 되었다. 그러느라 마음의 담긴 진심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차마 그 말을 하지를 못한다. 그러는 동안 동진은 초등학교 동창인 유경과 결혼을 한다. 결혼식장에서 은호는 유산하던 날 자신의 곁에 있지 않았던 동진이 죽은 아이와 함께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진은 '시크릿가든'의 김주원 같은 재벌집 아들도 아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같은 탑 스타도 아니지만 동진은 멋있는 남자다, 유혹을 당하기도 하고 갈등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보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소중한 것을 향해서 나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와 결혼해버린 전 남편. 자신이 행복 하려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은호에게, 그녀의 아버지(김갑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에는 많은 상처가 생겼다가 지워지고, 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다가 누군가를 상처입히게 되기도 한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은 고통과 허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차 있고 행복의 시간을 순간의 것인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사랑으로 그러한 상처가 치유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대부분의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