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랑 벚꽃 말고,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오프더레코드

봄 사랑 벚꽃 말고,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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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청순열매를 먹은 듯한 외모,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을 따뜻한 봄바람에 실어 전달할 오늘의 오프더레코드 주인공은 정밀아 님입니다.

그녀는 대학시절 미미시스터즈의 작은 미미와 굴소년단의 김혜린과 함께 3인조 밴드 "물체주머니"로 잠시 활동을 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오랜 기간 음악과 이별했습니다. 그 공백이 오히려 그녀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던 걸까요? 공백 이후 2014년 만추에 발표된 그녀의 첫 정규앨범 "그리움도 병"은 예스러운 정서와 현재의 감각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곡들로 폭넓은 관객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녀는 앨범의 프로듀싱은 물론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편곡,연주하였으며, 미술을 전공한 그녀답게 자신의 앨범 부클릿까지 직접 제작하는 만능재주꾼!!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어렵지 않게, 넘치지 않게, 말갛게 세수하고 편안하게 단정한 옷을 입고 서서 담담하게 내 이름을 말하는 그런 기분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그녀만의 이야기를 클래식 기타에 기대어 전달하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님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Produced by

디지탈레코드: www.digitalrecord.co.kr
디지탈레코드 필름: www.digitalrecordfilm.co.kr SNS: www.facebook.com/live.offtherecord

반갑습니다. 정밀아입니다. 봄이 왔네요.

미술 작가들이 예명을 많이 사용하길래 재미 삼아 지어둔 이름인데. 2008년에 "얼굴책"에 가입할 때 사용했지요. 음악 하면서 그 계정으로 친구들이 자꾸 늘어나버려서. 그냥 쓰기로 했어요.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소화해서 다시 표현해내는 것이 창작이라고 한다면, 미술 작업만으로도 그걸 이루어내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저는 좀 답답하고 고립된 느낌이었어요. 어떤 확장이나 변화 같은 것이 필요하였고. 어릴 때부터 음악을 늘 가까이 하고 있었으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대학에서 음악동아리를 하다가 홍대까지 잠시 진출을 했었어요. 그런데, 음악이든 미술이든, 뭐라도 "표현"하는 것인데, 대체 나에게서 꺼낼 것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멈춤" 그리고 그냥 "살아가기"를 했지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얘깃거리도 쌓이고, 그걸 꺼내 보여줄 용기도 좀 나고. 어떤 절실함도 밀려오고. 그때쯤 다시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지요.

노래할 때 외롭거나 고립된 기분이 덜어지는 순간이 있더라고요.무언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살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들 때.

2012년 6월 17일. 일요일. 카페언플러그드. 오픈마이크.

'낭만의 밤'은 슬며시 오는 봄 기분을 담아 부르면 좋을 것 같아서이고. '방랑'은 요즘 제가 노래하러 다니고 이래저래 살아가는 모습이 방랑 그 자체인 듯 해서이고요.

말갛게 세수하고 단정한 옷 편히 걸쳐 입고 담담히 내 이름 말하는 기분으로 만든 앨범입니다. 노래로 무엇을 이야기할까, 우선 지난 시간들부터 천천히 풀어내보자 했지요. 직접 제작했고, 작사 작곡, 디자인도 직접 했고. 예전에 써둔 글들과 사진들에서 많은 소스들을 얻었어요. 나름의 컨셉이라면 "느리게 내려앉아/깊이 스며들어/오래 머무름" 정도가 될까요. 필로스플래닛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까지 작업했고, 신재민, 에몬 등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함께한 세션연주자들도 모두 멋졌어요.

셀린셀리셀리느가 "책장을 넘기는 노래"라는 타이틀로 매달 새로운 음악가들과 공연을 해요. 책이나 작가를 선정해서 함께 곡 작업을 하거나 공연을 꾸려나가는데요. 4번째 공연을 제안하더라고요. 저는 헤르만헤세의 "방랑"을 골라 곡을 쓰고 기타와 노래를 했고. 미디편곡을 셀린이 했어요. 한때 헤르만헤세의 책을 엄청 읽었었고 위안을 얻었었죠. 이 노래로 고마움을 조금 표현한 것 같아 왠지 뿌듯했네요. 정규앨범에 어쿠스틱하게 편곡해서 다시 수록했습니다.

노래들(스케치한 것들까지)을 다 모아놓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정리해 봅니다. 그럼 앨범의 방향과 색깔에 대한 감을 잡아가는 거죠..

그때그때 다르고. 그래서 전부 좋아요.

첫 데모앨범을 100% 수제작하여 직접 판매했었지요. 더 이상 제작하지 않습니다. 더러 이메일로 이번 정규앨범 구매요청이 들어와요. 이런 경우, 손편지와 포장을 직접 해서 보내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너무 헐값이에요. 정당한 대가 지불하고 즐겨야 한다는 인식이 허약합니다. 대중음악은 더욱 그러하죠. 개선되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 무료음원사이트까지 가세해서 음악은 돈 내고 듣는 것이 마치 손해라는 뉘앙스만 짙어질까 염려되긴 합니다.

하고 싶은 음악 하며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음악가 군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꿈 같은 얘기죠. 마냥 시대의 변화. 매체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기도 망설여지네요. 무료든 유료든, 창작자에게도 마땅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는 장치들이 더 튼튼히 뒷받침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기타연주를 도와준 Ray Yoon도 고마웠어요. 1집 앨범 많이 알리는데 주력할거고요, 올 한해는 매달 한차례씩 지방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른 음악가들과의 기획공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종종 만나요. 무병장수. 푸른지구. 세계평화.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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