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해서 외로움으로부터 구원받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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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서 외로움으로부터 구원받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들

2011.07.29

사람은 누구나 외롭게 태어난다. 어떠한 고통의 순간, 아픔으로 눈물을 흘릴 때,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이 병들었을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한 연인이 두 사람으로 돌아가는 헤어짐의 순간에도 그 슬픔의 무게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외로움은 더욱 커진다. 그 누구도 우리와 똑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누구도 내가 되어줄 수 없고, 나 또한 다른 누구가 될 수 없기에 세상 사람은 모두 그 자신만큼의 외로움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먼 옛날에 살던 사람도 사랑에 들떠 노래를 불렀을 것이고, 슬픔을 시에 실어 떠나보내기도 했을 것이며,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보다 한 구절의 음악이, 옛 화가의 그림이 더 위로와 안식이 되어주기도 한다. 삶의 고통이나 슬픔은 예술을 통해서 시공간을 초월해 다만 나의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트랩대령의 7명의 아이들은 군인출신 아버지의 엄격한 양육방식에 얼핏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는 가정교사마다 괴롭혀서 내쫓는 방법을 통해서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고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직은 어린 아이들일 뿐이다. 그 아이들이 노래조차 할 줄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새로운 가정교사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준다.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밤에 치는 천둥번개의 무서움을 견뎌내는 법을 알려주고, 값비싼 원단의 옷 대신에 밖에서 활동하기 좋은 옷을 만들어주어 뛰어 놀 수 있도록 하게 한다. 야외로 아이들과 소풍을 나간 마리아는 도레미송을 통해서 노래 부르는 법을 알려준다. 그녀에게 노래를 배우는 동안 아이들은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게 된다. 집안에 웃음소리와 노래가 돌아오게 만든 장본인인 마리아에게 트랩대령은 사랑을 느낀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스텝을 고수하는 댄서인 스캇은, 자신의 고집 때문에 파트너를 잃고 그 자신도 몰락할 위기에 처한다. 그 때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댄스초보 프랜에게 그는 춤을 가르쳐준다. 스캇에게 춤을 배우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프랜은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가듯 점점 아름다워져 간다, 사랑에 빠진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듯.

전성기를 누리던 17세기의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주변에는 그의 그림을 돈을 벌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장모, 그림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부인, 그리고 부의 과시수단으로만 여기는 돈 많은 후원자. 다시 말해서 그의 그림을 순수하게 봐주지 않는 사람들 투성이다. 화가에게 있어서 그림이라는 것은 자기자신과도 같은 것으로,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외롭고도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가족들조차 들이지 않는 화실을 들어올 수 있고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하녀 그리트이다. 이 영화에서 베르메르와 그리트사이에는 그 흔한 키스신도 없지만, 그림을 통한 교감으로 그 어떠한 연인보다 더 많은 것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화가 베르메르는 자신의 대표작인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를 남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되는 순간이 있다.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는 말하지만, 현명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세상이 말하는 인재가 되어가지만, 같은 반 급우와 친구가 되기보다는 경쟁자가 되라는 교육을 받으며 얼음심장으로 성장하는 명문고학생들에게 사랑과 예술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깨워주는 선생님이 등장한다. 오, 마이 캡틴. 키팅선생이다.
우리가 셰익스피어나 모차르트가 아니라도, 시나 음악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예술은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 어떠한 것이냐가 때로는 더 중요하기에 키팅선생은 제자들에게 말한다.
"시가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서 시를 읽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인류이기 때문이지.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차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위한 숭고한 노동이지. 하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목적이다."
마음속에 시와 노래가 흐르면, 사람은 신과 자연을 인지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알게 되며 삶에 겸손해지고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

학교에서 공부를 배우는 것보다 길에서 마약을 파는 법과 총을 쓰는 법을 먼저 배운다는 베네수엘라 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손에 악기를 쥐어주고 음악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다, 경제학자였던 아브레우 박사였다.
"가난의 진짜 불행은 살 집이 없고 먹을 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무쓸모하게 여기고 의미 없고 존중해야 할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는 데에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사회에서 단원으로서의 역할을 배우고, 음악을 통해서 화합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이 예술운동은 베네수엘라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엘 시스테마에 소속된 인원은 30만명정도이며,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한다.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합창단의 연주는 그 오케스트라보다도 힘과 열정이 넘친다.
베네수엘라는 음악강국이 되었다. 단지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 폭력이나 범죄대신 선택한 예술의 길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것이 모두의 세상을 변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